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들었다 놨다 하며 혹시 연락이 왔나 확인하게 되는 것.
약속시간이 다가올수록 시계바늘이 느리게 가는 것 같아서 "고장 났나?" 하며 다른 시계와 비교해보는 것. 1분 전에 봤는데 또 보니 고작 30초밖에 안 지난 것. 디지털시계, 아날로그시계, 휴대폰 시계까지 번갈아가며 확인하는 것.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지?" 하며 답답해하다가도 또 시계를 보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시계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서 다른 사람에게 "지금 몇 시예요?" 하고 물어보고 싶어지는 것.
방금 전에 확인했는데도 "혹시 모르니까" 하며 또 휴대폰을 여는 것. 알림이 와서 급하게 확인했는데 스팸 메시지여서 "아..." 하고 실망하는 것. 카톡도 확인하고 문자도 확인하고 전화기록도 확인하는 것. 소리를 켜뒀나 진동을 켜뒀나 몇 번씩 확인하는 것. 배터리가 꺼지면 연락을 못 받을까봐 충전기까지 챙기는 것. 휴대폰 화면이 조금이라도 어두워지면 "혹시?" 하며 밝혀보는 것.
혹시 내가 없는 사이에 올까봐 자리를 비우지 못하는 것. 화장실도 못 가고 물도 못 사러 가는 것. 주변을 서성거리면서도 늘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것. "5분만 더 기다려보자" "10분만 더" 하며 스스로와 협상하는 것. 다른 사람들이 만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시간 잘 지키네" 하고 부러워하는 것. 그래도 포기하지 못하고 "곧 올 거야" 하며 자신을 다독이는 것.
"교통이 막히나?" "일이 생겼나?" "몸이 아픈가?" 하며 좋게 생각해보려 하는 것. 그러다가도 "혹시 약속을 까먹었나?" "나한테 관심이 없어진 건 아닐까?" 하며 나쁜 상상으로 이어지는 것. "사고가 난 건 아닐까?" 하며 걱정하다가도 "아니면 그냥 안 오는 건가?" 하며 의심하게 되는 것. 머릿속으로 수십 가지 시나리오를 그려보며 "만약 안 오면 어떡하지?" 하고 불안해하는 것.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상은 더 극단으로 치닫는 것.
그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드디어!" 하며 가슴이 뛰는 것. 하지만 겉으로는 "한 시간이나 늦었잖아" "연락도 안 하고" 하며 짜증난 척하는 것. 그 사람이 사과하면 "괜찮아, 뭐" 하며 금세 풀리는 것. 사실은 와줘서 고맙고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더 큰 것. 기다렸던 시간의 답답함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날 수 있다는 기쁨만 남는 것.
앉아있으면 답답해서 일어서고, 서있으면 다리가 아파서 앉게 되는 것. 벤치에 앉아서도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혹시 오는지 확인하는 것. 같은 자리에만 있기 답답해서 몇 걸음 걷다가도 "혹시 내가 없는 사이에 오면?" 하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서 있을 때는 무게중심을 오른발에서 왼발로 옮기며 몸을 흔드는 것. 앉아있을 때는 다리를 떨거나 손가락으로 무릎을 두드리는 것.
멀리서 비슷한 체형이나 옷차림의 사람이 보이면 "어? 저 사람인가?" 하며 눈을 찌푸리고 보는 것. 가까이 와서 다른 사람인 걸 확인하면 "아니네" 하며 실망하는 것. 같은 색깔 옷을 입은 사람, 비슷한 헤어스타일의 사람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뒤에서 오는 발소리에도 "혹시?" 하며 뒤돌아보는 것. 그렇게 몇 번 속고도 또 기대하게 되는 것.
옆에서 웃고 떠드는 사람들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지나가는 차 소리, 새 소리, 바람 소리까지 다 들리는 것. 평소에는 안 보이던 간판이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 기다리는 장소의 모든 디테일을 기억하게 되는 것. "여기 이런 게 있었나?" 하며 신기해하면서도 시간이 더 느리게 가는 것 같아서 답답한 것.
근처 편의점이나 카페가 눈에 들어와서 "뭐라도 사 먹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 그런데 막상 사러 가면 "내가 없는 사이에 오면 어떡하지?" 하며 망설이게 되는 것. 결국 빨리 사서 돌아오거나 아예 포기하는 것. 목은 마른데 화장실 갈까봐 물도 제대로 못 마시는 것. 기다리는 동안 할 일이 없어서 손이 심심한 것.
책을 펼쳐놔도 같은 줄을 몇 번씩 읽게 되는 것. 음악을 들어도 멜로디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 게임을 해도 자꾸 시간 확인하느라 제대로 못하는 것.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해도 "응, 그래" 하며 대충 대답하게 되는 것. 온 신경이 기다리는 그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어서 다른 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바람이 불면 "춥겠다" 하고 걱정하고, 해가 뜨면 "덥겠다" 하며 그 사람을 걱정하는 것. 비가 오면 "우산 챙겼을까?" 하며 더 걱정되는 것. 내 컨디션보다 오는 사람의 컨디션이 더 걱정되는 것. "이 날씨에 오기 힘들 텐데" 하면서도 꼭 왔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
"나도 이렇게 기다리게 하면 안 되겠다" 하고 반성하게 되는 것. 평소에 시간을 지키지 않던 내 모습을 돌아보며 "상대방이 이런 기분이었구나" 하고 이해하게 되는 것. 앞으로는 절대 늦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것. 기다리는 마음의 아픔을 직접 느끼고 나서야 시간 약속의 무게를 아는 것.
이렇게까지 기다릴 정도로 그 사람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 것. "별로 안 중요한 사람이면 진작 갔을 텐데" 하며 내 마음을 재확인하는 것.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수록 그 사람과의 만남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알게 되는 것. 보고 싶은 마음, 만나고 싶은 마음이 기다림을 견디게 해주는 것.
아무리 늦어도 "분명 올 거야" 하는 신뢰가 있어서 포기하지 않는 것. 그 믿음이 없다면 애초에 기다리지도 않았을 것. 기다림은 곧 믿음이고 사랑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것.
기다린다는 건 그래서 조급하지만 달콤한 시간인 것.
힘들지만 그래서 더 의미 있는 것.
만났을 때의 기쁨을 더 크게 만들어주는 것.
기다린다는 건 그래서 온 세상에서 가장 길고 짧은 시간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