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는 지금
TV를 보다가 학대받는 동물들
그 중 특히 강아지 얘기가 나올 때면
K와 나는 입을 모아 말한다.
“너는 행복한 줄 알아야해.”
자다가 멀뚱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단추가
‘어이구 꼰대들, 또 시작이다.’
라며 눈으로 욕하는 것 같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게 또 개팔자도 그리 단순한 건 아니라서
그 중 단추는 과연 어느 층에 속하는지는 따져보기도 복잡해서 그만 뒀다.
따뜻한 방한복, 단추가 온 몸으로 거부해서 결국 처분했다.
먹을거리, 사료 외에 구입해서 주는 간식은 없다.
그렇다고 먹는 거 빤히 쳐다보는 게 애처로워 먹던 걸 나눠 주냐 하면
야속하지만 그런 적 없다.
러브하우스, 역시나 애착쿠션 외에 관심이 없어서 또 당근에 팔았다.
그래서인지 K가 국수를 삶을 때면 달걀을 꼭 두 개씩 같이 삶는다.
한 개는 반으로 잘라 K와 내 국수 그릇에 고명으로 얹고
한 개는 통으로 단추에게 준다.
단추가 얻어먹는 사람 음식이라는 건
가끔 한 번 삶은 달걀과 군고구마 정도가 전부다.
이제까지 두 번인가, 아이들이 왔을 때
고기를 굽기 전에 생고기를 한 점 나눠 준 적은 있다.
그런데도 덤비거나 생떼를 쓰는 법 없이 고분고분한 단추가 신통하다.
K가 집에 있는 날
점심 메뉴가 마땅한 게 없을 때면 무조건 들기름 막국수를 먹는다.
K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자신 있는 메뉴이자
소화기가 예민한 내게는 맛있고 부담이 없는 완벽한 음식이다.
하여 어제는 삶아 놓은 달걀을 반으로 잘라
점심에 반쪽을 주고 나머지는 저녁에 사료를 줄 때 밥그릇에 넣어 주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달걀은 꺼내 놓고 사료부터 먹는다.
오호라.
“너 맛있는 건 아껴먹는구나?”
처음엔 붕어빵을 머리부터 먹냐 꼬리부터 먹냐는 질문의 의미를 몰랐었다.
따라서 내가 어디부터 먹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말을 듣고 난 후 붕어빵을 먹을 때 보니
익숙하게 꼬리부터 먹고 있었다,
붕어의 머리이자 입 부분은 두툼해서 왠지 좀 부담스러워서
얇고 바삭한 꼬리부터 먹었던 것 같다.
그런데 머리꼬리 논쟁은 그런 얘기가 아니라
머리 부분에 팥이 많이 들어 맛있으니
즉, 내 앞에 주어진 음식을 먹을 때
맛있는 것을 먼저 먹고 맛없는 건 나중에 먹든 남기든 하는지
맛없는 걸 먼저 해치운 후 맛있는 것을 즐기는 타입인지를 구분하는 얘기였다.
꼬리부분이 바삭해서 먼저 먹는다고는 했지만
약간 찔리기는 했다.
팥이 많은 머리 부분 주변을 될수록 다 먹은 후에
머리와 몸통을 한 입에 먹는 데에는
맨 마지막에 맛있는 부분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그랬는데
위장이 예민해 자주 탈이 나면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조차
일정량을 먹고 나면 신호가 와서 숟가락을 내려놓게 된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살 빼려고 그러냐,
사람이 고거만 먹고 어떻게 사냐
그렇게 딱 자를 수 있어서 좋겠다, 나는 배가 불러도 음식이 앞에 있으면 계속 손이 가는데
등등 별 희한한 사람 다 본다는 반응을 한다.
그렇다보니 이제는 맛있는 걸 먼저 먹는다.
붕어빵은 머리부터 먹고
덮밥은 소스 듬뿍 묻은 채소와 고기부터 먹으며
돈가스는 가운데 부분부터 먹는다.
단추는 사료를 다 먹은 다음에
달걀 반쪽을 자기 자리로 물고 가서 안정적으로 자세를 잡고 먹기 시작했다.
세상에 개를 위한 맛있는 간식이 천지빼까리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달걀 반쪽에 흡족해하는 단추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래도 흙수저만 아니면 됐지 뭐.’
라고 소심하게 우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