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다시 음악의 도시
왕궁정원에 있는 모짜르트 동상. 가을의 초입에서 만난 모짜르트 동상을 찍은 이날 사진은 정말 '음악의 도시, 빈' 그 자체를 보여준다.
붉은색 베고니아 꽃으로 이루어진 높은 음자리표, 초록색 잔디, 하얀 대리석의 모짜르트 조각과 금으로 치장된 장식, 짙은 녹색을 베이스로 살짝 낙엽이 물들어가는 정원의 수목들, 파란 하늘과 하얀색 구름, 왼쪽 위에 보이는 베이지색 왕궁과 청록색 조각, 그 위의 황금 장식까지, 정말 배경과 동상, 화단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것을 다 의도하여 배치한 것 자체로 그 예술적 감각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도시에는 많은 동상, 그중에서도 음악가의 동상들이 있는데 모짜르트는 사후 공동묘지에 합장되어 실제 묘지가 없는 바, 이곳에 있는 그의 동상이 더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이 아름다운 왕궁정원에 이렇게 아름다운 높은 음자리표 화단과 함께 조성되어 있는 것만 봐도 그를 향한 이 도시의 사랑이 대단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짜르트 동상은 정말 '잘' 만들어졌다. 동상 자체는 젊은 그의 모습을 이상적으로 그려냈다. 몸짓은 우아하게 흥에 겨운 듯, 한 손은 악보를 넘기고 있고 한 손은 살짝 허공을 휘젓고 있다. 마치 지휘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꼿꼿하게 서 있거나 앉은 모습이 아니라 리듬을 타는 듯 음악에 취한 것 같다.
동상 밑에 있는 사각형 제단은 단순한 받침대가 아니라 다양한 의미를 가진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면에는 황금색 대문자로 MOZART라고 되어 있고 그 아래 그의 생몰연도가 로마숫자로 표기되어 있다. 그 밑에는 다양한 악기들과 월계수관이 있으며 그 중심에는 오페라 가면들도 보인다.
동상의 좌우측에는 많은 아기 천사들이 있다. (*얘네들을 뿌띠Putto(단수), Putti(복수형)라고 부른다고 한다.) 관객의 시선에서 왼쪽 편에는 모짜르트의 유명 오페라들과 관련된 상징들이 있다. 그리고 아기 천사 하나가 앞쪽으로 살짝 나와있는데, 위에 있는 모짜르트를 올려다보는 듯한 모습이 또 재미난 포인트이다. 오른편에는 바이올린을 들고 있는 뿌띠도 있으며, 뒤편에는 모짜르트가 신동 소리를 들었던 시절인 어린 시절 가족들과 같이 연주를 하는 부조가 있다.
모든 것들이 의미를 가지고 예술적 완성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이곳은 음악 애호가뿐 아니라 빈을 찾는 모든 이,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장소가 되었다. 빈=모짜르트=음악, 더불어서 화단으로 이루어진 높은 음자리표와 뒤쪽 정원, 그리고 왼쪽의 왕궁까지, 음악=자연=역사,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장소로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해진다.
누군가가 음악의 도시라는 애칭에 걸맞은 장소를 단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무지크페라인도, 슈타츠호퍼도 아닌 이곳 왕궁정원의 모짜르트 동상 앞이라고 답해주고 싶다.
오늘도 여기엔 많은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찾아온다. 모든 이의 사연은 다 제각각이겠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복잡한 삶의 악보를 내려놓고, 자유롭게 이 공간의 아름다움에만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이곳을 벗어나면 또 불협화음 같은 삶의 잡음들이 오늘 우리의 하루라는 악보를 뒤덮을 테지만, 아름다운 높은 음자리표 화단 옆에 놓인 벤치에 앉아 있는 잠시 동안만이라도 이 공간의 의미와 아름다움에 취해보면 어떨까? 마치 아름다운 음악 선율이 들려오는 것 같지 않은가? 빰 빠빠 빠 빠빠빠빠빰~ 빰빠빰빠 빠빠빠빠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