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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을 Jun 21. 2024

아빠가 쓰는 '자연주의출산 후기'

엄마와 아기와 아빠가 함께 이루어 내는 자연출산 [3-1]


밤 10시부터 본격적으로 진진통이 시작되어 12시에 조산원으로 출발했다.

새벽 1시에 조산원에 도착하여 10시간의 진통 끝에 아침 11시, 드디어 석현이가 세상에 나왔다.

이날 새벽 1시부터 아침 11시까지 이곳에서 일어난 일들은 일주일이 지난 지금에서야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숨가쁘고 처절하고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시간이었다.



자연출산에서 아빠는 엄마와 아기가 겪어내는 고통의 시간들을 바로 옆에 붙어서 함께 겪고 도와줘야 한다.

함께 걷고, 잡아 주고, 찜질해 주고, 물을 먹여 주고, 그러다가 휘몰아치듯 수축과 진통이 몰려오면 함께 자세를 잡고 "읍!!!...하나,둘,셋,넷,...,열" 힘을 주고, 함께 호흡을 한다.

이때 엄마에게 찾아오는 진통의 강도는 몸이 뒤틀리고 비명과 함께 경련이 일어날 만큼 극심해서 옆에 붙어 있는 나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렇게 10시간을 진통하고 진이 다 빠져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포기할 때쯤, 생살이 찢어져 나가는 마지막 힘을 주고서, 석현이는 세상에 나왔다.


나는 양손으로 아내의 마지막 출산 자세를 받쳐 준 채로 아기가 나오는 모습을 봤는데, 그 순간에는 경이롭고 감격스러운 느낌보다는 혼이 나간 사람처럼 멍한 상태였다.

극한의 고통을 10시간 동안 옆에서 함께 겪고 지켜보면서 너무 힘들어서, 엄마와 아기가 어서 이 고통을 끝낼 수 있기만을 바랐다.

세상에 나온 아기는 엄마 품에 안겼고, 탯줄을 만져 보니 태맥이 뛰고 있었다.

얼마 후 태반이 밖으로 나왔고,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내 손으로 탯줄을 잘랐다.

그때까지도 나는 멍한 상태였고, 아기를 내 가슴에 올려 캥거루 케어를 하고, 아내와 아기에게 편지를 읽어 주고, 노래도 불러 주고, 아기 몸무게도 재고, 몇 시간이 지나서야 정신이 돌아와서 펑펑 울었다.

감동스러운 느낌도 있었지만 너무 힘들어서 울었다. 10시간 동안 아비규환의 전쟁을 치른 느낌이었고, 마치 내가 출산을 한 느낌이었다.

출산 과정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보통일이 아니었다.

아내가 버텨줬고, 아기가 버텨줘서 가능했다.

이번 출산을 겪고 나서 아내와 나 사이에는 전우애 같은 것이 생겼다.

자연출산으로 3.67kg의 아기를 낳은 아내는, 앞으로 나에게, 무조건 옳은 사람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 숨은 조력자 분들이 있다.

맘스베베자연출산조산원의 성옥경 원장님과 손희정 원장님이다.

두 분은 간호사이자 조산사로서 대학병원 분만실에서 근무하다가, 산모와 아기에게 더 이롭고 자연의 이치에 맞는 출산방법에 대해 고민과 공부를 거듭한 끝에 자연출산의 길로 들어섰다.

손희정 원장님은 나의 대학 선배(간호학과 83학번)이기도 하다. 엄혹하던 시절에 민주화운동까지 했던 분이다.

성옥경 원장님은 출산교육 강의하실 때는 몸을 아끼지 않고 시연을 해 주시고, 항상 산모와 아기를 엄마처럼 품어 주시는 분이다.

이 분들은 직업적 사명감이 깊은 프로 중의 프로다.

출산교육 때부터 출산 당일, 그리고 출산 후까지 전문적이고 세심하게 챙겨 주신다.

지금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은 일을 두 분 덕분에 해냈다.

출산 과정에서 우리와 함께 밤을 꼬박 새면서 두 원장님이 아기와 산모와 아빠를 위해 보여 주셨던 헌신적인 모습에, 진심으로 가슴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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