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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부라이프 Jun 10. 2022

뚜벅이 모녀, 예루살렘 가다!

3탄과 개인적인 팁~!

파란 하늘과 깨끗한 구름, 시원한 바람과 저 멀리 보이는 베이지색 마을이 마음에 쏙 들게 잘 어울린다. 

울퉁불퉁한 돌길로 이어진 성벽은 고요했다. 자파 게이트에서 라이온즈게이트까지 걷는 북쪽 길, 다윗의 탑에서 덩 게이트 근처까지 연결되는 남쪽 길. 성벽 투어코스다. 

성벽 투어 남쪽 길이다.

그동안의 여행을 복습하는 기분으로 남쪽 길을 선택했다. 중간 정도 가니 어린아이를 둔 외국인 가족이 걷고 있다. 부부는 중요한 지점마다 걸터앉아서 아이에게 글을 읽어준다. 지나면서 들으니 성경구절이었다. 아마도 게이트 위를 지날 때마다 연관된 성경 말씀을 찾아서 읽고 있는 것 같았다. 느긋하고 충분하게 의미를 새기는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성벽 투어 완료라는 목표를 찍고 숙제하듯 빨리 길을 걷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누가 검사하는 것도 아닌데 주어진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봐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드는 것은 한국인의 속성일까? 걸음을 늦추고 숨을 깊이 쉬었다.

성벽 위에 서면 성 밖의 마을이 보인다. 

덩 게이트를 나와서 다시 한번 감람산 쪽으로 향했다. 예수님께서 땀이 핏방울처럼 되기까지 마지막 기도를 하셨다는 곳, 겟세마네 동산을 가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맞지 않아 가보지 못했던 ‘만국 교회’도 둘러볼 생각이다. 겟세마네 동산으로 걸어가다 보니 오른쪽으로 샛길이 보였다. 지름길처럼 보이기도 하고, 뭔가 있을 법한 느낌을 주는 오솔길이다. 차로 갈 수 없는 샛길을 가본다는 것. 그것이 도보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간 곳은 기드온 골짜기로 가는 길이자, 유대인의 공동묘지로 가는 길이었다. 길의 끝에 범상치 않은 구조물이 보였다. 그것은 압살롬이 남긴 기념비다. 

압살롬 기념비 (무덤은 아니다)

“압살롬이 살았을 때에 자기를 위하여 한 비석을 마련하여 세웠으니 이는 그가 자기 이름을 전할 아들이 내게 없다고 말하였음이더라 그러므로 자기 이름을 기념하여 그 비석에 이름을 붙였으며 그 비석이 왕의 골짜기에 있고 이제까지 그것을 압살롬의 기념비라 일컫더라 -사무엘하 18장 18절-” 


압살롬은 다윗 왕에 대해 역모를 일으켰다가 실패한 왕자다. 반역과 배신의 아이콘으로 지금까지 유대인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에 와서 기념비에 돌을 던지며 아버지를 배신한 아들의 최후가 어떠한지를 가르친다고 한다. 


그 옆에는 다윗 시대에 17번째 제사장을 지낸 헤실과 그 가족의 무덤이 있고, 바로 옆에는 선지자 스가랴의 무덤이 있다. 회개와 예루살렘의 회복, 메시아를 선포했던 스가랴의 무덤이다. 

스가랴의 무덤

계획하지 않았던 걸음을 따라 이곳에 오게 된 이유는 뭘까? 왜 여기를 봐야 했을까?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 이유를 아직도 곱씹고 있다. 수많은 물음표를 그리며 겟세마네 동산으로 갔다. 

겟세마네 동산이라고 불리는 작은 기도처가 있다. 

겟세마네는 ‘기름 짜는 틀’이란 말인데 올리브나무가 많아 올리브기름을 짜던 곳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겟세마네 동산은 감람산 초입에 있고, 감람산에는 16개 나라가 성금을 모아 지은 ‘만국 교회’, 예수님이 예루살렘을 보며 눈물을 흘리셨다는 ‘눈물 교회’,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의 무덤이 있는 ‘마리아 무덤 교회’, 세계 각국의 주기도문이 적혀있는 ‘주기도문 교회’가 있다.

'만국 교회' '겟세마네 기념교회'라고도 불린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마지막 기도하신 곳은 공교롭게도 올리브기름을 짜는 겟세마네 동산이었다. 전에 올리브기름을 짜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올리브를 짓이기고 압착해서 처음 나오는 기름이 엑스트라 버진이다. 그렇게 쥐어짜듯 애통하며 기도하신 곳에는 커다란 ‘만국 교회’가 세워져 있고 전면에는 예수님이 기도하셨다는 바위가 전시되어있다. 교회 밖의 정원으로 가면 수령이 2000년은 족히 된 올리브나무 8그루가 있다. 예수님이 계셨을 당시에도 있었을 법한 올리브나무다. 아마도 그 아래에서 제자들이 잠을 자지 않았을까? 2000년 전부터 자라온 나무라니 지켜본 세월이 어땠냐고 말을 걸어보고 싶었다.

땀이 핏방울이 되도록 기도하신 예수님을 조각해놓았다.
수령이 2000년은 된다는 올리브 나무
만국 교회의 정원에 심겨 있는 올리브 나무

어느새 안식일의 저녁이 되었다. 안식일은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되는데, 해가 지기 시작하는 오후 5~6시부터 토요일 저녁까지다. 예루살렘 도보여행의 마지막 날이 안식일이라니 여행의 끝에 잘 안식하라는 메시지일까? 

정말 저녁이 되니 가게들은 문을 닫았고, 트램과 버스도 운행을 중단했다. 미리 사둔 샌드위치를 손에 들고, 트램 길 한가운데를 걸었다. 바람은 서늘했다. 유대인 가족이 즐겁게 통곡의 벽으로 향한다. 많은 유대인 가족이 통곡의 벽에서 기도하는 것으로 안식일을 시작한다고 한다. 안식일이 지켜야만 하는 굴레가 아니라 즐거운 가족행사로 보였다. 어릴 때부터 심긴 유대인의 뿌리 깊은 전통, 가족이 함께 이어가는 문화가 사뭇 부러웠다. 

안식일 저녁의 트램길

숙소에서 마지막 저녁을 먹으며 그동안 다닌 길을 지도에 표시했다. 매일 2만 보가 넘는 도보여행을 싫은 내색 하나 없이 넉넉히 함께 해 준 딸과 만족스러운 하이파이브를 했다. 샤밧이라고 불리는 안식일의 인사는 히브리어로 ‘샤밧 샬롬’이다. ‘평안한 안식일 되세요!’라는 뜻. 우리는 마지막 밤을 평안히 안식하며 보냈다. 

“샤밧 샬롬!”



- 예루살렘 도보 여행 사소한 정보-


 1. 안식일에는 정말 대중교통이 모두 운행하지 않는다. 설마 설마 했다. 그러나 공항으로 가는 기차도 운행중단! 택시를 타야 하는데, 택시값이 만만치 않고 적절한 흥정도 필요하다. '쉐루트'라는 합승택시가 있는데, 하루 전에 예약해야 한다. 차를 렌트할 것이 아니라면 안식일 비행은 피하는 것이 좋다. 


 2. 공항에서 라브 카브 교통카드를 사면, 기차, 버스, 트램을 모두 이용할 수 있어서 편하다. 카드 발급비용은 5 세켈. 그리고 원하는 만큼 충전하면 된다. 사용기한 제한은 없다.


 3. 예루살렘의 아무 핸드폰 가게에 가면 선불 유심을 살 수 있다. 2기가바이트을 사면 한 달 유효기간에 135 세켈(한화 5만 원 정도)이다.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것도 없고, 아저씨가 친절하게 유심도 교체해주고, 잘 작동되는지 확인도 해준다. 


 4. 이스라엘은 외식비가 비싸다. 가장 대중적인 것은 샤왈마와 팔라펠. 샤왈마는 꼬챙이에 켜켜이 꽂아 구운 고기를 얇게 잘라서 후무스, 양상추, 가지, 토마토, 오이 등과 함께 빵에 싸주는 것이다. 팔라펠은 병아리콩 반죽을 동그랗게 튀긴 것. 샤왈마는 가게마다 가격이 다른데, 보통 40 세켈(한화 1만 5천 원 정도) 안팎이다.   

 

 5. 기념품 가게는 곳곳에 있다. 잡다한 것들을 파는 가게는 많으나 차라리 제대로 된 메노라(촛대) 한 개가 낫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가든 툼(예수님의 무덤)에 가면 올리브나무로 조각한 장식품이나, 올리브기름으로 만든 비누를 판다. 


 6. 2022년 5월 기준, 코로나 19에 대한 이스라엘의 방역정책은 개방적이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다. 우리는 비행기 탑승을 위해 미리 예약하고, PCR 검사를 했으나, 항공사 측에서 확인은 하지 않았다. 여행 시 항공사별, 국가별 정책 확인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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