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lla Apr 20. 2021

1. 반려견을 공부하다.

유튜브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한국에 와서 신기했던 것 중 하나는 애견숍들이었다. 미국에도 분명히 있긴 한데, 열심히 찾아보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전시된 강아지와 고양이들을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한데 한국은 대형마트에서도 강아지 고양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작고 하얀 털 뭉치 같은 아이들. 하지만 소위 말하는 퍼피 밀 puppy mill, 강아지 공장에서 나오는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고, 고양이 탱이를 입양했던 계기도 며칠 살아보지도 못한 게 불쌍하게 안락사당할까 두려워 결정했던 거라 정말 자연스레 유기견 입양을 알아보게 되었다.


유기견 중에서도 15킬로그램 이상 나가는 중형견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고 귀여운 애들도 좋긴 한데, 5킬로 남짓 나가는 아이를 키우느니 고양이를 키우지, 싶었고 아파트가 많은 한국의 특성상 큰 아이들이 입양이 힘들다는 얘기에 더욱 조금 큰 아이로 생각을 굳혔다. 


그렇게 매일매일 포인핸드 어플을 보며 입양해줄 반려인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에 애잔한 마음으로 꾹꾹 좋아요 버튼을 누르면서 난 틈틈이 공부를 했다.






유튜브는 정말 정보가 넘쳐났다. 특히 최근 반려견과 함께 사는 인구가 늘어나서 그런지 어마어마한 양의 콘텐츠가 반려견에 대한 것이었다. 게다가 학구열 높은 나라답게, 뭔가 체계적으로 배우기 좋은 동영상이 많았다. 그중 처음으로 눈이 갔던 건 보듬의 강형욱 훈련사가 진행한 교육 강의들이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ee1MvXr6E8qC_d2WEYTU5g).


유튜브 채널 "강형욱의 보듬TV" 갈무리


이외에도 미국의 Zak George (https://www.youtube.com/user/zakgeorge21), 뉴질랜드의 Doggy Dan (https://www.youtube.com/user/TheOnlineDogTrainer) 등이 다루는 강아지 입양과 훈련에 대한 비디오도 정말 열심히 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강아지 입양을 하기 전에 할 수 있는 준비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필요하다는 것들을 다 준비해 둔다고 해도 생각지 못한 것들이 분명히 있고, 다른 사람들은 쓰지 않지만 내게는 맞는 것들도 있다. 가장 도움이 되는 건 역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거였다. 


살짝 아쉬웠던 건, 유기견 입양 계기 및 후기는 많이 있었는데, 성견인 유기견을 입양한 후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준 블로그 같은 건 없었다는 점이다. 보통 아기 강아지 입양을 선호한다는 얘기도 있고, 아마 유기견들이 처해졌던 상황들이 모두 달라서 설명하긴 어려웠겠지만... 






"처음 키우는 거면, 믹스견보다는 품종견을 추천해. 아무래도 견종에 대한 정보가 많아서 알 수 있는 것들이 많으니까."


믹스견, 특히 진도 믹스견에 대해 알아보던 중, 강아지를 좀 키워 본 친구 하나가 조언을 해줬다.


현재까지 한 녀석만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 상황이라 아직까지도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들었을 때 이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강형욱 훈련사도 견종 백과 시리즈를 통해 한국인들이 많이 키우는, 또는 키워보고 싶어 하는 강아지들을 다뤘고, American Kennel Club (AKC)에서도 견종에 따른 성격들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는 걸 보면, 견종이 나름 중요해 보이기도 했다.


보더콜리는 에너지가 뿜뿜, 사모예드는 털이 뿜뿜, 라브라도르는 무조건 20킬로가 넘고... 역시 진도인가?


혼자 이런 상상을 하던 와중에 엄청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강아지를 키워본 경험이 없는, 그리고 아직 아이도 없는 신혼부부에게는 유기견 입양 자체가 힘들지도 모른다는 사실!! 


너무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다. 경험은 없을지라도 누구보다 강아지를 사랑해줄 마음과 그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돈은 좀 있었다. 그런데 신혼부부라서, 아직 아이가 없어서 입양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고?!


강아지 입양을 위해서 유기견 보호소에서 봉사하며 아픈 아이를 임시보호하다가 보호소의 태도에 상처를 받아 결국 지인을 통해 강아지를 입양한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읽으며 속이 터졌고, 강아지를 현재 키우고 있는 사람들의 바보 같은 행동들을 보면서 "나는 보다 잘할 수 있는데!"라고 속으로 외쳤다. 경험은 없지만, 지식을 쌓고 있었고, 사랑하겠다는 마음과 잘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 포인핸드에서 눈에 띄는 아이를 발견했다.


당시에는 공고 중이었던 아이.






반려견 입양을 준비하며 고민했던 부분들은 두 가지 정도였다.


나는 활동적인 사람인가?

나는 운동을 좋아하고, 몸 쓰는 걸 좋아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서 일을 하기 때문인지, 시간을 내어 몸 쓰는 일을 하는 걸 좋아한다. 간단하게는 설거지부터 청소도 즐겨하고, 최근에는 조깅도 시작했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던 중이었다. 신랑도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고, 우린 연애할 적 두세 시간씩 걷는 걸 좋아했기에 산책 같은 건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인내심 많은 사람인가? 

조잘조잘 쉴 새 없이 떠드는 변덕쟁이 조카와 이야기를 하던 어는 날, 신랑이 내게 말한 적 있다. "어떻게 저걸 꼬박꼬박 다 대답해줘? 혠은 정말 대단해." 웬만해서는 짜증도 화도 잘 안내는 스타일이라 당연히 인내심도 꽤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정도면... 강아지를 키울 자격이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땐 아는 것보다 몰랐던 것들이 훨씬 많았다.

작가의 이전글 「귀환일기」 by 엄흥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