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이 든 여행자에겐
여행에 맛이 들기 시작한건 2016년쯤인것 같다. 일을 하다보니 갑작스레 휴가를 얻고,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혼자 오사카에 가버렸다.
무슨 용기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디선가 떠 있던 에어부산의 광고를 보고, 정신차려보니 결제가 완료 됐다.
두려우면 취소를 할수도 있었겠지만 비행기 취소라는 건 왠지 모르게 더 두려워서, 오사카로 향했다.
오사카 여행은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주었다. 첫 혼자 해외여행인데도 불구하고 무슨생각인지 에어비앤비를 예약했고, 거기서 만났던 호스트, 그리고 같은 여행자 신분인 사람덕에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를 알아갔다. 컴퓨터를 직업으로 삼다보니까 사람들의 감정과 성향을 이해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여행에서 그 방법을 점차 깨달았다.
그 이후, 다니던 회사의 팀장님이 평소에 자주 하던 “20대 때 유럽한번 가봐야지?”라는 말을 새겨듣고 팀장님에게 3주휴가를 내버렸다. 팀장님은 가기 전까지 열심히 일하고 갔다와서도 열심히 일하라는 조건하에 허락을 해주셨고 그덕에 직장인 치고는 아주 긴 여행을 했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은 아주 다양한 삶을 살고 있었다. 소전여행을 하는 배낭여행자, 내로라하는 유학파로 고액연봉을 받고 일하다가 연봉을 낮춰 하고싶은 일로 이직한 사람, 대학생, 스타트업 대표 등 회사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던 나에게는 크나큰 충격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세상에 있는줄 몰랐다.
삶의 다양성을 깨닫고선 큰 혼란이 오기도 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다가도 기회가 되면 도피성 출국을 하며 짧은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이 짧은 여행을 자주 하다보니 짧은 여행에 질려 회사를 휴직하고 1년 6개월간 세계여행을 떠났다.(의식의 흐름 무엇...)
처음엔 휴직기간인 1년을 예상했었는데 세상이 너무 넓다보니 한국에 잠깐 들어와서 사직서를 내고 반년을 더 돌아 다녔다.
여행을 하며 바라본 세상은 매일이 다채롭기도 했지만, 반면으론 그곳들도 역시나 사람이 사는 세상이었다. 미디어에서 본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인도에서 사랑을 만나고 이별을 하고, 의식의 흐름대로 나라를 옮겨보기도 하고, 40시간이 넘게 버스를 타보기도 했다. 돈을 카지노에서 날려보기도 하고 금액이 큰 사기도 당했다.
우여곡절이 많았어도 이런것이 걱정되어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많이 후회했을거다. 여행을 다녀 오고 나서 나라는 사람이 참 많이 바뀐것을 실감한다.
긴 여행을 다녀온지 반년이 되어 간다. 이제는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해야 할 때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여행을 할 것이다. 삶이 고달플때, 기쁠때, 슬플때 모두.
여행은 이미 나의 큰 부분을 차지해버렸다.
그래서 또 여행을 가기로 했다.
마지막의 세부행 티켓은 부모님과 함께, 그리고 이번 태국여행은 치앙마이의 러이끄라통 축제를 보러 간다. 러이끄라통 축제는 쉽게말하면 등불 축제다. 애니메이션 라푼젤의 등불축제의 배경이 바로 이곳이다. 좋은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