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줄 알았지

두 번째 이야기

by 다니

코카는 참 닮고싶은 게 많은 고양이였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만 울었고, 장난감보다는 베란다에 내리쬐는 햇살을 더 좋아했다. 와중에 고집은 있어서 취향에 안맞는 사료나 간식은 절대 먹지 않았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한 걸음 물러났지만, 시야에 항상 닿는 곳에 있었다. 둘째 고양이 쪼꼬가 옆에서 아무리 울고 장난을 쳐도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코카가 사람이었다면 묵직하고 강인한 이였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 생전의 아빠가 머릿 속을 스치기도 했다. 꼭 필요할 때 말고는 말을 아끼고, 과묵하지만 호기심이 많고, 애교스럽지 않아도 애정을 전할 수 있으며, 주관이 뚜렷하고 단단한 사람.


그런 코카와 보낸 15년의 시간 중, 딱 한 번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 때의 기억이 어쩌면 이후의 시간을 많이 바꿔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아마 코카가 다섯 살이 되던 해였다. 엄마의 직장이 해외로 발령이 나서 대학생이었던 나와 코카만 본가에서 지내고 있던 시기였다. 평소와 다를 것 없어보였던 코카가 어느 날 갑자기 피가 섞인 소변을 봐서 바로 병원에 뛰어갔다. 요로결석이었다. 의사선생님은 아직 초기라 약을 잘 먹으면 수술 없이 치료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코카는 내 속도 모르고 고집을 부렸다. 어떻게든 약을 먹이려는 나와 어떻게든 먹지 않으려는 코카는 매일매일이 전쟁이었다. 급기야 내가 주는 모든 음식을 하루종일 안 먹기도 했다. 코카가 뱉어버려 바닥에 나뒹구는 약처럼 내 마음도 같이 너덜너덜해졌다.


그러던 중 이전의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영국 수의사 아저씨와 메신저를 하다가 조언을 받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굳이 억지로 약이든 밥이든 먹이지 말라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약 먹이기를 잠시 중단하고 좋아하는 밥과 간식을 여기저기 두었다. 그런데 왠걸, 거짓말처럼 일주일만에 증상이 나아졌다. 몇 주 더 병원을 다닌 끝에 완치 판정까지 받았다.


얼핏 보면 기적처럼 병을 이겨낸 감동적인 순간같지만 동시에 미숙했던 당시의 나에게 작은 씨앗이 생긴 순간이었다. '고양이에게는, 아니 최소한 코카에게는, 약이나 병원보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

억지로 하면 될 일도 안 된다는 주의로 이미 살아왔던 나였기에, 이 믿음은 더욱 쉽게 굳어졌다. 그리고 그 작은 씨앗은 고양이들과 함께한 십 수년의 시간동안 걷잡을 수 없이 큰 벽이 되어 동물병원과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다. 고양이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긴 했지만, 크게 문제가 있던 적은 없었다.


오랫동안 평온한 나날들이 이어졌고, 언젠가 이 시간이 끝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고, 하지 않았다. 그 시간 속에서 늘 한결같았던 코카였기에 나는 우리의 생애가 다르다는 단순한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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