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웬 스트라우스 / 앤서니 브라운
사랑을 할 때 우리는 때때로 자신을 잊습니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게 되니까요. 그때의 나는 어쩐지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고양이가 네 혀를 물어가기라도 했느냐'고 놀려대는 말없는 소년이 있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단지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소년이 하고 싶은 말은 소년의 비밀친구가 대신 해주었죠. 상대방에겐 들리지 않았지만요. 소년의 비밀친구는 소년에게만 보였습니다.
소년은 또 굉장히 귀가 밝아서 엄청나게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늘 높은 곳에서 연이 내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밖에서 누가 연을 날리고 있었죠.
이제 소년은 혼자서 연을 날리는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소녀는 소년이 말이 없어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우스꽝스런 질문도 하지 않고, 억지로 말을 시키지도 않습니다. 함께 사과나무에 올라가 고릴라처럼 소리를 질렀습니다. 날이 저물도록 연을 날렸습니다.
비밀친구가 사라진 것은 그날 밤이었죠. 소년은 아무래도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왜 인사도 없이 떠났을까요. 그날 밤, 소년이 느낀 진동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을까요.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기대가 생기기 마련이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요. 그래서 기대를 버리면, 마음의 문까지 닫혀 버리기 일쑤입니다. 외톨이가 되기도 하죠.
비슷한 말 같지만 기대하지 않는 것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릅니다. 기대하지 않을 때는 마음이 닫히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는 마음이 열린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죠.
어쨌거나 누군가의 마음을 열기 위해선 내 마음부터 여는 것이 순서겠죠. 소녀는 앵무새를 띄웠고, 소년은 고릴라를 꺼내 보였습니다. 마침내 사과는 떨어지고, 비밀친구는 떠났습니다. 바야흐로 진정한 관계가 시작되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