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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원 Jan 30. 2017

이 시대 실패한 사람들에게 드리는 편지

아주 오래전, 참 멀리 있는 기억 같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오래된 사진기에 찍힌 찰나의 순간처럼 멀어진 시간이네요.

생각해보면 그리 오래되지 않은 20년 전쯤 자신의 인생은 끝났다고 선언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관망자의 시점에서 그 상황을 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사업이 실패하고 도미노처럼 무너져버린 일상. 이혼은 실패가 만든 또 하나의 실패, 실패가 낳은 수많은 결과 중 하나였죠. 

한 순간에 모든 돈과 명예를 잃은 사람들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네, 이제 우리가 그 입장이 되었네요. 우리와 혹은 당신과 같은 처지죠.

실패 혹은 패배란 그런 거죠. 하나가 다른 하나를 또 그 하나가 또 다른 하나를 도미노처럼 무너뜨리는 겁니다.

단지 하나의 실패로 끝나지 않죠. 

건물을 올리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무너뜨리는 것이 쉬운 것처럼 말입니다. 

말끔한 겉모습, 좋은 차, 부모님이 사는 곳에 베푸는 호의. 이 모든 것은 성공의 상징이었죠.

그랬던 그 사람은 어느 순간 실패자 혹은 패배자가 되어버렸더군요.

그저 겉모습만 보아도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죽음은 과연 그를 모든 고통에서 구원해주었을까요?

알 수 없는 일이죠.

그의 선택이었고 그것으로 그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삶이 반드시 짊어져야 할 의무는 아니니까요.

성장기에 일어난 사건은 어떤 식으로든 미래에 영향을 끼칩니다.

그래서일까요. 제게도 그 사건은 잊히지 않았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끊임없이 ‘죽음’ ‘자살’이라는 단어가 그것과 연관되어 제 삶의 근처에 있었죠.

이 죽음과 자살은 늘 우리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가 어느 순간 뛰쳐나옵니다. 마치 표범처럼 빠르고 강력하게 말이죠.

어떤 순간일까요. 바로 우리가 실패했을 때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삶이 부서지고 망가져 버렸다고 들었습니다. 저 역시 제 삶에 몇 가지가 부서진 채 있습니다.

전자제품을 고치듯, 어딘가에 맡겨버리고 쉽게 고쳐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우리 삶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더 고쳐보려고 하다 보면 더 망가져버리곤 하죠.

사실 인간은 실패로부터 성장해 나가는 존재라고들 합니다. 

스마트폰, 컴퓨터, 자동차, 비행기 우리가 쓰는 모든 것들이 사실 실패로부터 만들어진 것이죠.

우리가 사는 이 발전된 문명 역시 말이죠.

그렇다면 인간은 실패로부터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어지는 걸까요.

수없이 실패한 사람은 더 나은 사람이 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의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돈이 많고 명예가 높은 것과는 다른 것이죠. 완벽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더 나은 인간이란 철학적 의미로 다가가야 합니다.

삶의 의미와도 연관되어 있죠.

네,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러분들이 실패하지 않고 성공한 삶을 살기 바랍니다.

제 말이 모순된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면 실패를 해야 하는 것이냐,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저 역시도 모릅니다.

누구나 더 나은 인간을 추구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실패를 바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실패를 하며 살아갑니다. 

다만 그것의 크기가 다를 뿐입니다.

꿈의 실패, 경제적 실패, 사랑의 실패, 인간관계의 실패 작게는 만든 음식이 실패할 수도 있죠. 이처럼 수많은 실패가 우리에게 늘 존재합니다. 


저는 이 시대 실패한 모든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자 합니다.

저 역시도 무수한 실패를 경험했고 지금도 실패하는 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네가 이뤄 놓은 것,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어,라고 묻는다면 

저는 한 가지도 대답을 못할 겁니다.

네, 정말 아무것도 없네요.

실패자들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 밤마다 그 경로를 찾아 헤매곤 합니다.

물론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미로에 갇혀 버리고 말죠.

실패는 우리의 정신을 폐허로 만듭니다.

당연히 힘들고 괴롭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나,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나, 나는 끝이야, 나는 패배자야. 

더욱이 사람들의 시선, 가족들에게 안겨준 실망감이 나 자신에게 실망한 것보다 더 크기도 합니다.

그래서 견디기 힘든 것이죠.

나쁜 생각도 하게 됩니다.

저는 늘 저를 붙잡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아래로 추락하지 않는 이유죠. 

추락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올라갈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것이 명예나 돈이나 하는 것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성공 = 돈, 명예가 결코 아닙니다. 

제 말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많을 거란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성공은 돈과 명예가 아니란 것을 마지막에 깨닫습니다.

성공이란 자신만이 추구하는 가치를 찾아야 합니다.

주변을 둘러보세요. 당신이 할 수 있는 성공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부터 시작해보세요.


20년 전 그는 그가 이룬 그 성공들이 결국에는 실패가 되고 그것이 인생 전체의 실패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는 안타깝게도 성공이라는 버스를 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겁니다.

이번에 버스를 타지 못한 다해도 다음 버스 또 그다음 버스가 우리를 기다립니다.

어쩌면 다른 버스가 기다릴지도 모르죠.

지금 타지 못하는 버스가 우리 인생의 막차는 결코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인내하고 때를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자신의 인생은 특별합니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입니다. 저마다 각자의 우주가 있고 우리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입니다.

우리는 다른 누구를 위해 뒤에 서있는 엑스트라가 아닙니다.

큰 성공을 한 사람들 돈이 많은 부자들, 그들이 우리 인생의 주인공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 삶은 너무나 특별합니다.

이 세상에는 70억 개의 완벽히 다른 우주가 존재합니다. 

존재 자체로 우리는 빛을 발휘합니다.

이 삶이 끝나는 것은 하나의 그 특별한 하나의 세계가 무너지는 것입니다.  

작은 성공에 기뻐하세요. 

그것은 큰 의미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우리 삶에는 무수한 성공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인생이란 것을 생각해보세요.

어쩌면 실패는 우리가 생각하는 두렵고 잔인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실패가 도덕적 실패나 가치관의 실패가 아니지 않습니까.

단지 돈과 명예라는 허울에 잠시 밀린 것뿐입니다.

더 찬란한 빛을 찾는 길 끝에 주저앉지 마세요.

여러분이 실패하길 바라지 않지만 또 한편으로는 실패하길 바라기도 합니다. 

어쩌면 삶이라는 이 어마어마한 한 편의 영화에서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이야기가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요.

누구나 실패를 합니다. 

실패했을 때 그것이 또 다른 실패를 낳는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승리할 수 없습니다.

20년 전의 그가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그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었을까요.

네, 저는 20년 후에 내가 사는 그 특별한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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