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다 써먹을진 몰라도 - 해인사 청년객실 편 (5)

4. 떠날 때가 되어서야 보이는 것들 (넷째날)

by 이양고


어디다 써먹을진 몰라도 (1).png
"어디다 써먹을진 몰라도" 시리즈는 이런 이야기들이 담깁니다
계획했던 여행, 우연히 떠난 여행
템플스테이부터 백패킹까지
때로는 실패담, 때로는 소소한 발견들
집 밖에서 마주한 일상의 조각들

특별할 것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를 기록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공간입니다.





1. 떠나기 전엔 안 보이는 것들


떠나는 날 아침이 되자 퇴사 무렵이 떠올랐어요.

회사를 다닐 땐 오늘이 어제와 같고 내일이 오늘과 같을 거란 생각에

지끈거리는 느낌을 받았는데,

퇴사를 마음 먹고 하루씩 까먹으며 지내다 보니

그동안 잊고 있었던 좋은 것들이 새삼스럽게 보였어요.


저랑 동고동락에서 핏이 잘 맞추어진 동료들부터

커피 머신이나 회사의 위치나 익숙해진 업무 같은 것까지.


'끝'이라는 단어에는 아쉬움이라는 힘이 달라붙어서

못 견딜 것 같아 그만두게 되는 일이라도

좋은 점이 보이게 되는 것 같아요.


해인사 청년객실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떠나는 날 아침에는 비가 세차게 쏟아졌어요

게다가 쌓인 피로 때문에 지각을 하는 바람에

비오는 풍경을 찍진 못했지만...

산사태 주의보 안내 문자 같은 것이 계속 울릴 만큼

거치고 거센 비가 내내 쏟아지는 날이었습니다.




후루룩 뚝딱 아침 시간이 지나고,

아침을 먹는 시간.


함께 일했던 분들에게 점심까지만 일하고 나갈 예정이라고 인사를 드리고,

방으로 가서 들고온 배낭에 짐을 하나둘 싸기 시작했어요


올 때도 무거웠지만 갈 때는 더 무거워졌더라고요.

더 뜻깊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미련이 더해진 탓일까요.



집에 가야 하는데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우산을 써도 신발과 바지가 젖는 수준으로 쏟아지는 폭우였어요

이러다가 집에 못 가는 건 아닐까 진지하게 걱정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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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일은 해야 했고,

떠나는 날은 큰 행사가 있어 몹시 바쁜 날이었습니다.




행사에 오시는 분들 메뉴로는 콩국수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자원봉사자들에게는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김밥을 준비해주셨어요.


또한 비오는 날 아래까지 걸어서 내려 가기 힘들 수 있으니까

택시를 불러서 타고 가라며 개인 택시 전화 번호도 알려주셨습니다.


(감동 받을 수 밖에 없는 다정 모먼트..)




어마어마하게 쌓이고 있는 콩국수(면) 그릇

듣기로는 500그릇을 준비했다고 들었고,

한 400명 정도는 방문하신 것 같아요


어마어마한 분들이 해인사를 찾아주셨지만

그만큼 자원봉사 분들이 많아서 일이 다른 날에 비해

엄청 빡세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일하는 시간이 조금 길어졌을 뿐....




정신 없이 바쁜 점심 시간이 지나고.

거세게 내리던 비도 한층 사그라들었습니다.

비가 계속 거세게 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었어요.



다만 역대급으로 운무가 많이 껴서

운전 하기엔 좀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운무가 낀 멋진 가야산.

이런 광경을 또 언제 보겠나 해서

가방을 싸서 나오기 전 마음과 눈에, 휴대폰에

열심히 담아서 가지고 나왔습니다.






해인사 청년객실 총평!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몸을 바삐 움직이고 싶은 분들.

- 강도 높은 노동에 익숙하신 분들.

- 불심이 깊어서 큰 절에서 자원봉사 경험을 해보고 싶은 분들.

- 해인사를 겉으로 보는 게 아니라 몸으로 겪어보고 싶은 분들.

- 요리 하고 식재료 다듬는 것에 자신 있는 분들.

- 생각이 너무 많아서 몸을 움직이고 싶은 분들.



이런 분들은 짧게만 체험하는 걸 추천드려요!

-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싶으신 분들.

- 불심이 별로 없어 불교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는 분들.

- 템플 스테이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가시는 분들.

- 몸 쓰는 일을 별로 안 좋아하는 분들.




제게 다음에 또 갈거냐고 묻는다면, 저는 또 가고 싶어요.

다만 일의 강도를 좀 조율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내내 했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간 건데,

적응 하는 기간 동안에는 반감이 생길 수도 있겠더라구요.

적응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한 부분도 있는데,

그 전까지는 좀 힘들 수도 있어요.


어느 정도 일에 익숙해졌으니,

마음이 번잡해서 몸을 움직이는 노동이 필요하거나

속세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저는 꼭 다시 가볼 예정입니다






속세로 나오자마자 비가 그쳤고,

단백질을 충전하러 고기를 먹으러 갔습니다.

콩이나 두부 같은 걸 먹긴 했는데

제대로 된 고기가 먹고 싶긴 하더라고요.... ㅎ_ㅎ....



그럼 다음 시리즈로 돌아오겠습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