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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힐데 Sep 22. 2022

작심삼일로 2022년 100일 마무리

100일 플래너를 쓰는 중이다. 지난달 친한 동료분 생일선물을 고르다가 내 것도 함께 샀다. 둘이 함께 기록하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지속할 듯싶어서이다. 내일부터 올해가 딱 100일 남았다. 나이가 들면서 새삼 느끼는 건, 새로운 연도가 채 익숙해지기도 전에 작별을 해야 한다는 거다. 2022년이라는 숫자가 아직도 낯설기만 한데, 이제 석 달 후면 마무리를 하고 더 어색한 2023년과 만나야 한다.


이번 주부터 작심삼일 셀프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룰은 간단하다. 건강한 식습관, 운동습관, 시간 습관 갖기. 나는 부끄러운 바람직하지 못한 습관이 꽤나 있다. 이참에 고질적인 만성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꿔치기해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미션 기간을 길게 두면 지쳐서 오래가기 어려우니 딱 3일만 해보자고 다짐했다. 딱 1번 작심삼일을 해봤는데 그럭저럭 할 수 있을 듯해서 어제부터 두 번째 작심삼일을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밴 나쁜 식습관 중 하나는 과식과 야식이다. 몸에 좋을 리 만무한 각종 첨가물로 범벅이 된 스낵과 아이스크림, 가공식품을 탐한다. 이런 걸 사다 놓는다고 남편에게 화를 내지만, 이런 게 없으면 더욱 버럭 화를 낸다. 이율배반적인 내 성격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남편은, 나의 최애 과자와 간식거리가 떨어지기 전에 차곡차곡 잘 채워두곤 한다.


평소에는 잘 먹지도 않는 아들이 밤 11시가 넘으면 함께 야식을 하자며 유혹하는 걸 이겨내는 것도 힘들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아들과 유대감을 다진다는 핑계를 대며 늘 동참하다 보니 몸이 망가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매주 체중 인증샷을 함께 나누는 친구는 건강을 챙기며 체중 앞자리 수를 4로 바꾸기 직전인데, 나는 다른 의미로 체중 앞자리 수를 바꾸게 생겼다.


친구와 약속을 못 지킨 인증샷을 보내고 나니 수치심이 들었다. 건강한 중년의 삶을 위해 체중 조절이 필요하다며 큰소리쳤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이번 주엔 기필코 목표했던 체중감량을 달성하겠노라고 다부지게 결심했다.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절박한 마음이 드니 드디어 가공식품 대신 과일을 비롯해 몸에 좋은 음식을 찾게 되었다.




필라테스를 다니지 않게 된 후 꾸준히 운동하는 게 쉽지 않았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봤다. 점심시간에 회사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해봤다. 운동기구도 많고 열심히 하는 동료들도 있어서 제법 즐겁게 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짧은 1시간 점심시간 동안 운동하고, 샤워까지 하려니 마음이 바빴다. 근무 중에 옷을 갈아입는 것도 번거로워 지금은 중단했다.


한동안은 집 근처 공원을 1시간 이상씩 걷곤 했다. 걷기 운동은 올해 여름 나의 마음을 앗아간 BTS, 엑소, 샤이니, 세븐틴, 인피니트와 함께 했다. 그들이 부르는 신나는 K-POP 댄스곡을 들으며 걷다 보면 흥겨움에 발걸음도 빨라지고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 하지만 요즘 퇴근 후 온라인 수업을 듣다 보니 시간을 내는 게 마땅치 않았다. 수업이 끝나면 밤 10시가 넘어 밖에 나가면 제법 쌀쌀하다. 피곤하기도 해서 내일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운동복을 입기보다 이불속으로 들어가곤 했다.


이번 주부터 챌린저스 미션에 주 3회 피트니스 센터 가기를 추가했다. 몸과 마음의 노화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근력운동이 필수다. 인증샷을 찍기 위해 오랜만에 아파트 단지 안 센터를 찾았다. 일단 사진을 찍고 나니, 익숙했던 루틴 운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플랭크 4분, 레그 레이즈, 레그 프레스, 데드리프트. 운동은 기구당 20회씩 보통 4세트를 한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하이풀리를 비롯한 다른 기구도 이용한다. 과식하지 않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니 불과 며칠만 했을 뿐인데 바지가 이전보다 편안하게 느껴진다.




작심삼일 마지막 주인공은 코로나 기간 이후 새롭게 생긴 습관이다. 웹툰과 스트리밍 프로그램을 보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 집 근처 도서관 폐관 이후 2년 가까이 지속된 습관인데, 도서관은 얼마 전에 재개관을 했는데, 여전히 나는 이 습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2년간 웹툰을 보다 재미있으면 웹소설까지 결제해서 보느라 시간과 돈을 이중으로 낭비했다. 어느 날 세어보니 넷플릭스와 웨이브 등을 비롯한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매주 꾸준히 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만 무려 10개 남짓이었다. 매일 퇴근 후 쌓여있는 프로그램을 1.5배속으로 숙제처럼 보고, 보다가 잠드는 날도 제법 됐다.


중독 수준이 심각하니 극약처방이 필요했다. 넷플릭스는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거니 구독을 해지할 수는 없지만 일단 핸드폰 바탕화면에서 지워 진입장 관문을 살짝 높였다. 나머지 플랫폼은 과감하게 정기구독을 취소하고 앱을 삭제했다. 2년 간 중독되어 있던 습관이었는지라 금단증상이 있을까 봐 걱정했는데, 놀랍게도 아무렇지도 않다. 이렇게 쉽게 없애버릴 수 없는 무의미한 시간 순삭 습관을 그동안 왜 계속 지지부진하게 유지했는지 경이롭기만 하다.




명언 제조기 박진영 씨의 말 중에 가장 공감하는 건, 조심하지 말고 조심할 게 없는 사람이 되라는 거다. 나쁜 습관 3개를 버리고, 그 자리에 좋은 습관 3개를 채워 넣었을 뿐인데 조심할 게 없는 사람으로 격상되어버린 느낌이다. 이런 내가 꽤나 자랑스럽다.


작심삼일 딱 33번만 하면 올해 남은 100일을 얼추 마무리할 수 있다. 눈 질끈 감고 달성해서 금년 마지막 포스팅에 빛나는 성과를 남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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