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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부라이프 Feb 18. 2022

아부다비옆 두바이

나도 두바이 가봤다!

“얘들아, 선생님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가서 살게 됐어.”  

“선생님! 두바이에서도 건강하세요!” 

“두바이에서 잘 사세요!” 

“두바이에서 저희 잊지 마세요!”

난 분명히 아부다비라고 했다. 그런데 아랍에미리트를 간다고 하니 무조건 ‘두바이’로 알아듣는다. ‘세계 최대의 무엇’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두바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 할만하다. 나도 ‘아부다비’보다는 ‘두바이’가 궁금했다. 

“그래, 선생님이 두바이 꼭 가볼께!”


그래서 아부다비에 와서 사람들을 만날 때, ‘두바이’에 가봤는지를 물어봤다. 아쉽게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국경이 폐쇄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아랍에미리트의 7개 토후국에 속해 있어서 지도자도 다르고, 정책이 다르다. 다른 나라나 마찬가지다. 두바이는 세계 최대의 부동산 투자 유치국이고 관광이 주산업이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천연진추채취와 어업으로 먹고 살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발전했고, 지금 두바이는 사막의 기적을 이뤄냈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된 것은 2020 두바이 엑스포다. 코로나19의 여파로 1년이 지난 작년에 개장했다. 해서 여행객들에게 개방적이다. 반면 아부다비는 아랍에미리트의 수도로서 최대의 석유 매장지를 가지고 있고, 가장 면적이 넓다. 다소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데 특히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안이 그렇다. 그렇다보니 아부다비에서 두바이를 가는 것은 자유롭고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로 들어오는 것은 까다롭다. (지금도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를 들어오려면 96시간이내 PCR검사 결과가 음성이어야 한다.) 


다행히 2020 엑스포가 열리면서 국경이 잠시 개방되어서 두바이를 다녀올 수 있었다. 


아부다비에서부터 우리나라의 영동고속도로 같은 도로를 140km/h의 속도로 달려가다 보면 두바이에 진입한다. 초입부터 가지각색의 건물이 즐비한 마천루가 펼쳐진다. 뭔가 활기차다. 다소 밋밋한 아부다비와는 달리 두바이에는 똑같은 건물이 없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건축가들의 상상이 기기묘묘하다. 꼭대기가 뾰족한 건물, 옆이 불룩한 건물, 베베 꼬인 모양의 건물, 가운데가 뚫린 건물, 심지어 반지 모양의 건물도 있다. ‘같은 모양의 건물은 짓지 못한다’는 법이라도 있는지 옆 빌딩과 뭐라도 다르다. 갖가지 건물들을 지나고 나면 저 멀리 부르즈 칼리파가 보인다. 세계 최대 높이의 건축물답게 빌딩들 사이에서 하늘을 찌르며 높이 솟아있다. 말로만 듣던 부르즈 칼리파를 실제로 보니 내 핸드폰 카메라에 저 모습을 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출처 pixabay
두바이의 건물들과 부르즈 칼리파

높은 빌딩숲 사이로 개미군단처럼 차들이 바삐 움직인다. 두바이에선 정신 차리고 운전을 해야 한다. 네비게이션을 신경 써서 보고 음성지원을 집중해서 듣는 것이 필수다. 그래도 도로가 거미줄처럼 엮여져 있고, 도로가 이중 삼중으로 갈라지는 곳이 많아서 깜박하는 사이에 잘못된 길을 가게 된다. 베테랑 운전기사인 남편도 ‘어디로 가야하는지 같이 봐줘’라고 말할 정도다. 돌고 돌아가더라도 목적지만 가면 된다는 여유로운 마음이 필요하다. 그리고 비싼 슈퍼카도 심심치 않게 많다. 람보르기니, 마이바흐, 롤스로이스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고 이름도 어려운 슈퍼카들이 옆으로 슝슝다닌다. ‘안전거리 유지! 가까이 붙지 마!’ 

차를 좋아하는 아들이 있다면 세계의 거의 모든 차를 도로위에서 볼 수 있어서 황홀해 할거다. 

© MagicTV, 출처 Pixabay

빌딩숲을 정신없이 지나다보면 이 건물들의 밑바닥이 모래사막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여백이 안보이게 짓고 있는 공사 현장에서나 얼핏 사막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바다를 메꿔 야자수모양의 초호화리조트를 만들고, 세계지도모양의 섬을 만드는 두바이다. 사막의 기적을 이룬 도시가 맞긴 맞다. 심지어 도시에서 한 시간은 차를 타고 나가야 사막을 경험할 수 있다. ‘중동’이라하면 이글거리는 태양과 모래바람을 상상 할 텐데 이곳은 오히려 현대적인 빌딩들과 에어컨 바람에 오싹할 지경이다. 


사진으로 보던 ‘부르즈 칼리파’나 ‘버즈 알 아랍’같은 유명한 건축물을 실제로 보는 것은 마치 연예인을 보는 것처럼 신기하다. 그것이 모래사막 위에 지어졌다는 사실은 더 경이롭다. 코로나19로 여행이 썩 자유롭지 않아서 몇 번 못가 봤으니, 두바이를 잘 알진 못한다. 그래도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얘들아! 선생님 두바이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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