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 짜파티에 대한 기억
매일 아침, 일어나 세수도 하지 않은 채 짜파티 골목으로 간다. 모여서 사는 인원수대로 짜파티를 사고 뿌듯한 마음으로 양손 가득 짜파티를 안고 집에 들어온다.
우리는 이걸 라다크 짜파티라고 불렀다. 라다키들이 부르는 말은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라다크 짜파티라고 생각을 했다. 라다크에서만 볼 수 있었던 형태의 음식이었으니깐.
나는 본래 밀가루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다시 말해서 싫어한다고 보는 게 더 맞겠다. 유럽을 여행할 때는 점심으로 빵을 먹는 게 가장 저렴하고도 배부르게, 그리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지만, 나는 빵이 싫어서 점심을 굶었던 사람이다. 누군가가 먹으라고 빵을 주었을 때, 미안하지만 배부르다고 거짓말 치며 거절하거나, 혹은 받아서 다른 사람을 주곤 했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배가 고파서 음식점을 찾아 헤매더라도, 나는 절대 빵은 입에 대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느끼는, 여행 중에 가장 생각나는 빵을 발견하고 말았다.
라다크 짜파티를 먹는 행위는 라다크에서의 어떤 행위보다 더 즐거워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내가 라다크 짜파티의 매진을 걱정하며 매일 아침 나를 짜파티 골목으로 향하게 했다. 짜파티 골목으로 향하는 길의 냄새와 느낌, 그리고 풍경은 내가 라다크를 사랑하게 함에 모자람이 없었다.
짜파티 골목으로 가는 길에는 고새 며칠 봤다고 "굿모닝" 하며 친절히 인사해주는 라다키들이 있다. 인도의 다른 동네 같았으면, 이 낯선 친절들은 나를 돈으로 보는 상인들의 눈빛으로서 경계를 했어야 했고, 언제 나한테 사기를 칠지 몰라 긴장했어야 했겠지만, 라다키들은 달랐다. 빨갛게 그을린 순수한 얼굴과 눈빛, 그리고 미소만으로도 그들의 진심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매우 친절히 나를 반겨주었고, 나는 쉽게 마음을 열어주었다.
짜파티 골목에 들어서서도, 반갑게 손 흔들어주는 그들을 맞이한다. 익숙했던 얼굴이 한 명 안 보이면 되려 내가 더 걱정이 돼서 안부를 되물어 보기도 하며, 짜파티를 산다. 이런 짜파티를 사는 과정에서 나는 웃음꽃이 핀다.
여행 다니면서 이런 생각 들을 한다. 현지인 친구를 사귄다고 하지만 여행자가 만나는 현지인 이래 봤자 대부분 숙소 주인, 상점 주인, 라씨 가게 주인, 택시기사 정도가 전부다. 그들은 진짜 친절을 내뱉고 있는 걸까? 고객을 맞이하는 호스트로서의 친절함은 아닐까, 나는 그들을 진짜 친구로서 사귈 수 있는가? 둘 사이에서 돈이 오가는 관계에서 과연 진정한 현지 친구란 존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들을 하곤 했다.
현지인 친구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여행 중 처음으로 나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은 채 친절을 베풀어줬던 곳이 라다크였다. 티베트식 막걸리인 창이 먹고 싶어 들어갔던 라다크 민가에서는, 본인들의 창을 무료로 주고 싶다며 돈을 주려는 우리를 말리며 창을 줬었고, 우리는 돈을 주는 것에 대해 실랑이까지 하며 주머니에 넣어주고 왔다. 내가 레 근교를 오토바이로 다녀오다가 다쳤을 때, 라다키들은 앞다투어 나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통역을 해주고, 거리에서 만날 때마다 완치되었는지 안부를 물었다. 그들에게 너무 고맙다며 쿠키를 들고 찾아갔을 때, 그들은 한사코 만류하며 당연히 자기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런 사람들이 사는 이 도시에 머물며 짜이와 함께 마시는 짜파티는 맛이 없으래야 없을 수가 없었다. 매일 아침 모여 같이 모여사는 동행들의 여행 이야기를 듣고, 이런저런 근황이나 하고 싶은 것, 희망 등을 이야기하며 짜파티를 먹었다. 아, 레에서 만난 동행들은 다들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뚜렷하거나, 혹은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도 했다. 희망찬 이야기를, 항상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짜파티를 먹었으니 맛이 없을 수가!
이야기를 죽 늘어놓고 보니, 빵이 맛있었다기보다는 추억이 맛있었던 것이다. 그곳에서의 추억이 너무 좋아 두 번이나 찾아갔는데, 또 가고 싶다는 생각들이 마구마구 들었다. 또 한 번 더 갈 테야. 기회는 내가 만드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