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이루다
한 소녀가 길 건너편의 버스에서 내립니다
단정한 머리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키가 아주 작네요
자세히 보니 키가 작은 게 아니라 양쪽 모두 무릎 아래로 다리가 없습니다
발이 아니라 무릎이 신발을 신었습니다
무릎으로 꽃길을 밟고 학교로 향합니다
소녀는 낮아질 대로 몸을 낮춥니다
몸이 낮으니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합니다
높이 보니 더 멀리 갑니다
오늘, 두 다리가 부끄럽습니다
까치발을 들고 키를 높이려고 했지, 낮아지지 못했습니다
눈앞의 것만 보려고 했지, 높이 보지 못했습니다
편히 머무르기만 했지, 멀리 떠나지 못했습니다
이제, 무릎을 낮추어 겸손하게
시선을 높이고 담대하게
발걸음을 쉼 없이 내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