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색깔

by 주홍빛옥상

말도 아름다운 꽃처럼 그 색깔을 지니고 있다.
ㅡE. 리스



우리는 매일 빛과 색을 마주한다.
눈으로 본 장면은 머릿속에 각인되어
가슴 깊이 남는다.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감정 속에서도
우리는 문득 어떤 빛의 결을 느낀다.

사람의 말과 태도도 그러하다.
형체는 없지만 고유의 색을 지닌다.

어느 날 쉽게 던져진 한마디는
그날의 공기처럼 차갑기만 하고.
추웠던 날의 식탁 위에 놓인
방금 쪄낸 고구마와 삶은 달걀의 온기는
내어준 이의 마음처럼 여전히 따뜻하다.
사랑하는 이가 끓여준 미역국 한 그릇은
세월이 흘러도 식지 않는다.

십 년이면 단단한 바위도
바람에 풍화되지만

그 긴 시간에도 닳지 않는 건
말 한마디와 눈빛, 손길이었다.

차가운 눈빛도
따스한 손길도
가슴에 스며 각자의 삶의 빛이 된다.

상처가 될 말은 바늘처럼 조심히 다루고
힘이 될 말은 오늘을 놓치지 않고 건네고 싶다.

섣부른 태도로
누군가의 기억에 날 선 자국을 남기기보다
따스한 빛처럼 다정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싶다.

이미 멀어졌지만 떠올릴 때면
여전히 따뜻한 빛으로 남는 인연들이 있다.
그들에게 나는 어떤 빛깔로 기억될까.

말은 마음의 빛깔을 닮는다.
차가운 마음은 날 선 말을 낳고
따듯한 마음은 고운 빛을 건넨다.

화가 이는 순간에도
나는 잠시 호흡을 고른다.
말은 입 안에 머물게 하고
숨과 함께 흘러 보낸다.

태양과 하늘, 산과 나무는
스스로를 자랑하지 않지만
그 빛은 보는 이의 마음을 데운다.

말과 태도도 그러하다.
나의 입과 손에서 흘러나온 작은 빛이
누군가의 마음을 데운다면
그 온기는 언젠가 나에게도 스며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