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간서치 힐데 Jan 26. 2021

나를 성장으로 이끄는 플러스와 마이너스 <1>

당신을 계속 나아가게 만드는 동기는
어디서 오는 건가요?
What gave you the motivation
to keep going on?    
 

어젯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우연히 보게 된 한 인터뷰에 등장한 질문이다. 싱어게인이라는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에서 인기몰이 중인 30호 가수의 친형이 질문을 던졌고, 이 질문에 답할 주인공은 드웨인 존슨이다.      


대답이 궁금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보다도 개런티가 높고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는 배우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자는 어떻게 동기부여를 하는지. 말주변 좋다는 평판은 괜히 쌓인 게 아니었다. 그의 대답은 ‘대중, 관객’이었다. 자신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돈과 마음을 쓰는 이들이 자신이 계속 성장하고 앞으로 나가게 하는 동기와 목표가 된다는 것이다.     


대중을 더 즐겁게 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즐겁게 연기하고 좋은 작품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한다는 말로 끝맺었다. 관객과 함께 성장하고 교감의 폭을 넓히기 위한 그의 선택은 대중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나 또한 그가 등장한 쥬만지, 그의 목소리가 입혀진 모아나를 아이들과 흥겹게 감상했으니.     




이렇게 세계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비범한 이들 말고, 나처럼 평범한 이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요소는 무엇일까? 10년 전 오늘, <외눈박이 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겨더랬다.        

  

정확히 말하면 외눈박이는 아니다. 두 눈은 모두 멀쩡하게 뜨고 있으니. 다만 두 눈의 초점이 잘 맞지 않아 글을 읽거나 쓰기가 힘들다. 아마도 양안 경쟁이 더 심해지나 보다.      


출근하니 눈물이 흘러내리고 다른 이들 보기에 안습 모드라는 거 빼곤 지낼만하다. 그럭저럭 글을 읽을 수도 있고, 쓰는 건 정말 자유롭다. 고장 난 건 외형적인 신체일 뿐, 내 마음과 정신이 아니었기에 천만다행이다 싶다.  

 

주말 동안 여러 가지 일을 할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다. 구본형연구소에 보낼 지원서도 마무리하고, 그동안 밀린 독서 요약도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일요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독서를 하다 몸살기에 다시 쓰러져 일요일 하루 종일 일어나지를 못했다.     


이른 저녁에 조금 나은 듯 싶어 일어나서 애들과 놀아주다 막내와 눈이 부딪쳤는데 그 전날 밤 다친 눈의 상처가 더 커진 것 같다. 월요일 새벽 내 잠을 이루지 못하다 6시에 일어났는데, 도저히 회사를 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데 회사를 갈 수 없다는 사실보다도 구본형연구소에 보낼 지원서를 마무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글을 읽을 수 없어 하루 종일 라디오를 켜놓았다가 원음방송을 통해 <잦은걸음으로는 먼 길을 갈 수 없다>는 메시지를 들었다. 마음의 조급함이 꿈을 이루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냥 주어진 일에만 충실하자고 나를 다독였다.




글을 읽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나를 위해 아들이 전기수가 되어 책을 두 권이나 읽어줬다. 안익태와 나폴레옹. 애국가가 있기 전에 올드 랭 사인에 맞춰서 노래를 불렀다는 것과 나폴레옹이 세인트 헬레나 섬에 갇혀서 자서전을 집필했다는 점도 새롭게 알았다.      


아픈 엄마를 대하는 세 아이의 태도는 천양지차였다. 큰 애는 아빠를 닮아 표현을 잘하지 않기에 퉁퉁 부은 엄마 눈을 보고도 별 반응이 없었다. 둘째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엄마 곁을 떠나지 않았고, 새벽에 일어나 보니 혼자 편하게 자고 싶어 하는 내 곁에 쭈그리고 잠이 들어있었다. 막내는 아직 사리분별을 할 수 없는 나이라 계속 책을 들고 내 뒤를 따라다녔다.      


어제 집에 있을 때는 안경 하나 얼굴에 올리는 것도 힘들고 아파서, 눈만 감은 채로 보내면서 무기력 상태에 빠졌었는데 오늘은 원기가 충만해진다. 꿈 목록을 보내준 동료의 메일을 확인하면서 내 목록도 보내줘야겠다는 마음에 행복해진다. 눈 상태가 괜찮으면 정리를 하겠노라고 들고 온 에리히 프롬의 책 표지를 보니 빨리 블로그에 옮기고 싶어 진다. 오랜만에 친구의 떼 문자 9개를 받으니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으로 가득 찬다.   


건강을 해칠 정도로 무리하면 안 되는 건 맞지만 몸이 조금 안 좋다는 이유로 계속 늘어져있는 것도 건강 회복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진 않다. 좋아하는 사람들 속에서, 즐거운 맘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쾌차의 비결인 듯싶다.     



  

10년 전 글은 나름 홀로 지혜로운 결론을 남기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3일 전, 블로그에 정성 가득한 긴 글이 남겨졌다. 3~4년 전에 외국어 온라인 카페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알게 된 분께서 남기신 글이었다. 평범한 내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시며 힘껏 응원해주시는 글에 나도 모르게 힘이 솟았다.      


온기 가득한 블로그 이웃님의 안부글 하나로 나는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다. 지난주 내내 일이 버겁고 홀로 일하는 것 같아 너무 억울하다며 징징대던 내 모습을 과감히 버렸다. 드웨인 존슨처럼 엄청난 규모의, 뜨거운 열정 부대 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나를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분들이 계셔서 나는 지치지 않고 계속 성장하고 싶어 진다.


내 부족한 글을 읽고, 마음의 위로와 평화를 얻는 분들이 계셔서 글재주는 없지만 글을 써나가게 된다. 10년 전 꿈을 함께 키워가던 동료, 나를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어 아픈 와중에도 끊임없이 열정을 불태웠던 것처럼.

작가의 이전글 시작은 비극, 끝은 희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