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다 사람 사는 곳이더라
"어디다 써먹을진 몰라도" 시리즈는 이런 이야기들이 담깁니다
계획했던 여행, 우연히 떠난 여행
템플스테이부터 백패킹까지
때로는 실패담, 때로는 소소한 발견들
집 밖에서 마주한 일상의 조각들
특별할 것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를 기록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공간입니다.
치앙마이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을 하나 꼽으라면,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는 일이었다.
숙소를 가려면 꼭 건너야 하는 횡단보도가 있었는데,
이 횡단보도는 버튼을 누른 뒤 기다리면
차량 신호가 적색 신호로 바뀌어 보행자 신호가 나오는 신호등이었는데
신호가 어찌나 짧은지 뛰다시피 걸어 건너야만 했다.
게다가 더욱 당황스러운 건 버젓이 횡단보도가 있는데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
처음에는 그들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보행자 신호가 몹시 길어서 땀이 삐질삐질 나는 경험을 겪은 이후에는 그들을 이해하기로 했다.
(경험이 이렇게 중요하다)
오늘도 역시나 조식으로 시작하는 아침.
어젯밤도 잠은 역시나 깊이 잘 수 없었다.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웃음 소리와
문을 여닫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느라
신경이 곤두서있었기 때문이었다.
퀭한 얼굴로 조식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30분 정도를 자고 일어났다.
오늘은 일요일!
처음부터 알고 왔던 건 아니지만
치앙마이는 주말에만 열리는 시장이 있어
주말에 오면 좋다고들 한다.
특히 일요일 오후에는 치앙마이의 최대 규모의 시장인
선데이마켓이 열리기 때문에
여행자는 물론이고 현지인들까지 모인다고 해서
어제부터 내내 기대했더랬다.
선데이마켓은 17시부터 본격적으로 열린다고 하니
오전에는 찡짜이 마켓을 둘러보기로 했다.
금요일에 도착해 일요일이 되었으니 3일차가 되는데,
3일 정도 있어보니
혼자라서 외롭다라는 감각보다는
치앙마이를 찾은 여행자들의 설레는 표정과
치앙마이 구성원인 현지인들의 일상에 젖은 얼굴을
유심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선물을 사려고 살피는 분주한 손길과
그들에게 친절한 얼굴로 시식을 건네는 손길이
섞인 평화로운 장면들.
혼자 떠나는 여행,
생각보다 별 거 아니잖아?
징짜이 마켓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커피 사먹기.
그 다음으로 한 건 점심으로 먹을 팟타이 구매하기.
기본 팟타이, 스몰 사이즈로 선택하니 50밧.
한국 돈으로 2,100원 정도.
전날 먹었던 미슐랭 식당보다도 맛있었다고 느낀 건
가성비 때문이었을까.
치앙마이에 올 때 아무런 계획을 짜지 않았지만
5가지 버킷 리스트를 정해왔었다.
그 중에서도 '팟타이 맛집' 가기는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 아니더라도 괜찮다고,
나만의 맛집을 찾아보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징짜이마켓에서 맛집을 찾다니.
팟타이를 아주 맛있게 먹고
징짜이마켓을 둘러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사람처럼 앉아있던 곰인형.
너도 덥니?
나도 덥단다.
징짜이마켓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다가
더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간 '굿굿즈'
한국인들이 기념품으로 많이 고른다는 파우치도 보고
스누피도 보고
굿굿즈에 가면 한번쯤 먹어본다는 밀크티도 구매.
어딜 가든 아메리카노를 먹는 '아메리카노' 파였지만
치앙마이에서는 밀크티도 많이 마셨다.
여행이라는 건
내 새로운 입맛과 취미를 찾아가는 일인가보다.
내가 밀크티를 좋아하는지 나도 몰랐지.
내가 떠난 8월의 치앙마이는 우기였으나
4박 5일 동안 떠나는 날 빼고는 내내 날이 맑았다.
우기라는 이유로 치앙마이를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두고두고 후회했겠지.
4년 다닌 회사를 퇴사한지 한 달이 막 지나가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알겠다.
내가 얼마나 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살았는지.
*치앙마이 우기(비가 많이 오는 계절): 5월 중순 ~ 10월. 특히 8~9월은 비가 자주, 세게 옴.
징짜이마켓을 한 바퀴 둘러보니 앉아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마켓 내 카페에는 어딜 가든 사람이 많아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카페를 찾아 15분을 걸었다.
푸른 정원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선택한 카페는
"early owls"
15분을 걸어오느라 얼굴에 열이 차올라서
시원한 실내 자리에 앉고 싶었지만 이미 만석이었고,
어쩔 수 없이 커피 한잔을 사서 야외 자리에 착석.
더운 날이었지만 그늘은 시원했고,
야외자리에 앉는 손님을 위해 선풍기를 틀어두고 있어서 앉아있을만 했다.
야외 자리에 앉아 메모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하늘도 보고.
여행이란 이런 거지.
여유를 즐기는 거지.
혼자 있기에, 다음 일정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기에
만끽할 수 있는 여유라서 더욱 행복했다.
중간에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내 자리에서는 볼 수 없었고 나가기 직전에 1층으로 내려가 공연을 잠깐 보았다.
평화로운 정원과 버스킹.
이 순간을 두고두고 잊지 못할테지.
카페에 나갈 때쯤에서야 알게된 사실.
전날 잠이 안 와서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시청했는데,
와이파이가 중간에 끊겨서 오늘 하루 데이터를 다 썼다는 사실!
징짜이마켓에서 데이터를 쓸 때만 해도
좀 느린가 보다 하고 말았는데
카페에서 데이터 사용 내역을 보니
이미 오늘 하루치를 다 쓴 게 아닌가.
그제서야 깨달았다.
하루 1기가짜리 데이터를 구매했다는 사실을.
준비해둔 현금은 많지 않았고,
그랩(택시)을 부르거나, GLN결제 (qr코드)를 하려면
데이터가 필수인데 하필 오늘 같은 날 데이터가 없다!
난감했지만 숙소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선데이마켓은 일요일만 여는 걸.
잘 터지지도 않는 데이터를 가지고 여러번의 시도 끝에
그랩을 무사히 불렀고, 그랩을 타고 선데이마켓이 열리는 곳으로 향했다.
선데이 마켓에 도착하고 보니
데이터가 터지지 않아서 난감한 것은 또 있었다.
지도를 불러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과 gln 결제 전 로딩 시간이 긴 것 뿐만 아니라,
식당에서 추천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한국인 입맛에 맞는 메뉴는 무엇인지 검색하는 일 또한 할 수 없었던 것.
나는 쭈뼛거리며 한국인들이 한번쯤은 꼭 들른다는
'블루 누들' 식당에서 서성거렸고, 빈자리에 착석했다.
자리에 앉았는데도 직원이 오질 않았고,
어떻게 하지 눈치를 살피던 나는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한국인이세요?"
"네?"
"한국인이세요?"
"네. 왜 그러세요?"
"혹시 여기 주문을 직접 가서 해야하나요?"
"아뇨, 기다리면 올 거예요."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친절하게 말해주었고,
그외에도 qr코드로 주문을 할 수 있지만
인터넷이 안 되면 직원에게 직접 주문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해외에서 만나는 한국인은 정말 반가운 존재구나.
한국인의 도움 덕분으로 무사히 쌀국수를 주문해서 먹을 수 있었고,
터지지 않는 데이터를 끈기있게 기다린 끝에
gln으로 결제까지 완료할 수 있었다.
gln으로 결제를 못하면 어떡하지? 하고 진땀 흘렸지만
기나긴 로딩 끝에 qr코드를 결제할 수 있었고,
식당에서 나와 땀을 닦으며 생각했다.
어떻게든 되는구나. 너무 겁낼 필요 없구나-
배도 부르니 이제 선데이마켓을 돌아볼까.
치앙마이에 많다는 사원도 구석구석 구경하고,
하나쯤 구매한다는 코끼리 기념품도 구경하고.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구경하고 나니
슬슬 허기가 몰려왔다.
(쌀국수는 배가 금방 꺼지니까)
초밥은 신선도가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치앙마이는 더운 야외에서 초밥을 팔고 있었다.
파리도 많이 날리고 있었고,
파는 사람들과 사는 사람들의 대화에서 튄 아밀라아제도 많을 것 같았지만
내 면역력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제일 만만해보이는 세 개의 초밥을 구매.
(생각보다 초밥 상태가 괜찮았던 모양인지 탈은 나지 않았다)
17시부터 본격적으로 열리는 선데이마켓에 내가 도착한 건 16시.
17시가 넘어가기 시작하니까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이리저리 치이기 시작했다.
(아유 정신없어)
쌀국수도 먹고, 초밥도 먹었기에
배가 불러서 야식은 간단한 것으로 구매.
맛있어 보이는 것으로 골라서 구매했는데
미트볼 꼬치가 생각보다 맛있었고, 롤은 생각보다 건강한 맛이었다.
꼬치 (돼지고기 미트볼 꼬치)
태국어: ลูกชิ้นหมูปิ้ง 발음: 룩 친 무 삥
쌀피 롤 (쌀국수피에 싸먹는 반 꾸온 스타일)
태국어: ก๋วยเตี๋ยวปากหม้อ 또는 ปากหม้อเวียดนาม 발음: 꾸어이 띠아오 빡 머어
선데이마켓이 열리는 곳은 '타패게이트' 근처인데,
비둘기가 엄청 많았고, 그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여행객도 몹시 많았다.
비둘기를 무서워하진 않지만
청결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던 나는
무심한 얼굴로 그들을 지나치는데,
한쪽에서 자꾸 비둘기가 떼로 날아오는 게 아닌가.
왜 그런가 살펴봤더니,
어린 애들이 장난이랍시고 비둘기를 쫓아내고 있었다.
떼를 지은 비둘기가 내 머리 위로 푸드득 날아갔고-
비둘기를 내쫓는 아이들과
사람들 근처에 먹을 것이 많다는 것을 아는 비둘기떼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펼쳐지는 것을 보며
다음엔 타패 게이트는 안 와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
그리고 선데이마켓에서 한참 돌아다니다가 고른 선물!
한국으로 가져갈 기념품으로 뭘 사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3개에 100밧에 팔고 있던 작은 파우치 세개를 구매했다.
파우치는 많지만, 치앙마이 파우치는 처음이니까.
오늘의 치앙마이도 무사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