스물 일곱번째 筆寫

정대건

by 이양고

도담에게 사랑은 급류와 같은 위험한 이름이었다.

휩쓸려버리는 것이고,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

발가벗은 시체로 떠오르는 것,

다슬기가 온몸을 뒤덮는 것이다.


더는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왜 사랑에 '빠진다'고 하는 걸까.

물에 빠지다.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 건 빠져 나와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대신 도담은 냉소에 빠졌다.

결국 상처를 주고 받게 되는 소통보다

침묵을 더 신뢰했다.

심각하지 않고 한없이 가벼워지고 싶었다.

자해와 같은 만남들이 이어졌고

외로움은 커져만 갔다.



“네 어두운 그늘까지 사랑해 주지 못해 미안해.”


그 말을 들으니 해가 내리쬐는 한낮인데도

어두운 그늘이 지는 듯했다.

도담은 목적 없이 캠퍼스를 걸었다.

소나기가 쏟아졌다.


갑작스러운 비에 우산 없는 남학생들이

저들끼리 욕설을 뱉고 웃으며 뛰어갔다.

그들이 어리게 느껴졌다.


그들과 비슷한 나이인 태준은 남들처럼

추억을 만들고 웃고 즐기는 연애를 바랄 뿐이었다.


상대방의 지옥을 짊어진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연애라는 건 상대방이라는 책을 읽는 거라고,

그렇게 두 배의 시간을 살 수 있는 거라고,

태준은 말한 적이 있었다.


도담은 자신이 펼치고 싶지 않은책,

끝까지 읽고 싶지 않은 책처럼 느껴졌다.

전부 말뿐이었다.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은 태준에게

그토록 상처를 받은 게 놀라웠다.



정대건, <급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