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의 팟캐스트는 2021년 6월에 멈춰있다.
도서 카테고리에서 책을 읽어주는 파트인데
내게는 잠들기 전 가장 편안한 목소리로 들렸다.
다른 몇 개의 방송도 들어봤지만 그만 못했다.
하여 통틀어 40여 개 남짓 되는 그 것을 다시 들었으며 그 중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조금 과장해서 백만 번쯤 반복 재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백만 번 쯤 들은 그 것들은 모두 시작만 있을 뿐 끝은 모른다는 점이다.
대부분 듣다가 잠이 들었기 때문인데
어떤 경우에는 본문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잠이 들기도 했다.
그렇다고 끝까지 들은 것이 전혀 없다는 건 아니다.
즉, 팟캐스트를 끝까지 들었다는 것은
내용이 재미있어 빠져 들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밤새 잠들지 못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보통 사십여 분에서 한 시간 가량 되는 길이를
어느 날엔가는 무려 세 번이나 들은 날도 있기는 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의 새 목소리가 업데이트되기를 기다리고는 한다.
작년 까지는 그래도 가느다란 희망이 있었지만
그마저 해가 바뀌고 나니 그냥 이대로 끝인가 싶기도 하다.
내가 모르는 복잡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겠고
본업에 충실하느라 봉사 의미였던 일은 그만 접었을 수도 있으리라.
어쩔 수 없는 서운함과 약간의 기대감으로 나는 여전히 새 에피소드를 기다리고 있다.
작년 11월 말, 제주도에 한 달살이를 하러 가는 길이었다.
한 달분 살림을 차에 싣고 완도까지 가서 차와 함께 배를 타고 제주항으로 갈 예정이었다.
괴산쯤 지난 때였을까? K가 물었다.
“그런데 노트북은 어딨어?”
“.......”
사람이 너무 기가 막힐 때는 당황스럽지도 않다는 것을 그 때 알았다.
“책상 옆에 세워 두고 그냥 왔네?”
“.......”
이번에는 K가 말을 잃었다.
돌아가기에는 너무 많이 와 버렸다.
제주에 도착해서 K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내년 한 여름에 있는 아내 생일 선물을 명분으로
키보드에 펜슬까지 포함한 새 아이패드를 사 준 것이었다.
있으면 폼도 나고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지만
내 것이 될 거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던 물건이 내 앞에 놓여 있는 것이 한동안은 얼떨떨했다.
지난 지가 오히려 얼마 안 되는, 아직 먼 생일을 끌어다 붙이면서까지
와이프 글 쓰라는 지지에도 불구하고 나는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그게 말이야, 글이란 게 버튼만 꾹 누른다고 턱 써지는 게 아니라서 말이야.”
누가 들으면 글 꽤나 쓰는 작가의 거드름쯤으로 들릴 수 있는 말로 억지까지 부리면서 말이다.
여하튼 글 안 쓰는 시간이 길어지니 글 쓰는 법을 모르겠고
글 쓰는 법이 생각나지 않으니 글은 점점 더 멀어졌다.
어제는 잠자리에 누워 습관처럼 팟캐스트를 켜다가 문득 엉뚱한 생각이 스쳤다.
내가 책을 읽어주는 그 분의 다정한 목소리를 2 년이 다 되도록 기다리듯
혹시 내 글도 누군가 그렇게 기다려주는 이가 있을까?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쩐지 그런 이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무척 고맙고 매우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언부언, 횡설수설, 앞뒤도 맞지 않고 뭔말인지도 모르겠고
그래도 써야겠다.
자세한 건 쓰면서 생각해봐야겠다.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나의 단 한 분의 독자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