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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힐데 Jul 02. 2022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

세 번째 책 초고를 마무리한 후 첫 번째 독자인 큰딸에게 읽어보라고 건넸다. 의외로 재미있어하면서 읽길래 자신감을 얻어 보름 전에 20개의 출판사에 보냈다. 자비출판 비슷한 조건을 제시하는 출판사의 제안을 호기롭게 거절한 뒤 단 하나의 긍정 회신을 받지 못했다.


너무 사적인 이야기를 담은지라 조용히 서랍 속에 묻어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수시로 들었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에 블로그 이웃님을 만나 근황을 나눈 뒤 용기를 내서 다시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5일 전, 출간 기획서를 좀 더 다듬고 가제를 바꾼 원고를 서른 개의 출판사에 보냈다.




매일 거절 메일을 받고 있다. 의연해지려고 하지만 거듭되는 실패에 가슴이 쓰라린 걸 어찌할 도리가 없다. 애써 괜찮다고 자위해보지만 실제로는 괜찮지 않다. 그나마 거절 메일이라도 보내주는 곳은 매우 성의 있는 출판사다. 최소한 내 원고를 일단 검토는 해봤다는 거니. 원고를 받았다는 회신조차 주지 않는 곳이 대다수다.


거절 이유는 참으로 다채롭다.


담당팀에서 작가님의 원고 기획을 검토했으나
송구하게도 저희가 진행하기 어렵겠다는 말씀 전합니다


지금으로선 출판사의 역량 부족으로
귀한 원고를 출판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저희가 에세이를 종종 출간하기는 하지만
인문/역사 도서에 집중하는 중이라
결이 맞는 다른 출판사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출판사에서는 현재 더 이상
투고 원고를 받고 있지 않습니다


편집부에서 선생님의 원고를 논의해본 결과,
출간 방향과 형편상 저희 쪽에서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보내주신 원고는 선생님의 글솜씨와 맞물려 읽는 맛이 있는 글 입니다만,
아쉽지만 소재상 시장에 내놓았을 때
특정한 독자군이 반드시 읽겠다고 다짐할 만한 유인을 찾기 어렵습니다




조금 전 영어 스터디 멤버 분과 근황을 나누다 나의 거듭되는 실패 경험을 이야기했다. 나와 동갑인 그분이 물었다. "당신의 원고가 계속 거절당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이런저런 변명을 했다. 출판사에서 내게 전달한 이유 때문에 내가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분의 대답은 단호하고 분명했다.


"당신이 거절 메일을 받은 이유는 당신이 '도전'했기 때문이다. 도전하지 않았다면 실패도 성공도 아무것도 경험할 수 없다. 그저 당신의 현재 상태에 머무를 뿐이다."




내가 매일 받는 거절 메일은 '도전자'의 삶을 선택했기에 가능한 가치로운 경험이었던 것이다. 역시 동료집단이 중요하다. 자기 계발서를 즐독 하지만, 활자가 아니라 스터디 버디의 입을 통해 귀로 듣게 되는 기운을 북돋는 문장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다.


필라테스를 시작한 지 만 두 달이 되어 간다. 바렐을 비롯해 기구를 이용하는 게 무섭고 낯설어 패키지 수강기간이 끝나면 그만둬 버릴 거라고 마음먹었더랬다. 그런데 어제부로 초급반을 탈출해 중급반으로 승격이 되니 마음이 달라졌다.


지각하는 이들이 종종 있고, 조금만 동작이 힘들어지면 쉽게 포기해버리는 초급반과 달리 중급반은 공기부터 달랐다. 다들 진지하게 프로다운 모습으로 수업에 임했다. 조금 더 힘든 포즈로 도전하는 이들도 꽤 된다. 초급반에 있을 때는 빨리 그만두고 싶었지만, 중급반이 되어 '잘하는' 이들과 함께 하니 나도 그들처럼 잘하고 싶어 진다.


내일 다시 원고를 다듬어 다른 출판사에 보내봐야겠다. 더 나은 삶, 새로운 일상에 도전해보라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멋진 이들과 소중한 인연도 계속 만들어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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