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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라거스 숲 (6/10)

by 걍마늘
코펜하겐에 있는 교수에게 ‘버려진 책들의 도서관’에 관해 듣는다. 교수는 정체불명의 책과 관련이 없어 보인다.


아침에 새로 책이 들어와 서가를 정리하다 처음 보는 책을 발견했다. <도둑맞은 미래>가 꽂혀 있었던, 그리고 그녀가 데려간 초록색 양장본이 꽂혀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이번에는 정체불명의 노란 책이 꽂혀 있는 것이다. 똑같은 장정이었다. 어제저녁 서점 문을 닫기 전에 확인했을 때는 분명 없던 책이다.

사라진 책은 없었다. 아침에 문을 연 사람은 나다. 그리고 아직까지 서점을 찾은 손님은 없다. 출입문은 잠겨 있었다. 밤중에 몰래 침입하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

“장사는 좀 되시나?”

집주인이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요즘 누가 책을 읽어.” 자문자답을 하며 뒷짐을 지고 서서는 건성으로 서점 안을 둘러보았다. 날로 머리숱이 줄어들고 있었다.

“그렇잖아도 제가 찾아뵈려고 했는데.”

“어, 마누라한테 들었어.” 그러고는 거침없이 가리개를 걷고 안쪽으로 들어가 방문을 열어젖혔다. “살림도 없고만.”

비가 새는 문제를 상의하러 주인집으로 올라갔더니 아주머니만 집에 있었고 다짜고짜 자기는 발언권이 없다며 바깥양반이랑 얘기하라고 문전박대하길래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하고 내려왔는데 그 일로 찾아온 모양이었다.

“집이 하도 오래돼놔서 딱 어디가 샌다고 말하기가 그래. 집을 부수고 다시 지을 수도 없고 말이지. 그래도 장마는 지났으니까. 작년 봄에 이사 왔던가? 작년에는 괜찮았잖아? 별 얘기 없었던 걸로 아는데.”

“올해처럼 비가 많이 오진 않았죠.”

“내년은 다를 수도 있잖은가.”

“그럼 도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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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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