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루다 Aug 24. 2022

2022년 8월 20일, 호찌민

글·사진 이루다

2022 베트남 호찌민


한 소녀가 길 건너편의 버스에서 내립니다

단정한 머리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키가 아주 작네요

자세히 보니 키가 작은 게 아니라 양쪽 모두 무릎 아래로 다리가 없습니다

발이 아니라 무릎이 신발을 신었습니다

무릎으로 꽃길을 밟고 학교로 향합니다


소녀는 낮아질 대로 몸을 낮춥니다

몸이 낮으니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합니다

높이 보니 더 멀리 갑니다


오늘, 두 다리가 부끄럽습니다  

까치발을 들고 키를 높이려고 했지, 낮아지지 못했습니다

눈앞의 것만 보려고 했지, 높이 보지 못했습니다

편히 머무르기만 했지, 멀리 떠나지 못했습니다


이제, 무릎을 낮추어 겸손하게

시선을 높이고 담대하게

발걸음을 쉼 없이 내딛습니다


2022 베트남 호찌민




매거진의 이전글 2022년 8월 19일, 호찌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