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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리 Jun 04. 2017

세계일주 D+100일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겠다는 열망

2017년을 열며 나는 주변인들에게 세계일주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날 결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당연히 "미쳤어?" 라던가, "회사는?"이라는 답변이 돌아올 것이라 예상했으나, 오히려 정말 잘 선택했다고, 부럽다고 하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살짝 용기를 더 가질 수 있게 됐다. 나는 아직 그때를 기억한다. 그들의 진심 어린 눈빛을,


사실 3년간 다녔던 직장을 휴직하고 여행을 떠나 기로 결정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직 군대를 가지 않았기 때문에 병역에 대한 부담감, 경력 단절, 그리고 가장 중요한 돈문제까지, 이러한 리스크들을 가지고도 세계일주를 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이 블로그의 타이틀과 같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기"가 내 삶의 모토이기 때문이었다. 혹여나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기 위해 노력이라도 하며 살아야 된다고 믿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성공한 삶이라고 믿기 때문에.


돈이 다 무슨 소용인가?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잠자리에 들며
그 사이에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그 사람은 성공한 것이다.
- 밥 딜런 –


그렇게 2월 24일, 마지막 퇴근을 하고 바로 도망치듯 시작한,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장기간의 여행이 시작됐다. 취침-출근-퇴근-취침을 반복하는 삶을 벗어나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그런 여행을 위해 첫 시작점 방콕에서 발을 내디뎠다.


방콕에 도착하고 처음으로 마주한 카오산로드

그리고, 드디어 100일이 지났다. 100일 전의 나와 지금의 나와 확연히 다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내 삶에서 중요시 여기는 많은 가치들이 변화되어 온 것 같다. 100일간 6개국 17개 도시를 거쳐오며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여행은 시간과 돈의 문제가 아니다” 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별의별 일도 많았다. 국경을 넘다 국제미아가 될 뻔하기도 하고, 음식을 잘못 먹고 물갈이를 하며 하루를 보내고, 비자피에 대해 실랑이하다 경찰과 한참 싸우기도 했다. 베트남에서는 박근혜가 탄핵된 것을 축하받고, 인도 비자를 신청하러 갔다 만난 한국인에게 사기를 당한 적도 있었지만 여행을 지속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은, 단 한 차례도 여행을 시작한 뒤로 이 여행에 대한 후회가 없었기 때문에.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많다. 그 좋았던 태국을 겨우 2주 넘게 밖에 못 있었던 것, 여행 중에 만나 헤어진 사람들과의 아쉬움, 조금 더 여유롭고 싶었던 내 마음과는 다르게 여유롭지 못했던 것. 인생은 선택과 후회의 연속, 아쉬움의 연속이라는데 그 말이 체감이 될지언정 인정하기 싫었다.


어제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그동안 여행하면서 얻은 게 뭐예요?

뭐라고 명확하게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얻은 게 없을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여행 방향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봐야 할지 따로 정해놓은 것도 없었다.


세계일주를 다짐하며, 블로그에 올린 글 중에 갖가지 목표와 버킷리스트가 있었고 그 리스트 중에 일부를 이루어 왔다는 것 정도? 꼭 무엇을 얻으려고 시작한 건 아닌데, 꼭 이 질문에 답이 있어야 하는지 되묻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 되물었다.

무엇을 얻어야 하나요?

상대방도 쉽게 답을 하진 못했다. 그렇다. 어떤 여행에도 정답은 없듯, 누군가는 무언가를 얻어갈 것이고, 누군가는 얻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그것 또한 여행일지니.


여태까지 지나왔던 도시들 / travellerspoint.com

글의 마지막은, 여태까지 내가 지나왔던 도시들을 표시한 이미지로 대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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