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1일, 호찌민
카페 창가 너머로 두 사람이 보인다.
남자는 오토바이에 앉아 있고, 여자는 그 옆에 서 있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려도 알아들을 수 없지만 들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말보다 표정과 행동이 더 정확할 때가 있다.
금방이라도 상대 얼굴을 때릴 듯이 두 사람의 기세가 점점 세진다.
그렇게 부드러웠던 입술은 독사의 혀와 같이 상대를 쏘아댄다.
그렇게 부드러웠던 손길은 당장이라도 뺨을 날릴 것처럼 매섭다.
그렇게 부드러웠던 눈길은 금방이라도 눈알이 튀어 나올 듯이 드세다.
내 건너편 테이블의 두 여학생도 하던 공부를 멈추고 그들을 보며 서로 얘기를 나눈다.
아마 “내가 저래서 연애를 안 하지······.”라며 얘기를 나누고 있을까.
한참을 싸웠는지 두 사람은 헬멧을 쓴 후 남자는 오토바이의 운전대를 잡고 여자는 그 뒤에 타고 남자의 허리를 감싼다.
싸움의 흔적은 사라지고 그들은 떠났다.
그렇다.
모든 것은 지나가리.
그러나 하지 않으면 오지도 않고 지나가지도 않는다.
두려운 당신, 사랑이 두렵게 사랑을 뜨겁게 하라.
무서운 당신, 실패가 두렵게 실패를 과감하게 하라.
이별 뒤에 만남이 오고
절망 속에 희망이 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