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혼자 여행하면 좋은 이유
"어디다 써먹을진 몰라도" 시리즈는 이런 이야기들이 담깁니다
계획했던 여행, 우연히 떠난 여행
템플스테이부터 백패킹까지
때로는 실패담, 때로는 소소한 발견들
집 밖에서 마주한 일상의 조각들
특별할 것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를 기록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공간입니다.
하이 치앙마이 호텔은 조식을 제공하는데,
아침 7시부터 11시까지 먹을 수 있어서 시간이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었다.
나는 혼자 떠나는 여행이기도 하고,
외국 음식을 금방 질려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한 조식을 5일 내내 챙겨먹었다.
둘째날 아침, 조식을 먹으러 가니 이런 풍경이었다.
식당 바로 옆에 작은 풀장이 있어서 눈으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고,
조식은 빵과 과일, 커피를 비롯한 따뜻한 음료와
다양한 맛의 주스, 시리얼과 현지 음식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가성비가 좋았다.
내가 선택한 건
알리오올리오와 베이컨, 감자볶음
그리고 따뜻한 밀크티.
깊이가 얕은 수영장이었으나,
아침부터 수영을 하는 이들은 없었고,
그 덕에 조용한 풀장을 보며 식사를 조용히 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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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sns를 믿으면 안 되는 이유는.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서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고 앉아 먹는 조식이었기 때문.
숙소는 몹시 쾌적하고 좋았으나
방음이 잘 안 되는 편이었고,
워낙 잠귀가 밝은 나는 새벽 내내 누군가가 복도에서 숙소로 들어가는 소리나,
새벽 시간에 깨어 조식을 먹으러 가는 가족 소리를 들으며 반수면 상태로 오전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조식을 먹은 후 방으로 돌아가 꿀맛 같은 낮잠을 때려주고 나왔는데도 시간은 아직 11시.
뭘 해볼까 고민하다가 한국에서도 잘 받지 않는 네일을 받으러 가기로 마음 먹고
숙소 바로 근처에 있는 '파이브 스타 네일샵'으로 향했다.
결과는 대만족!
분홍색 계열의 자석 네일을 선택했는데,
꼼꼼히 해주셔서 마음에 들었다.
특히 사장님께서 한국분이어서 원하는 바를 한국어로 말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다.
(작은 TMI : 손톱 바디가 이렇게 큰 건 처음 본다며 예쁘다고 칭찬도 해주셨다. 헤헷)
그 다음 목적지는 '원님만'
하이 치앙마이 호텔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쇼핑몰로,
커피를 마시고 간단한 쇼핑을 하기 위해 방문했다.
숙소 근처에 '원님만'과 '마야몰'이 있어서
자주 걸어다녔는데,
비가 많이 내린다는 우기에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25년 8월 초)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다니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여행을 떠났을 때 비를 몰고 다니면 날씨 요괴,
그 반대라 날씨가 좋으면 날씨 요정이라고들 하는데
이번 여행에서 나는 날씨 요정이었나보다
꼭 한번 가보고싶었던 '응커피'
실제 이름이 '응커피'인 건 아니고
한국사람들이 '응커피'라고들 많이 부른다
진짜 이름은 "아라비카 커피"인데
다크 원두로 골라 마셨더니 진하고 고소해서 맛있게 마실 수 있었다
경험이란 게 이렇게 중요하다
직접 마시기 전에 사진으로 볼 때는 이 커피가 얼마나 맛있는지 아무리 설명해도 모르는데,
한번이라도 마셔보면 어떤 맛인지 생생하게 알 수 있으니까.
회사를 다닐 땐 얼마나 많은 걸 경험하느냐 보다는,
경험하지 않고도 알 수 있는 것들에 대해,
평균 이상으로 올라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며 살았던 것 같은데
여행을 다녀보니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참으며 살았는지 여실히 느껴졌다.
치앙마이는 버스킹이나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에 살 땐 버스킹 하는 걸 봐도 별 감흥없었는데
여행을 떠나고 마음에 여유가 있으니
작은 것에도 발걸음을 멈춰서서 볼 시간들이 생겼다.
내가 재촉한 많은 걸음들 사이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치며 살았는지,
누군가 내 뒤를 쫓는 것처럼 살 때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이었다.
커피도 마시고, 공연도 보고,
다양한 기념품들에 시선도 던지고.
딛는 걸음 걸음이 여유로우니
다양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많은 것을 보며 걷다 보니 출출해져서
방문한 미슐랭 식당.
키우카이카 라는 이름의 식당이었는데
뭐가 유명한지, 얼마나 맛있는지 검색도 안 해보고 무작정 들어선 곳이었다.
동행이 있었다면 메뉴를 검색해보고
어떤 맛인지 하나하나 확인한 후에 시켰을텐데,
혼자 왔기에 사진을 보고 맛있어 보이는 것으로 골랐다.
계란볶음밥이랑 얼큰한 국물 요리.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메뉴였지만 만족스러웠다.
내가 방문한 시간은 14시를 막 지나갈 무렵이어서
식당에 사람이 없었고, 그 덕에 조용히 먹을 수 있어 좋았다.
혼자 떠난 여행의 가장 큰 이점은
모든 스케줄을 나에게 맞출 수 있어 편하다는 것이다.
갑자기 일정을 막 바꾸어도 눈치 볼 사람이 없고,
먹고 싶은 메뉴만 골라서 시킬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혼자 떠난 여행에 가장 안 좋은 점은
누군가 나를 찍어주지 않는다는 것.
물론 지나가는 한국인에게 부탁할 수도 있겠지만
카메라 앞에만 서면 뚝딱거리는 나로서는 그런 부탁은 애초에 선택지에 없었고,
거울이 보이면 어색하게 사진을 찍곤 했다.
뭐, 이것 또한 혼자 떠난 여행의 묘미겠지.
원님만은 15시쯤 되면 '화이트마켓'이 열린다.
쇼핑몰 바로 옆에 야시장이 열리는 건데,
옷이나 기념품도 다양하게 팔아서 구경할 거리가 많았지만
야외다 보니 땀을 한 바가지로 흘리며 돌아다녔다.
치앙마이에서 좋았던 것 중에 하나가
야시장이 다양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이었는데,
원님만의 화이트 마켓이 특히 좋았던 건
더울 때 건물로 들어가서 잠깐 쉴 수 있다는 것과
화장실이 쾌적하다는 것이었다.
17시쯤, 다양한 음식을 파는 먹거리 시장이 열렸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많았지만
덥다 보니 입맛이 별로 없어 만만한 만두를 골랐다.
만두 6개에 65밧. 2800원.
만두 10개에 100밧. 4300원.
치앙마이가 좋은 점 하나 더.
물가가 싸다.
원님만 건물에 올라가 화이트 마켓을 내려다보면 이렇다.
코코넛 음료도 팔고 두리안 음료도 팔고 만두도 팔고 맥주도 판다
다양한 음식을 먹으며 공연도 즐길 수 있어서
더위도 잊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 는 약간의 거짓말)
만두로 배도 채웠겠다-
맥주도 마셨겠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길을 나서며 생각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자유'라고.
자유 여행답게 일정을 정하지 않았고,
발길이 닿는 곳으로 가다 보니 귀여운 고양이들이 한보따리 있는 고양이 카페를 볼 수 있었다.
고양이러버로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입장료는 1시간에 250밧.
한국돈으로 1만원이 넘는 꽤 고가의 입장료를 내야하는 카페였으나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인지
카페에는 다양한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고양이들은 무척이나 귀여웠다.
관리를 잘하는 것인지
사람들이 귀찮게 해도 물거나 할퀴지 않았다.
다만 무기력하게 자리를 피할 뿐이었다.
그게, 마음이 아팠다.
어쩌면 사람의 손길을 피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는
많은 고양이들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벽면의 캣타워에 올라가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실제로 수많은 고양이 중에서
반 이상이 구석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어딘가 무기력하고 귀찮아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집에 있을 '나물이'를 떠올렸다.
나물이는 나를 보면 좋다고 꼬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다가와서는
'앵-'하고 울며 본인 어필을 한다.
누가 봐도 행복해 보이는 집 고양이를 키워서 그런가-.
귀찮다고 자리를 뜨는데도 기어코 쫓아와
배를 주물럭주물럭 만져대는 사람들의 손길이
거칠어 보여서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느라
불행한 고양이를 보는 내 마음이 너무 아파서.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벽면에 기대어 잠든 고양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알 것 같았다.
저 사람들도 방식이 다를 뿐
다 같은 마음으로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나와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틀렸다고
매도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한 시간에 250밧의 돈을 내고 카페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조심스럽게 고양이 옆에 앉아 고양이의 얼굴을 들여다보곤 했다.
그 행위가 고양이를 귀찮게 하는 일일지라도,
그들의 돈이나 입장료가 고양이들을 먹여 살리는 일일테니 나쁘게만 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어떤 외국인은 잠든 고양이를 자신의 다리에 앉히기 위해 억지로 깨워 무릎에 올려두었는데,
그 고양이는 귀찮아 하며 자리를 떴다.
처음에는 왜 고양이를 괴롭히나, 하는 마음에 속이 상했는데
사람의 손길을 좋아하는 고양이를 만나고 나니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고양이와 사진을 찍고 함박웃음을 짓는 그 사람이,
놀랄까봐 조심스럽게 다가가 입을 맞추는 그 행위가
어찌 틀린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랴.
잊지 말자.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다.
내 생각이 옳다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
30대가 된 이후로
아무도 강요한 적 없는 책임감 때문에
늘 양 어깨가 무거웠는데
떠나와보니 알겠다.
내가 모르는 세상은 이토록 넓고,
30대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며-
마음만 먹으면 다른 방식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사실을,
혼자 떠나온 치앙마이 여행에서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