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서점에 갖다 놓지 않은 정체불명의 책을 카운터로 가져온다. 누가 놓고 간 책 같아서 팔 수 없다고 하니 주인이 나타나면 전해달라면서 수표를 맡기고 책을 가져간다.
국제 전화가 부담되기도 하고 통화가 가능한 시간이지도 모르겠어 일단 교수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전화가 온 것은 오후 다섯 시 무렵이다. 교수는 예테보리가 아니라 코펜하겐에 있었다. 시청사 광장 부근의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고 있다고 했다. 그곳은 이곳보다 일곱 시간이 빨랐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 하면….”
교수는 이틀 전 예테보리에서 기차를 타고 코펜하겐으로 갔다. 안데르센 사망 백몇 주년 기념 도서전이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기차표를 끊었다고 한다. 덴마크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출간한 안데르센 작품의 다양한 판본들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나 뭐라나. 왠지 예감이 좋아서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안데르센 소설의 초판본이 벼룩시장에 떡하니 나와 있더라는 것이다. 어떻게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면서 단돈 십 달러에 보물을 손에 넣었다며 즐거워했다. 그는 약간 흥분해 있었다.
“소설이요?”
“안데르센은 동화로 유명하지만 처음부터 동화를 쓰진 않았네. 처음 발표한 작품도 동화가 아니라 희곡이었어. 소설도 일곱 편인가 발표했는데 <즉흥시인> 한 편만 겨우 살아남았지. 나머진 다 잊혔어. 성공한 동화 작가지만 동시에 실패한 소설가이기도 하지.”
“당대의 유명한 소설가는 누구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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