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러그 좀 깔고 살면 안 되겠니?

단추는 지금

by 이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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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들은 지능이 높다고 한다.

예전에 키우던 몰티즈가 80여종의 개 중 55위라는 말을 들은 적은 있어도

푸들의 지능이 몇 위인지 까지는 모른다.

다시 개를 키울 마음도 없었지만

더구나 푸들을 키울 생각은 없었다.

그럼에도 딸의 적극적인 추천 이유를 들어보면

첫 번 째가 털이 잘 빠지지 않는 다는 것

두 번 째가 영리해서 눈치가 빨라

중 장년 가정에 가장 인기 있는 종이라고 했다.

처음 단추를 데려왔을 때 선뜻 마음이 가지는 않았었다.

바로 전에 키우던 웰시코기의 짧은 안짱다리에 익숙해 있다 보니

이제 4개월 된 아가 푸들의 길고 엉성한 다리가 매우 어색했다.

게다가 아이들 말로 ‘억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 강아지는

어디를 봐도 보송보송 귀여운 아가의 느낌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푸들의 타고난 조심성과 경계심 때문에

빠르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적응을 해 가는 느낌이었다.

사람의 말을 알아 듣는 건지는 모르지만

K에 의하면, 무릎으로 올라오라면 올라오고 내려가라면 내려간단다.

손 달라고 하면 왼손을, 악수 하자고 하면 오른손을 내미는 것도

한 손 하이파이브나 앉아 엎드려 빵 3종세트를 동물병원 직원들 앞에서 하면

신기하다고 깜빡 죽는다며 자기가 더 뿌듯해했다.

그 표정이 생소해서, 정작 자기 아이들 키울 때 저런 표정을 한 적이 있었나?

를 생각해봤지만 기억에 없었다.

여러모로 K에게 단추는 말 그대로 반려동지임이 분명하다.

딸이 데려간 코기가 최근 들어 배변 습관이 퇴행했다고 한다.

잘 사용하던 배변판을 어느 날 엔가부터 거부하면서

다시 패드를 깔아주게 되었다고 했다.

개 나이로 치자면 한참 어르신인 코기를 보다가

야무진 자세로 배변판에 앉아 일을 보시는 단추를 보니

다른 건 몰라도 배변 습관 하나는 잘 들어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강아지를 이해하는데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고질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 전에 살았던 집은 겨울이면 추워서 난방열이라도 붙잡으려면

카펫이든 러그든 바닥에 뭔가 깔아 놓아야 한다고 했다.

단추가 온 첫 해에는 이미 겨울이었기도 하지만

단추도 아기 였으니 아예 깔지 않았다.

두 번 째 해에는 깔아 놓기 무섭게 등을 대고 부비다가 떼굴떼굴 구르며 좋아했다.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하루를 못 가 여기저기 지도가 그려졌다.

동전 세탁소에 가서 8천원을 들여 세탁을 해서 넣어두었다.

3년 차에는 그래도 좀 컸고 그 무렵에는 매일 규칙적인 산책을 하고 있으니

믿거라 하고 깔아 보았다.

주의 깊게 살피지도 않았던 것 같다.

아마 몇 번인가는

‘역시 철이 들었나보다고, 아직 한 번도 싸지 않은 것 같다고’

K와 마주보며 기특하다고 기쁨의 눈빛을 나눈 것도 같다.

그런데 웬걸,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던 어느 날 방문을 열었는데

거실 탁자 옆에서 일을 보고 계시는 단추와 눈이 딱 마주쳤다.

볼일을 다 본건지 만 건지 제풀에 놀라 쿠션 위로 올라가 엎드려 눈치를 본다.

기각 막혀서 걸레를 총동원해 카펫을 앞뒤로 받쳐 눌러 밟고 있는데

뒷면을 보니 가관이었다.

어느 일정 구역으로 쏠림도 없이 세계지도가 고르게 분포해있었다.


“우..우리가... 그동안 오줌밭에 앉고 누웠다는 말이냐...”


강아지 전문가는 말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고.

카펫을 깔아놓은 주인이 문제지 개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말이다.

결국 우리 집에 다시 카펫을 까는 것은 포기했다.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욕실 앞 발 매트를 세탁해서 깔아 놓음과 동시에

‘와~ 깨끗한 발 매트 너무 좋아!’

라고 하듯 어느 사이 노랗게 볼일을 보셨다.

규조토는 괜찮겠지 했지만

재질이야 어떻든 주인의 발 냄새가 좋은 건지

그 곳에도 예외는 아니라서 규조토 깊숙이 오줌을 심어 놓으셨다.

주방 매트는 플라스틱 소재라 다를 줄 알았던 것 역시 큰 오해였다.

한동안 집을 자주 비울 때 분풀이처럼 주방 매트에 질펀하게 싸 놓았길레

잠깐 치워 두었었다.

시간이 꽤 지났으니 괜찮겠지 싶어 다시 꺼내 놓았는데

이번에는 또 무슨 심통이 났을까?

아침에 먼저 일어난 K가, 많이도 싸 놓았다며 매트 못 깔겠다고 한다.


러그를 깔아놓으면 그 위에 올라가 몸을 굴리고 비비며 무척 행복해 한다.

강아지도 잠자는 곳과 배변 하는 곳은 구분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왜 그토록 좋아하는 곳에 배설을 하는 것일까?

강아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물어보고 싶다.


“단추야, 카펫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관절도 안 좋은데 매트 정도는 깔고 살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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