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8일의 일기
작업실을 가려고 현관문을 여는데 핸드폰을 챙기지 않은 게 생각이 났다.
작업실까지 가서 생각난 게 여러 번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디에 뒀는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핸드폰이 있을만한 곳들(늘 놔두거나 전에 한 번이라도 뒀던 곳들...)을 찾아보는데
전에 설거지하고 건조된 밥솥을 제자리에 두며 그 안에 핸드폰을 넣고 뚜껑을 닫아 몇 시간을 찾던 적이 있어서 밥솥까지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댕이 방석 밑에도, 냉장고 안에도, 침대 머리맡에도 핸드폰은 없었다.
한참 찾으며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하는데 카톡 소리가 외투 주머니에서 우렁차게 울렸다.
아니, 언제 넣어 둔 거지?
나름 파랑코(제가 운영하는 소품 브랜드입니다.ㅎㅎㅎㅎ)의 인기상품 눈사람 아이스크림 카드가 재고가 없어서 인쇄를 맡기는데 도무송(그림 외각을 라인대로 따는 후가공)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사실 작년에도 도무송을 하지 않아 일일이 자르느라 힘들었었는데 고작 100개 맡기는데 도무송 하려니 주문비용이 확 올라가서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도 했는데 올해도 그냥 오려보자는 생각으로 도무송 없이 주문을 하고 인쇄물 받았는데......
아직 가위도 잡지 않았는데 건초염이 도지고 손가락 관절이 아파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루에 20개씩만 오리면 되겠지.....ㅜㅜ
어제의 나 정말 밉다.
댕이는 가끔 발랑 뒤집은 채로 네 다리를 하늘로 올리고 있거나 다리들이 제각각 늘어져 있거나 하는데
도대체 왜 그러고 있는 걸까????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이런 생각하나?
눈동자도 멍해 보이는 게 눈뜨고 자는 건 아닌가 싶어 배를 만지려다가 솜방망이 펀치를 맞았다.
자는 건 아니구먼.ㅎㅎㅎㅎㅎㅎ
남편이 나에게 '여봉~'이라며 어울리지 않게 아양을 떨어댈 때는 다 꿍꿍이가 있기 때문이다.
절대로 아무 일이 없이 여봉이라는 소름 돋는 말은 하지 않는다.
대부분 무얼 사겠다며 허락을 요하는 일들인데 1번은 차선, 2번은 최선책을 말하며 날 교란시키는데
연애 3년+ 같이 산 짬밥 19년 총 22년의 경험치로 둘 다 차단시켜야 그나마 나도 납득 되는 3번을 가져온다.
내가 듣지도 않고 1번 안돼, 2번은 더 안된다고 칼같이 말하면 어떻게 알았냐며 놀라워하는데......
그걸 모르는 게 더 이상한 거야. 이 남편님아.
너는 내 손바닥 위에 있다는 걸 명심하라고요.
오늘은...
핸드폰은 왜 내 외투 주머니에 있는지 미스터리하며 나는 왜 사서 고생하는지 미스터리, 댕이는 왜 가끔 고장 난 자세로 있는 건지 미스터리하고 남편은 자신의 요구 방법을 왜 바꾸지 않는 건지 미스터리하다.
미스터리의 날이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