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한달살기 in 장천

1. 어디서 흘러 와 여기에서 만나게 되었는지

by 이양고


1.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우리는 한달을 같이 사니까



20대 몇 번 놀러왔던 경험이 있는 순천.

회사를 다닌 후 발길이 뜸했다가

오랜만에 오게 된 건데도 여전히 정겹다.


낮은 건물과 친절한 사람들과

거칠지 않은 차량까지.


폭발하는 구름 앞에서,

앞으로 한 달 동안 지낼 순천이

뜻깊은 기억이 될 수 있기를 바랐다.





내가 약 한 달 동안 지낼 숙소는 '스테이두루'

버스에서 내리면 2분 거리에 위치해있다.





외관이 이렇게 멋스러운 숙소라니.

어쩌면 이곳을 진하게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한 달을 지내기 위한 짐은

작은 캐리어 하나, 백팩 하나.


이것도 챙겨야 하나, 저것도 필요하려나

싶은 마음 탓에 짐이 점점 많아졌고,

백팩도, 캐리어도 터질 듯 부풀었다.


순천 한달살기를 기대하는 내 마음처럼.




짐을 내려놓고 잠깐 주변을 걸었다.

하늘은 화창하고 구름은 폭발하고

날씨는 덥다.


이런 날씨에 바깥을 걷기란 힘든 일이지만

아무렇게나 찍어도 사진이 잘 나온다는 이점이 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한 켠에 놓인 책과

인테리어를 찬찬히 구경하고 있노라니

이번 한달살기를 함께 할 사람들이

하나 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처음 만난 이들이라 다들 조심스러운 상태.


며칠 뒤엔 이들이

친구처럼 반가울 것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미묘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존재도 모르던 우리들이

한 곳에 모여 자며 같은 밥을 먹고

그 동안 살아왔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될테니

이게 인연이 아니면 무어란 말인가.




13시에 모인 사람들끼리

'장천노랑극장'일이라는 곳으로 가

오리엔테이션을 함께 들었다.


돗자리와 떡을 포함한 웰컴키트가 손에 쥐어졌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활동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순천 한달살기를 하며

프로그램을 안내해줄 로컬 파트너와

주차에 따른 간단한 일정 설명까지.





이번 순천 한달살기에서 특히 좋았던 건

'아카이빙' 활동을 통해

순천에서 지낸 시간에 대해 남겨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매일 모든 활동을 꼼꼼히 글로 남겨

한 달 뒤에 돌이켜봤을 때

내가 잘 기록하였구나 생각할 수 있기를.


꼼꼼한 기록을 통해

나는 성장할 수 있을 테고,

한달살기가 끝난 후

어떤 생각과 어떤 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변해있을지 궁금하다.




약 한 달 동안 지낼 방!

룸메 두 명과 세 명이서 함께 지내게 된다.




이건 다른 3인실.

우리가 쓰는 방과 구조가 달라

비교 겸 찍어보았다.



한 달이나 지낼 테니

세탁이 반드시 필요한데,

옥상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어

원하는 대로 세탁도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주말에는 세탁 하느라 시간이 후딱 지나겠네.




이건 그냥 사심을 담아 찍은 사진이다.

지나가다 본 댕댕이가 인형같이 예쁘길래.



인솔자님께서 근처 맛집을 알려주시겠다고 해서

간단히 체크인을 하고 모여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구석구석 돌아보며 카페와 맛집을 알려주시고,

간단히 길도 알려주셨다.






날이 좋아서 어딜 가나 한 폭의 그림 같았고

어딜 찍어도 어여쁘게 담겼지만

그만큼 더워서 땀이 줄줄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잃지 않으신 인솔자님께 박수를,,


"오늘도 많이~ 행복하세요~"



주변을 돌아보고 난 뒤에는

다시 숙소로 돌아와

미처 풀지 못한 짐을 풀고

각자 어떤 침대를 사용할 것인지 정하고

잠깐 쉬다가 16시 30분에

다시 1층으로 모였다.




일몰이 예쁜 와온 해변으로 갈 예정인데,

아직 일몰까지 시간이 남아 카페에 들렀다.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통창.

몇 년 전 순천에 왔을 때는

순천에서 이렇게 예쁜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땐 면허조차 없는 뚜벅이라

시내에서 놀기만 해도 바빴으니까.





2. 내 우물의 폭이 조금씩 넓어지는 일



괜히 들뜨는 기분에 거울 앞에서 사진도 찍어주고.





인테리어를 신경 쓴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지던 '카페 와온'


우리는 이곳에 앉아

오리엔테이션 자기 소개 시간 때 했던

이름과 나이를 다시 한번 물으며

서로에 대해 확인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순천으로 와 모이게 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유의미한 일인지.


이 인연들이 서로의 삶에

티끌만큼이라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바랐다.





일몰 시간이 되어

'일몰 스팟'으로 찾아가는 길.

이건 정식 프로그램이 아니라서

인솔자분이 좋은 마음으로 호의를 베풀어서

운전을 해주셨는데,

덕분에 좋은 구경을 할 수 있어 기뻤다.


퇴사 이후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왜?'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돈'이나 '경력' 같은 물질적 요소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온 기쁨에서

활력을 얻는 사람들.


나는 이렇게 또 다시 한 번

내 우물의 폭이 조금 더 넓어진 것을 깨닫고 있다.



가만히 바다 앞에 앉아

일몰이 지는 것을 보고,

잔잔하게 일렁이는 파도와

붉은 노을이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윤슬을

시간 가는지도 모르고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다.


여행이란 이런 거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순간을

카메라에도 담고

눈에도 담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거지.


평생을 여행자의 마음으로

산다는 건 어떨까.


두 손에 쥔 게 없어

당장 내일이 불안할지라도

눈앞에 있는 것들을 감사할 수 있어

누구보다 행복한 삶 아닐까.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간 곳은 대패삼겹살집.


내가 먹어본 대패 중에

가장 크고 두툼해서 맛있었다.

심지어 반찬은 얼마나 맛있었는지.


신김치와 마늘만 띡 주는 곳이 아니라

정성을 듬뿍 담아 만든 여러개의 반찬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곳이었고,

하나씩 맛있게 먹고 있노라면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하라며

접시에 다시 한번 가득 올려주시는 곳이었다.


아, 어쩌면

나는 또 다시 순천에 오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고기를 잔뜩 집어 먹어 소화를 시킬 겸

근처 다이소에 다녀오다가

고즈넉한 분위기도 보고

오래된 간판임에도 불구하고

환하게 불이 켜진 치킨집도 보고.


아주 짧은 시간이 지나간 것 같은데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다들, 한 달 동안 잘 지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