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가 바라는 것
'중2 병'은 다른 집 이야기인 줄 알았다.
중학교에 입학한 작년만 하여도
"엄마! 안아줘." 하면
"여전하구나 내 아기" 하며 있는 힘껏 꽉 안아주었다.
여전히 너와 나의 거리는 두 팔만 뻗으면 서로를 안을 만큼 가까웠다.
변한 게 없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안도감을 느꼈다. 그로부터 불과 몇 달이 흘렀을 뿐인데 너는 조용히, 하지만 깊이 너의 세계를 넓히고 있었나 보다.
방문을 닫지는 않지만 발을 방 안에 들여놓기가 무섭게 왜 들어오냐는 얼굴로ㅡ몇 마디 채 하지도 못했는데 ㅡ그만 나가줄래?라는 말이 되돌아온다.
우리의 말은 이제 서로 다른 말을 외치면 허공을 맴돌다가 돌아오는 메아리 같다.
엄마 성격은 너도 알겠지만, 누가 보면 E인가 싶게 밝은 편이고 웃음이 많고 유머를 좋아하고 주책스럽기까지 하다.
너에게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나의 그런 성격이 너의 밝음과 즐거움 가득한 어린 시절과 잘 어우러져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기억하니?
그 웃음소리를,
바랜 기억은 그때 그날의 마음과 감정의 잔상이라고 하는데 너의 어린 날의 기억의 잔상에는 따스함과 웃음이 흘렀으면 좋겠구나.
엄마는 스스로 즐거움을 찾는 편이어서 네가 어릴 때도 그랬고 네가 사춘기인 지금도 혼자서 즐거운 일을 찾아 소란스럽고 주책스럽게 굴었지.
사춘기는 그런 엄마가 귀찮을 거야.
그래서 우리 엄마는 단점이 없다고 하던 꼬마가 중학생이 되고는 엄만 귀찮은 게 단점이라고 하는 거겠지..?;;
그런 내게 그만하라고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건 엄마의 성격이기도 하지만,
너와 계속해서 손 내밀면 닿을, 두 팔 벌리면 서로를 안을 만큼의 간격을 유지하고 싶었던 것 같아.
애써 진지해지면 너와 멀어지게 될 것만 같아서 부쩍 진지해진 너에게 끊임없이 아기 대하듯 했어.
가만히 생각해 보니,
너의 그 마음을 존중해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거리를 두는 일,
엄마와 두려는 그 거리는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네 삶을 준비하기 위함일 거야.
엄마의 마음이란 게 그래.
너 대신 아프고
너 대신 힘들어도 좋으니,
너는 아프지 말고
너는 힘든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인생이란, 누구도 나 대신 살아줄 수는 없기에
너의 안과 밖의 모든 게 성장하는 이 시간들을 네가 원하는 만큼의 간격과 거리를 유지하며,
지켜보며 응원할게.
멀리서 보아야 아름답다는 말도 있지 않니.
꽃을 키우듯 가까이서 들여다보며 흙이 마르지 않게 물을 주고, 볕자리를 봐주고, 적당한 바람이 통하는지 애지중지 살피던 그날들은 이제 떠나보낼 연습을 해야 한다는 걸
너의 사춘기를 통해 배우고 있단다.
이제 스스로 고운 꽃을 피우고 있으니
그 아름다움을 몇 발치 떨어져 지켜보는 것이 엄마의 일이라 생각해.
그 적당한 거리에서 나비와 벌이 날아들고,
햇살과 바람이 흘러 너를 지켜줄 거야.
사춘기가 된 내 딸아.
너의 그 시간과 네가 걸어갈 길을 위해 항상 기도할게.
엄마는 언제나 네 손짓, 눈짓 하나면 알아차릴 준비가 되어있단다.
언제라도,
사춘기는 엄마를 힘들게 하려고 오는 게 아닌데 우리 엄마들은 갑자기 변해버린 딸이 낯설어서 서럽기만 합니다.
남편들이 마치 텔레비전 속으로 빠져드는 게 자기만의 굴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하듯이,
사춘기 딸도 '자기만의 방'에서 자기 생을 살기 위한 준비를 합니다.
변화를 인정하는 것.
사춘기 딸을 가진 엄마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과제인 것 같아요.
자식의 나이에 따라 부모의 역할도 달라지는 것..
부모가 처음인 우리도 그렇게 자식을 따라 성장합니다.
모든 사춘기와 사춘기를 둔 부모님들
오늘도, 내일도 [아이가 원하는 거리두기] 함께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