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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힐데 Feb 18. 2021

10년 전, 그리고 오늘 내게 변신이란

10년 전에 함께 근무했던 동료를 만났다

막 서른이 된 동료는 낯선 조직을 경험할 겸 잠시 파견을 왔더랬다. 당시 서른일곱이었던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절을 통과하던 중이었다. 같은 라인에서 1년가량 호흡 맞춰 함께 일한 뒤 우리는 각자의 인생경로를 걸었다.


얼굴 보지 못하는 10년 동안 두어 번
문자나 톡으로 소식을 주고받은 게 전부다

적조했던 세월에도 불구하고 10년 간 소통 공백의 흔적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당시에도 앳된 소년 같던 분위기는 여전했다. 클래식을 좋아해 종종 음악 감상을 하고 악기를 연주했지만, 지금은 딸 둘을 키우느라 여유 있게 음악을 즐기지 못한다는 게 10년 전과 다른 유일한 점이었다.


10년 전 동료와 만남 덕분에
내 마음은 자연스럽게 10년 전 내 일상으로 흘러갔다

당시 나는 바쁜 직장생활 가운데 '나 자신'이 고갈되고 말 것 같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마음속 경종이 울릴 때마다 찾았던 영어가 그때도 해결책이었다. 동료 중 한 명을 설득해서 입트영 교재를 구입하고 매일 출근하자마자 그날의 스크립트를 암기했다. 첫 번째 암기한 주제는 바둑, 두 번째는 오목, 세 번째 주제는 난지도였다.

 

난지도는 늘 변신을 꿈꾸는 내게
적합한 사색 주제였다


서울의 온갖 쓰레기들을 품던 매립지에서 각양각색의 자태를 뽐내는 공원으로 완전한 탈바꿈을 한 난지도. 사실 난지도는 쓰레기를 매립하기 전에는 땅콩과 수수가 재배되던 평지였고 갈대숲이 우거진 철새들의 서식지였다고 한다. 이 때는 유명한 신혼여행지로도 자리매김했었다고 하니 당시 난지도를 찾았던 이들은, 1978년 이후에 100여 미터 높이 쓰레기 산으로 변모한 난지도 모습에 격세지감을 느꼈을 법도 싶다.


변신은 몸의 모양이나 태도 따위가 바뀌는 것을 일컫는다

철새 서식지에서 매립지로 변신한 난지도. 다시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하면서 또 다른 변신을 도모했던 난지도. 매립지 사용 기한이 도래해 새로운 효용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용도로 적합하도록 외형이 바뀐 난지도 이야기를 오랜만에 다시 접하니, 내 인생에 찾아온 메가 변신 전환점에 대해 돌이켜보게 된다.


내 삶의 가장 큰 변신 계기는 2001년이었다


 2001년 말, 구직활동 중이던 실업자 신분에서 당당하게 취업자가 되었다. 경제활동인구 통계에 포함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모수 구성원 일원으로 갖는 자긍심의 결이 한층 높아졌다.


비슷한 시기에 호주가 바뀌고 본적지가 원적지가 되는 경험도 했다. 지금은 '호주'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지만, 당시 나는 후견인이 꼭 필요한 미성숙한 자아로 인식되곤 했다.


혼인과 동시에 '아내', '며느리', '동서', '올케'라는 생소한 개념들이 갑자기 나를 일컫는 대명사가 됐다. 다음 해에는 '엄마'라는 단어가 나를 지칭하는 호칭 중 하나로 내 삶에 포함됐다.


10년 전, 그리고 지금,
나를 이끄는 변신의 동인은 변함이 없다


첫 번째는, 매일 내 곁에서 든든한 자양분이 되고 있는 책이다. 신체적, 외향적 변신을 이끌었던 2001년 이후, 가장 큰 심리적, 내면적 변신은 2010년에 이뤄졌다. 매일 책 읽는 이로 변신에 성공한 후, 매년 성공 신화를 쓰고 싶다는 열망을 이어오고 있다.


두 번째는, 뜨겁게 살아가는 이들이다. 책을 통해 만나기도 하고, 업무를 하다 인연을 맺기도 한다. 블로그나 브런치를 통해 롤 모델을 찾는 경우도 꽤 있다. 가슴속 횃불을 담고 살아가는 이들은 내 가슴도 뛰게 만든다. 이런 분들과 교류하면 내 영혼의 성장판은 결코 닫힐 일이 없다.


세 번째는, 이루고 싶은 미래와 꾸려야 하는 현재 사이 균형 잡기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내 맘 맞는 이들과만 교류할 수도 없다. 내 자신도 맘에 안들 때가 많다. 기대가 큰 만큼 가족에 대한 실망도 큰 법이다. 이럴 때마다 충돌하면 변신은 어렵다. 할 수 있는 것과 해야만 하는 것들 사이에서 지혜롭게 삶을 꾸리다 보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수렴하곤 한다는 것을 지난 10년간 체득했다.


자발적 빈곤, 절제를 통한 균형 잡기


다른 생각과 새로운 가치관을 내 안에 들여놓기.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계속 정진하기. 불필요한 언행으로 우주 질서를 교란시키는 무의미한 일에 동참하지 말기. 외연 넓히기 위해 홑눈 대신 겹눈으로 세상 바라보기. 아집과 독선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 기울이기.


변신, 그리고 또 변신

카프카가 그려낸 그런 퇴화하는 의미의 변신이 아닌 세상의 이치와 법칙에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사회가 진일보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그런 변신!! 내가 꿈꾸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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