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다 써먹을진 몰라도
- 나혼자 “치앙마이” (1)

1. 한다면 한다니까요

by 이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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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다 써먹을진 몰라도" 시리즈는 이런 이야기들이 담깁니다
계획했던 여행, 우연히 떠난 여행
템플스테이부터 백패킹까지
때로는 실패담, 때로는 소소한 발견들
집 밖에서 마주한 일상의 조각들

특별할 것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를 기록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공간입니다.





1. "퇴사 하고 뭐해?" 라는 말이요.


4년 동안 일한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을 고른다면

"퇴사 하고 나서 뭐하고 지내?" 라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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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게 왜 궁금해요?

하고 까칠하게 답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답하지 않은 건

내가 예민해진 상태라는 걸

모른 척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퇴사 후 다양한 경험을 해서

내 견문을 넓히겠다는 일념 하나로 매주 다른 곳으로 떠났다.

후쿠오카에 다녀오기도 하고

상주에 캠프를 다녀오기도 하고,

합천 해인사에 자원봉사도 다녀왔다.


이제 그 다음은 뭘 하지?

뭘 해야 좋을까?

10년도 더 전, 20대 초반에 하던 고민을

지금 다시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돌아올 수 없는 청춘의 시간이라는 걸 알기에

치열하고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로 했다




처음에 고민하고 있던 "제주 한달살기"를 떠날까?

아니면 해외 여행을 떠날까.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고민하다 보니

나는 어느 새 치앙마이 행 비행기에 올라있었다.


10년 만에 떠난

'나 혼자' 해외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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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친구가 전수해준 팁.

그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 다섯개 정도를 외워가라고 했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그 말이

타지 사람들에게 좋은 스몰토크가 될 거라면서.


덕분에 나는 '땡큐' 보다 '코쿤카~'를 더 많이 썼고,

싸와디카~를 외치면 웃어주는 태국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사는 곳에는 치앙마이 직항이 없어서

인천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고,

인천공항에 내려 잠깐 저녁을 먹은 뒤 다시 비행기에 탔다.

무려 11시간 넘게 이동하는 데에만 시간을 쓴 꼴이었다.


비행기나 차에서 멀미 때문에 계속 조는 편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두 눈이 똘망똘망했다.


혼자 떠난 해외여행이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태국 시간으로 22시가 다 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으나

직원은 불쾌한 기색 없이 친절하게 체크인을 도와주었고,

4박을 한 곳에서 묵는 내게 꼭 필요한 정보들을 빠르게 알려주었다.





2. 혼자 해외 여행을 떠난다는 건 이런 거구나




숙소는 좋았다.

욕실도 쾌적했고, 침대는 넓었으며

ott를 볼 수 있어서 잠들기 직전까지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볼 수 있었다.


혼자 떠난 첫 해외 여행인 만큼

치안이 좋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숙소 위치도 외곽이 아닌 중심가에 있는 곳으로 골랐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럼 뭐해.

혼자라서 이 좋은 숙소를 함께 나눌 사람이 없는 걸


224c3252fda215b8b48c4b6d581a8831.jpg 첫날밤,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한 생각 = 혼자 쓰기 몹시 넓은 거 같다




혼자 쓰기에 넓은 편인 이 숙소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소파였다

땀 흘리고 숙소로 잠깐 돌아왔을 때,

소파에서 쉴 수 있었기 때문.





장거리를 이동해왔고

타지에 왔으니 편의점 털이는 한번 해줘야지.


다행히 숙소 근처 8분 거리에 편의점이 있었고,

나는 약간 긴장되는 마음으로 숙소를 나섰다.


치앙마이 밤거리는 한국과 다르게 어두운 편이었고,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누워있는 노숙자들도 있었다.


낯선 곳이라 느껴지는 떨림을 애써 누르며

편의점에서 들어서서 물과 맥주, 간단한 요깃거리를 샀다.


맥주는 시원해서 맛있었고,

삼각김밥은 흔히 먹던 맛이라 좋았다.




간단한 야식을 먹고 침대에 누워 떠올렸다.

퇴사를 하고 어느새 한달이 흘렀다는 사실을.

내가 생각한 시간 속에서,

내가 원하는 만큼 잘 흘러가고 있는 걸까?

한숨이 길어지는 만큼 고민이 길어져 발목을 붙잡는 것 같았다.




누군가 그랬다.

밤에 하는 고민은 깊어지기 십상이니 웬만하면 아침에 하라고.

그래, 일단 자자.


내일은 정말 치앙마이를 즐기러 가야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