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파리를 거쳐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을 할 때였다.
3주 일정이었던 여행에서
처음 한 주는
내 다시는 남편하고 여행을 하나봐라, 했었고
두 번 째주는, 그래도 오기를 잘했네 싶었고
마지막 주에는, 남편하고 하는 여행이 마음은 몰라도 몸은 편하다고 생각했다.
유럽여행이 두 번째 였던 K나
몇 번 경험이 있지만 딸과 함께였거나 여행모임에 끼어서 갔던 나나
어차피 자유여행은 처음이었다.
죽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든
안 가보면 후회할 곳이든
가고 싶으면 가고 쉬고 싶으면 안 가도 그만이었다.
자유 여행의 좋은 점이 그런 것이겠지만
실상은 안 가고 싶다기 보다는
K의 안전 제일주의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멋진 곳이 있다고 하면
무작정 가보자는 나와는 달리
K는 일단 미루기 위해 나를 진정시키는 편이었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테니
혹시 생길지 모를 나쁜 일을 피하느라 좋을 수도 있을 경험을 포기하는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리하여 세비야에서는 론다에 가기를 포기하고
파리에서는 에펠탑 전망대를 포기했으며
포르투갈에서는 에그타르트를 포기했었다.
포르투갈에 가면 에그타르트를 먹어야 한다, 고 여행서에 소개돼 있었다.
에그타르트는 제로니무스 수녀원에서 처음 만들었다고 했다.
여행서에는 먼저 수녀원을 둘러보고
벨렘지구에 있는 에그타르트 맛 집에 가지만
그 주변 아무 집에 가도 맛있다고 했다.
벨렘 지구로 가는 버스를 타고 수도원에 도착할 무렵
수도원 건물보다 건물을 에워싼 끝이 보이지 않는 줄이 먼저 보였다.
운전을 하다가도 차가 막히면
어디로든 달릴 수 있는 길로 빠졌다가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오고 마는 K는
수도원 입장을 포기하자고 했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긴 줄에 서서 몸을 비틀 K의 눈치를 보느니
나도 그러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하여 벨렘지구에 가서 수도원에도 들어가지 못했고 에그타르트도 먹지 못했다.
포기는 쉬웠지만 아쉬움은 오래 남았다.
K의 조리과정이 막바지로 향하면서
요즘은 서로 개연성도 없는 재미있는 음식을 여러 가지 만들어 온다.
그 중에 에그타르트가 있었다.
리스본의 숙소 근처에서 사 먹었던 것에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그런데 K가 직접 만들었음을 강조하는 이 것은
필링은 많이 달지 않으면서 부드러웠으며
겉은 딱딱하지 않으면서 파삭해서 맛있었다.
먹어보지 못했던 벨렘지구 에그타르트가 이런 맛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K가 에크타르트를 만든 날 사진을 찍어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나 : 타르트?
K : 에그 타르트
아들: 전복구이 같기두 하구!
딸: 버터구이전복?
K : 에그타르타라고!!!!
며칠 후
아들 : 여친은 호박전인가? 가지전인가? 하지만 직관적으로 에그타르트일 것 같대!
참 멀리도 갔다.
전복구이에서 버터전복구이로 호박전으로 가지전으로 갔다가
결국 자기 정체성을 찾은 에그타르트.
덕분에 엉킨 실타래처럼 답답하던 마음이 잠시 포루토로 리스본으로 날아갔다.
얼굴에 닿는 바람이 달걀크림처럼 부드러워졌다.
금세 봄이 올 것 같다.
아파트 단지 옆, 완공된 건물에 입주 환영 현수막이 여기저기 붙었다.
카페도 들어오겠지?
써브웨이 들어오면 좋겠다.
써리원은 안 들어오겠지?
겨우내 공사 중이던 다리도 어제 개통 되어
넓고 깨끗한 다리 위로 차들이 시원스럽게 달린다.
뭐라도 희망적인 것을 생각하고 싶다.
K는 어제 중식 실기 시험을 끝으로 5개월 과정을 마쳤다.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 과정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가 몹시 궁금했었다.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등 그 많은 음식들도 나쁘지 않았지만
내게는 K선생의 에그타르트가 가장 진한 감동이었다.
물론, 다시 만들어 줄 수 있다면 더 할 나위가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