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어땠나?

흑백의 현재가 묻는 찬란했던 과거의 안부

by 이유는 무엇일까

로맨스, 멜로 영화엔 아주 강한 장점이 하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창작물의 완성도가 뛰어나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청자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있다는 것


물론 <만약에 우리>가 아주 부족한 영화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사실 더 유려하고 자연스러운, 깊이 있는 영화들이 많기에 조금 아쉬웠던 건 사실이다.

친구 놈이 추천해줘서 기대치가 올라간 영향도 없진 않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절대 잡을 수 없는 지나간 시간을 향한 그리움

그것이 사랑과 연인, 혹은 삶에서 겪었거나 겪지 못했던 무엇을 향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몇 가지 포인트와 함께 찌릿하면서도 아린 로맨스 영화를 보며

추운 겨울날의 센치함을 배로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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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순간이 결정한 거대한 이별에 대하여

과거는 찬란한 색으로, 현재는 무채색의 풍경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탁월한 선택은 역시 흑백과 컬러의 대비다.

원작의 요소를 그대로 차용한 지점이기도 한데, 과거의 기억은 생생한 컬러로,

서로를 놓아버린 현재는 건조한 흑백으로 그려진다.


서로가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현재에서 색채가 빠져나갔다는 사실은

관계중심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하고도 아린 지점이다.

정원이 눈물을 흘리며 "우리가 떠나버린 건 잘된 일이야"라고 은호를 위로할 때,

흑백의 화면은 그들이 잃어버린 색깔을 더욱 진하게 부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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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만약'이 삼켜버린 거대한 진심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은호는 정원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던진다.

다시 만나면 꼭 하고 싶었던 질문들이다.

"만약에 재지 않고 결혼했다면?"

"만약에 그 때 전철에서 내가 너를 잡았다면?"

질문의 연속은 추상적인 것에서 점점 구체화된다.

너가 나를 떠나지 않았다면에서 전철에서 내가 너를 잡았다면까지.

대부분의 가정(If)에 정원은 현실적인 답변을 내놓지만,

마지막 질문인 '전철에서의 순간'만큼은 예외다.

그때 은호가 자신을 잡았더라면 영원히 함께했을 거라는 답변.


사실 삶의 거대한 줄기는 추상적인 약속과 사고보다

아주 사소하고 중요한 찰나의 행동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 아닐까.

영화는 이 극명한 사실을 흑백의 영상미 속에 담아내며,

놓쳐버린 순간이 초래한 결과의 무게를 묵직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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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2.jpg


<만약에 우리>가 흔한 멜로 이상의 울림을 주는 포인트를 한 가지 짚자면

은호의 아버지가 보낸 편지를 정원이 읽는 장면에 있다.

이별은 단지 두 사람만의 단절이 아니다.

정원에게 은호라는 존재는 단순한 연인을 넘어 '집'과 같은 심리적 안식처였다.

영화는 이 지점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며 의지했던 공간과

사람들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다만, 영화는 예상 가능한 범주 안에서 흘러간다.

관계의 균열을 보여주는 방식이 다분히 클리셰적이며(경제적 사정이나 열등감 같은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보다는, 서사의 필요에 따라 배치된 듯한 인상을 준다)

은호가 이사를 전후해 태도가 극변하는 지점 또한 너무 극화되어 있다.

배우 구교환의 개성이 아니었다면,

은호라는 캐릭터는 여느 멜로 영화의 전형적인 남자 주인공과 변별력을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에 우리>는 요즘 같은 날씨와 꽤나 잘 어울리는 영화다.

관계의 빈틈을 메우지 못해 서로를 놓아버린 사람들에게,

혹은 이제는 더 이상 소중한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깊은 통찰을 기대하기엔 다소 아쉽지만,

영화관을 나설 때 가벼운 대화를 나누기엔 충분한 영화라고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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