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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책빵

특별한 손님

안나레나 맥아피 / 앤서니 브라운

by 걍마늘

소녀는 아빠와 단 둘이 살고 있습니다. 주말에만 엄마를 만났습니다. 이혼한 아빠는 딸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했고, 소녀의 삶은 대체로 평온했습니다. 느닷없이 아빠의 친구라는 메리 아줌마와 그 여자의 아들인 션이 방문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들은 요란스럽게 소녀의 삶을 잠식해 나갑니다. 아침이 달라지고, 주말은 시끄러워졌죠. 집안이 메리 아줌마의 옷과 쓰레기 같은 션의 장난감으로 넘쳐났습니다. 아빠는 웃음이 많아졌죠. 메리 아줌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요. 자연히 말썽꾸러기 션과 둘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참다 못한 소녀는 아빠에게 괴로움을 털어놓습니다. 더는 그들과 집을, 또 아빠를 나누어 갖고 싶지 않았거든요.

아빠는 딸의 뜻을 존중해 줍니다. 메리 아줌마와 션은 이튿날 아침 조용히 집을 떠나죠. 마침내 소녀는 평온한 혼자만의 시간을, 둘만의 아침과 주말을 돌려받습니다. 모두 제자리를 찾은 듯했죠.

그런데 왠지 쓸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말수가 줄고 생각이 많아진 아빠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느낌이었죠.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습니다. 소녀는 계속 고민을 이어갑니다. 대체 무얼 잃어버린 걸까.

아빠는 조심스럽게 물어봅니다. 션과 메리 아줌마를 보러 가지 않겠느냐고. 그제야 소녀는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 깨닫습니다.

그들을 만나러 가는 날 소녀는 장난감으로 장난치길 좋아하는 션에게 선물할 물총 카메라를 삽니다. 어떻게 놀랄지, 얼마나 재밌어할지 기대하면서요. 그렇게 한 걸음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놓음으로써 자신도 한 걸음 나아갑니다. 서로 보폭을 맞추듯이 말이죠.

멀리 아빠와 소녀를 기다리는 메리 아줌마와 션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제 그들의 집은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합니다. 더 이상 그것들이 쓰레기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음가짐이 달라지자 보이는 것도 달라졌죠. 그들에게도 아빠와 소녀는 특별한 손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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