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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책빵

터널

앤서니 브라운

by 걍마늘

터널은 미지의 세계와 통하는 통로의 입구처럼 보입니다. 좁고, 어둡고, 얼마나 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두렵지만, 일단 터널을 지나고 나면 조금 강해진 느낌이 들죠. 똑같은 세상이지만 어쩐지 전과는 달라 보입니다.

<터널>의 오빠와 여동생은, 흔히 말하는 '현실 남매'로 매사 티격태격입니다. 보다 못한 엄마는 나가서 사이좋게 놀다 오라고 소리치죠. 싫었지만 도리가 있나요. 둘은 툴툴거리며 공터를 어슬렁거립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상한 터널을 발견합니다.

이윽고 작가는 이들을 악몽의 세계로 몰아넣습니다. 먼저 터널을 통과한 오빠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뒤늦게 오빠를 쫓아간 여동생은 무서운 숲을 헤매기 시작합니다. 오빠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겠죠. 하지만 정말로 오빠가 사라진 세상은 상상과는 달랐습니다.

작가는 그림 곳곳에 등장인물의 마음을 대변하는 무언가를 숨겨 놓음으로써 눈 밝은 독자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숨은 그림을 찾는 재미가 있죠. 찾아내면 더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터널>에서는 소녀의 두려움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보여 줍니다. 일단 소녀가 입은 빨간 코트부터가 예사롭지 않아 보이죠.

무서운 숲을 통과한 소녀는 마침내 오빠를 발견하지만, 오빠는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예전엔 그렇게 싫었으면서 예전의 오빠가 그리워집니다. 남매에겐 서로 의지해야 하는 둘 만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엄마가 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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