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여행의 팔할은 날씨가 차지하니까
"어디다 써먹을진 몰라도" 시리즈는 이런 이야기들이 담깁니다
계획했던 여행, 우연히 떠난 여행
템플스테이부터 백패킹까지
때로는 실패담, 때로는 소소한 발견들
집 밖에서 마주한 일상의 조각들
특별할 것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를 기록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공간입니다.
오늘도 여전히 조식으로 시작하는 아침.
오믈렛을 요청드리고,
밀크티를 뽑아와 원하는 음식을 퍼와서 자리에 앉았다.
퇴사 후 집에서도 아침을 안 챙겨 먹게 되었는데
조식 패키지로 구매했더니 억지로라도 일찍 일어나 아침을 챙겨먹게 된다.
다음에도 조식이 있는 숙소를 잡아야겠어
오늘도 조식을 먹고
잠깐의 휴식 후 길을 나섰다.
우기에는 푸른 하늘을 잘 볼 수 없다고 하는데,
오늘은 푸른 하늘이 펼쳐질 정도로 날씨가 좋았다.
이렇게 좋은 날씨를 어떻게 만끽할까 고민하며 걷다가
꼭 가보고 싶었던 리스트레토 카페에 갔다.
숙소에서 15분 거리에 있어서, 좋은 날씨를 만끽하며 걸었다.
리스트레토 카페는
커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거의 필수로 들르는 유명 스페셜티 카페로, 내부 규모는 생각보다 작았다.
카페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것이 두 가지 있다면,
하나는 '혼자서도 해외로 떠날 수 있다'는 용기와
또 다른 하나는 손글씨로 빼곡히 써내려간 나만의 메모라고 할 수 있다.
유명 스페셜티 커피라서 그런걸까.
한잔에 108밧(한국돈으로 4600원)을 내고 마셨지만
커피를 깊게 음미하기엔 양이 너무 적어서 슬펐다.
오늘의 목표는 '카페투어'와 '마사지 받기'로 정한 건,
리스트레토에서 커피를 마시면서였다.
어딜 가도 행복하겠지만,
카페에 앉아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
리스트레토에서 나와 정처 없이 걷다가 발견한 카페.
빨간색 차양이 눈에 띄어서 고민 없이 들어갔다.
코앤코라는 카페였고,
낮에는 브런치 카페로,
저녁엔 펍으로 운영되고 있는 듯했다.
멋드러진 분위기의 카페.
저녁에 와인을 마시러 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던 곳.
하지만 나는 아직 해가 중천에 떠있었기 때문에
술을 먹진 않고 연어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했다.
연어 샌드위치는 연어가 신선해서 맛있었고,
커피는 스페셜티라 고소한 맛이 잘 느껴져 좋았다.
그 다음으로 간 곳은 마사지샵!
태국에 가면 하나 같이 입을 모아
'마사지는 꼭 받아야 해!' 하길래
용기 내어 가보았다.
발이 잘 붓는 편이라서 발 마사지를 선택했고,
1시간에 350밧이었다.
한국돈으로 1만5천원에 한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니.
어찌나 시원한지 나중에는 잠에 든채로 받았다.
내가 간 곳은 '빈티지 마사지 (vintage massage)' 샵으로, 마사지사 분들도 많았고, 규모가 꽤 커보였다.
치앙마이에서 가성비 마사지샵 찾는다면 추천드립니다.
그 다음으로는 한국 음식이 먹고 싶어서 찾아간 곳.
'먼데이 디너'라는 한식당이었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가 먹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냉면 사진을 보자마자 홀린 듯 냉면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고기와 냉면이 잘 어울려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한식 러버인 나는 이웃나라인 일본에 가도 한식이 그리워지곤 했는데, 태국 음식은 생각보다 잘 맞는 것 같다며 맛있게 먹었지만 한식을 먹어보니 알겠더라.
나는 빼도박도 못하는 한식러버라는 사실을.
치앙마이에 한식당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이른 저녁을 먹고 나왔는데도 아직 밝고 맑았다.
구름이 폭발하는 것처럼 새하얗고 몽글몽글했다.
그저 하늘만 보고 있어도 너무 좋을 것 같은 날씨에 행복해졌다.
어디론가 가야만 한다는 강박 없는 여행이라니
어쩌면 사치일지도, 낭비일지도 모르는 이 시간 속에서만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이라
말로 설명할 수 없이 풍족하게 느껴졌다.
퇴사 후 매일 같이 하던 생각.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가끔 그 생각에 사로잡힐 때면
새벽이 다 지나도록 잠에 못 들곤 했는데
낯선 해외에 와 온전히 내 하루를 즐기다 보니
그런 생각에 멀어진 것이 느껴졌다.
대신 치앙마이에 와서 드는 생각들은 이런 것들이었다.
이래도 괜찮다는 생각.
어쩌면 조금 돌아가도 괜찮다는 생각.
쉬어가자는 생각.
그 다음은 쇼핑을 했다.
돈을 넉넉하게 갖고 온 건 아니라서
눈에 띄는 것만 몇 개 집어들었다.
다음에 간다면 꿀을 조금 더 많이 사와서
친구들한테 나눠줘야지, 생각했다.
쇼핑 후 짐을 숙소에 내려놓고 재즈바에 가려고 길을 나섰다.
길치로 살아온 나는
몇 년 동안 다닌 길도 헷갈릴 때가 많아서
늘 지도를 손에 쥐고 사는 편인데
마지막 날 밤이라 들떴는지
이정도는 지도를 안 볼 수 있어! 생각하고 걷다가
길을 잃고 말았다 ^-ㅠ
부랴부랴 지도를 켜서 다시 돌아가다가 본 광경.
지붕만 있는 곳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계셨다.
길을 잃지 않았더라면
볼 수 없는 광경이라 기억에 남는다.
때론 길을 잃어야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구나 생각하면서.
무에타이 체험을 해볼 수도 있다고 하던데,
다음에는 무에타이 체험도 해봐야겠다.
치앙마이는 재즈바, 버스킹, 공연 등이 활성화 되어 있는데,
"예술가 친화적인 도시 기질 + 관광객·외국인 수요 + 대학생 문화 + 밤 기온·환경이 맞물려서" 라고 한다.
타패 게이트 근처에 유명한 재즈바가 있다고 들었지만,
거기까지 가긴 너무 멀어서 '원님만'에 있는 '론리 하츠'에 방문했다.
눈 앞에서 공연을 볼 수 있으니
홀로 재즈바에 앉아있어도 전혀 외롭지 않는 게 신선한 경험이었다.
재즈바에 앉아 신나는 공연을 들으며 몸을 좌우로 흔들었는데, 맞은 편에 앉은 외국인이 그런 나를 보더니
함께 몸을 좌우로 흔들며 리듬을 타는 것 또한 재밌는 경험이었다.
맥주 두 병을 시원하게 비우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댕댕이가 더운지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누워있었다.
근처 상점에서 키우는 것 같았는데,
차가 쌩쌩 달리는 거리에 목줄 없이
풀려있는 게 걱정스러웠지만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마치 사람 같아서 걱정을 않기로 했다.
내일이면 떠나는 날이다.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입에 아쉬움이 잔뜩 고이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