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연숙 Feb 14. 2024

당신의 찐가족은 누구인가요?



이미 몇 번인가 언급했듯이 시어머니의 가족 순위 첫 번 째는 혈연, 즉 어머니가 낳은 친 자식들이다. (거기에는 성별에 따른 차별이 없다.) 

그 다음이 사분의 일 피가 섞인 손주들이고

(여기에는 약간의 차별은 있다. 누가 뭐래도 어머니의 1등은 큰집 큰손주다.) 

사실상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며느리와 사위 등은 남의 집 며느리와 조금 다를 뿐 어머니에게는 크게 의미가 없다. 고 느껴진다.

그런가하면 친정엄마의 그 것은 철저하게 타산적이라 첫 번 째가 아들이고 며느리는 아들과 동급이므로 같은 순위, 그 다음 손주들, 심지어 유일한 딸인 나는 엄마의 백년손님인 사위에게 조차 밀린다.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마음 1도 없지만 혹여 그렇게 된다면 시어머니의 딸이거나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K의 형 부부는 친동생인 K와 나보다 사촌동서인 큰형님과 자주 어울린다.

심지어 아들의 결혼식 모든 준비를 사촌형님과 의논해가며 했다.

조카의 결혼식장에서 한쪽 귀퉁이에 마련된 좌석과 미리 준비해서 건네 준 폐백봉투를 보자 어디선가 들었던 하객 알바가 된 기분이 들었다. 

형님은 자신의 시부모님보다 시큰어머니와 시고모님을 더 챙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보인다.)

형님에게 물어본 적도 있지만 사촌 큰형님이 먼저 자주 연락을 해서 친하다는 말 외에 마땅히 이유를 들은 기억은 나지 않는다. 


‘형님은 왜 그렇게 까지 하시는 걸까.’


명절 며칠 전, K1이 선물로 받은 전복을 같이 먹자며 식구들을 소집했다. 

송년 모임에 이어 이 번에도 작은 삼촌네를 빼먹지 않았다. 

K1의 작은 삼촌, 즉 내 동생은 가까이 살기도 하지만 내게 많은 이해와 위로를 주는 특별한 사이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모일 때면 삼촌과 외숙모를 챙긴다. 

일정에 차질이 생겨 약속시간을 한 번 옮기고 나니 동생가족이 각자 일이 있어 참석을 못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당황스러웠다.


“낼은 어렵겠는디요. 일이 있어서... 찐가족끼리 맛나게 드세요~~”


라는 동생의 톡에 이어 


“찐가족끼리 좋은 시간 보내세요~~^^”


라고 올케가 쐐기를 박는다.


‘찐가족이란 무엇인가.’


삼십 년 동안 서운했던 시어머니의 자식 서열과 

평생 억울했던 엄마의 딸에 대한 무례

그리고 조카의 결혼식 무렵 이전부터 이해할 수 없었던 형님의 행동까지 

꽁꽁 엉켜있던 매듭이 한꺼번에 술술 풀리는 기분이다. 

문제는 각자 다른 찐가족의 범위였다.



폰을 바꾼 후 연락처 목록의 그룹 설정방법을 몰라 K와 아이들 이름 앞에 ‘가장’을 붙였었다.

가장 소중한ㅇㅇ 이라고 쓰고 보니 그래도 제일 자주 통화를 해야하는 K를 목록 맨 위로 올려야 할 것 같아서 ‘가장 멋진’이라고 썼다.

오래전 제주도 여행중 게스트하우스에서 한 방에 묵던 친구가 그걸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어머어머어머!! 정말 낭만적이시다. 남편이 가장 멋지다니. 세상에. 부러워요.”

“......??”


시어머니의 찐가족은 피와 살을 내어준 아들과 딸들이고

엄마의 그 것은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를 든든하게 맡길 아들 며느리이고

형님이 가족이고 싶은 이는 형님에게 좋은 말을 자주 건네주는 살가운 사람이고

동생이 말하는 찐가족은 부부와 아들인가? 엄마를 낀 자기 가족인가?

동생이 생각하는 나의 찐가족은 K와 딸 사위 아들 며느리까지 인가?

그렇다면 연락처 이름 앞에 ‘가장’을 붙인 사람들이 나의 찐가족이겠네.

시댁에서도 친정에서도 겉돌기만 했던 나로서는 사실상 찐 가족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나는 그런데

그대는 어떤가요?

찐가족이 있나요?

당신의 찐가족은 누구인가요?









작가의 이전글 치킨은 지가 먹자고 하구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