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다 써먹을진 몰라도 - 해인사 청년객실 편 (3)

2. 화나는 감정과 그 이유와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일 (둘째날)

by 이양고
"어디다 써먹을진 몰라도" 시리즈는 이런 이야기들이 담깁니다
계획했던 여행, 우연히 떠난 여행
템플스테이부터 백패킹까지
때로는 실패담, 때로는 소소한 발견들
집 밖에서 마주한 일상의 조각들

특별할 것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를 기록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공간입니다.





1. 이렇게 바쁜 게 맞아요?



첫째날 저녁,

땀을 흠뻑 흘리고 씻기 전에 해인사를 한 바퀴 돌아봤어요

비가 그쳐서 해인사를 돌아보기 좋았어요




저는 불자가 아니라서 뜻을 알지 못하지만

이렇게 알록달록한 등을 보고 있으니 좋더라고요

누군가의 염원이겠죠?

모든 이들이 좋은 방향으로 걸으며 마음이 편안해졌으면 좋겠어요


.

.


라고 생각하며 둘째날이 밝았습니다.


사실 전날 밤에 잠을 거의 못 잤어요 (체력 이슈)

평소에도 새벽 2시쯤 잠드는 게 비일비재 했는데

절에 왔다고 단숨에 9시에 잠들 수가 없죠...






새벽 예불을 드리기 위해 3시에 일어났어요

진짜 눈이 떠지지 않을 정도였는데

겨우 눈을 뜨고 눈꼽만 떼고 예불을 드리러 갔어요

템플스테이에서 오신 외국인들이 많았는데 곁에 서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눈치껏 따라 했습니다



아침엔 정신이 안 든 채로 일하는 편입니다

정신 없이 루틴에 따라 일을 하다 보면 밥 시간이에요



둘째날 아침은 떡국! 너무 맛있었어요

간이 삼삼했는데 함께 나온 물김치가 삼삼한 간을 맞추기 좋았어요

떡국 별로 안 좋아했는데

역시 노동이 끝난 후에 먹는 음식은 꿀맛이네요



아침을 먹고 나서는 소화를 시키기 위해 한 바퀴 돌았습니다

해인사에는 까마귀가 많은 편이었는데,

세 마리가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는 것 같아 찍어보았어요



새벽에 일어나면 좋은 점.

부지런해진 기분이 든다.


(실제로도 몹시 부지런해집니다 해인사 청년객실에 묵으면)



해인사에 3박 4일 동안 있는 동안에,

해가 쨍쨍했던 것 딱 하루 뿐이었어요.


대체로 비가 쏟아지거나 운무가 끼어있거나 했습니다.

실제로 퇴소 하는 날에는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기도 했어요




세탁한 행주를 말리는 과정.

저렇게 펴서 넣으면 소독? 되는 기계가 있어서

정리해서 넣어야 해요


(이런 자잘한 업무들이 많은 편!)




처사님께서 깎아주신 메론!

올해 처음 먹은 메론이었는데 넘 달고 맛있었어요!



2편 에피소드 제목이 "이렇게 바쁜 게 맞아요?"인 이유

이날... 둘째날 점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진심으로 퇴소를 고민하게 되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방문할 예정이라

점심 시간이 몹시 바빴는데,

잠을 거의 못 잔 상태에서 하는 노동이기도 하고

아직 업무 파악이 덜 된 상태에서 좀 버벅거렸더니

스스로가 힘들더라고요.


방문한 분들이 많은 탓에 함께 일하는 보살님들께서도

좀 예민한 편이셨고, 저 역시 컨디션 난조인 탓에 힘겨웠습니다.







공양간에서 가장 가까운 화장실이 공사중이라

일 하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숙소 근처에 있는 화장실로 가야 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힘들었고

(비가 오는 상태에서 우산을 쓰고 다녀야 하고, 계단도 많은 편)

우선 일을 시작하고 나면 내내 서있어야 해서 다리가 아픈 것도 힘들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짜장면은 속세의 맛이라 맛있었습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뎌야지


속세의 맛이었던 짜장면을 먹고 나서

숙소로 돌아오니 비가 막 쏟아졌어요


원래는 북카페에 가려고 했는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잠깐만 자야지.... 하고 누운 게

한 시간이 뚝딱 흘렀습니다.






여기가 어디에여...?


새벽에 못 잔 잠을 몰아 자고 나니 정신이 맑아지더라고요

부랴부랴 노트북을 챙겨 북카페로 향했습니다.




북카페는 생각보다 넓고 좌석이 많아서 쾌적했어요.

해인사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해인사에 찾아오는 가족 단위 신도분들도 많았어요

책이나 팔찌 등 불교 관련된 굿즈를 사기에도 좋았습니다.


(글을 쓰려고 북카페에 갔으나...ㅎ...

아이들이 뛰어 노는 소리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썰.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건 주로 방에서 썼어요)




어느덧 저녁 준비 시작이 되었어요

빨갛게 잘 익어 단맛이 진한 자두를 먹고 또 다시 본격 노동타임.






노동이 끝난 뒤에 먹는 건강한 밥상.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가지무침도 오이무침도 콩나물국도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ㅎ_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정말 강렬하게 속세의 맛이 그리웠어요

라면 같은 거..... 국밥 같은 거.....

하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니 먹고 싶지도 않게 되더라구요


노동 강도가 조금만 더 약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자유 시간이 길었다면

한 일주일 정도 있고 싶을 만큼 좋았던 부분이 많았어요




해인사 청년객실에 묵으면서 느낀 점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확실히 몸이 힘들면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었어요.


퇴사 후 여행도 다녀오고, 캠프도 다녀왔는데

해인사에 있었던 시간만큼 마음이 편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런 이유로,

본인의 머릿속이 복잡하고 번잡하다면

해인사 청년객실에서 묵는 거 진심으로 추천드려요!






해인사 청년객실에서의 꿀팁이 있다면!

업무를 빠르게 파악하는 걸 추천해요.

사실 공양간에서 일하는 보살님들도 그저 사람이라

바쁘고 피곤하면 날카로워질 수 있는데,

자원봉사가 처음이었던 저는 그 태도에 초반에는 상처를 좀 받긴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보니 그저 그분들도 힘이들었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 글을 읽는 분이 청년객실을 가게 된다면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어도 그 순간만 지나면 된다는 걸!

꼭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