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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숙 Sep 22. 2023

골드 회원이 되었다.

얼핏 들으면 회원 등급이 올라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강등이 되었다.

감자탕 메뉴에 소는 없고 중 대 특대가 있듯

이용하고 있는 서점 사이트 레벨은 플래터넘 골드 실버 순서로 되어있다.

줄곧 플래터넘 등급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 달에 골드가 되었다는 알림이 왔다.

책을, 사다보니 플래터넘이 됐는데 그게 뭐라고 막상 되고나니 때로는 등급유지를 위해 책을 사기도 했다.

오프라인 서점 무료주차, 서점 내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두 잔 무료, 도서 문구류 등 상품 구매할인권도 있었던가?

사실상 최고등급혜택을 누려본 건 없다. 어느 해엔가에 설국 배경지 여행 경비를 등급에 따라 할인을 해준다고 한 적이 있었으나 정작 그 때는 망설이느라 참여하지 못했었다.


첫 째도 마지막도 아닌 중간, 나는 2남 1녀의 가운데에 끼었다.

어렸을 때 오빠에게 얻어맞은 기억은 있지만 그렇다고 동생과 싸우면서 때린 적은 없었다.

오빠가 짓궂게 굴어서 화를 내면 오빠에게 대든다고 혼나고, 동생한테 뭐라고 하면 이해심이 없다고 또 혼났다. 

그런 모습을 보며 사촌 언니는 혼잣소리처럼 

가운데 껴서 위에서 눌리고 아래로 치받친다고 했다.

엄마는 내게 오빠 옷을 물려 입히기는 했지만 동생에게 내 옷을 물려 입히지는 않았다.

차라리 맏이거나 막내였으면 좋았겠다고 종종 생각했었다.

위로 오빠가 아닌 언니와 귀한 남동생을 가진 큰집 작은언니보다는 그래도 내가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냥 이론일 뿐 언니나 나나 도긴개긴이었다.

전교도 아니고 반에서 10등 안팎을 오르내리는 성적은 잘한다고도 그렇다고 못한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어정쩡한 등수 였고 일찌감치 커 버린 키가 6학년 때 160cm였던 것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으니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간쯤 되는 키다.

음식 간을 못 맞추지는 않으나 집에 갑자기 손님이 들이닥쳤을 때 의연하게 척척 술안주를 해 내는 수준은 아니다. 

작은 올케는 이 씨 집안의 피가 다른 것 같다며 내가 그린 그림을 칭찬했지만 거기까지 일뿐 공모전에 낼 수준은 아니며, 처음 해보는 솜씨가 아닌 것 같다는 도자기 선생님의 인사치레에 가슴이 뿌듯했지만 그 뿐이었다.



제주여행 마지막 이틀은 B와 함께였다.

하도리 쪽에 엄청 좋은 리조트를 찾았다며 머무는 동안 오라고 했다.


“테라스에서 내려가면 바로 바다야. 일출도 바로 볼 수 있고 일몰이 죽여. 

여기서는 어디 가지 않고 이 근처에서만 머물러도 좋아.“


그러면서 끝에 항상 붙이는 말은, 


“너 글쓰기 좋을 것 같아.”


그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누가 들으면 글 써서 돈 버는 사람으로 오해할까 싶어 민망하면서도 내심 기분은 좋았다.

B는 수학 선생님이면서 사진, 그림, 글을 좋아하고 잘 한다.

가끔은 신이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떻게 그렇게 몰아주셨는지.

같이 사진을 찍으러 다닌 적도 있었다.

같은 장소에서 B가 찾아내는 장면과 구도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사진을 보여주는 그녀의 표정은 늘 자신감에 가득 차있다.

내게는 아직 넘사벽인 그림에 대한 애정 또한 각별하며 스스로 ‘난 내 그림이 좋아’라고 말하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글쓰기 역시 끊임없이 노력하는 부분이다.

그런 B가 내 사진이나 그림에 대해 칭찬을 했던 기억은 없지만 글에 대해서는 툭 던지듯


“난 네 글이 간결해서 좋아.”


라고 말하고는 했다.

그 말이 듣기 좋았다.

어쩌면 나는 중간에 끼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아서 늘 어중간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뛰어나지는 않아도 못하지는 않으니 다행 아닌가.


생각해보니

플래터넘, 그 뭐 발음만 어렵지, 골드도 나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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