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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힐데 Aug 31. 2021

활력과 생동감 넘치는 삶의 비법

지난주 영어 스터디 말미에 한 멤버분이 스터디 형식을 바꿔보자고 제안하셨다. 원어민 친구를 게스트로 한 둘 초청하고 싶은데 괜찮냐고 문의하셨다. 문제는 시차다. 미국 덴버 기준으로 우리 스터디는 토요일 새벽 5시다. 참여 진입장벽이 꽤나 높은 시간대다.


이어서, 한국 멤버들도 좀 더 충원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구성원이 단 셋에 불과하니 한 명만 일이 생겨도 스터디가 취소된다. 가끔 둘만 진행하기도 하지만 신변잡기식 만담이 되곤 해서 가급적 셋이 완결체로 모일 때를 선호한다. 주말여행을 자주 하시는 멤버분은 본인이 일이 생길 때마다 스터디가 취소되는 걸 계속 마음에 담아 두셨나 보다.


신입 멤버 영입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주변에 영어를 좋아하는 분들이 보이면 적극적으로 설득해보곤 했지만, 다들 이런저런 어려움을 호소하셨다. 토요일 밤 9시. 공부하기에 그리 매력적인 시간대는 아니다. 평일로 바꿔볼까 했지만, 최근에 한국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구직에 성공하신 멤버분이 난색을 표하셨다. 아무래도 새 업무 연착륙 시간이 필요할 테니 평일은 무리일 수 있겠다.  




논의 끝에 스터디 결성 계기가 되었던 온라인 플랫폼에 멤버 충원 포스팅을 올리기로 했다. 2년여 만에 들어가 보니 웹사이트 구성이 꽤 바뀌었다. 스터디 게시글을 보니 영어공부 희망 포스팅신 분 중 우리 모임에 합류하면 좋을 것 같은 분들이 몇 보인다. 충원 글 대신에 이 분들께 따로 메일을 드렸다.


메일을 드린 시간은 토요일 자정에 가까운 시간. 일요일 아침에 확인해보니 벌써 두 분이 한 번 참관해보고 싶다는 회신을 주셨다. 열정 가득한 이들의 시계는 주말에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구나. 꽤나 기분 좋은 신호탄이다.


기쁜 소식을 멤버분들과 바로 공유했다. 이번 발제를 맡은 분께서 평소보다 좀 더 공들여 토론 질문을 준비하셨다. 돌이켜보니 익숙함이 편안하긴 했지만, 그동안 우리 모두 매너리즘에 제대로 빠져 있었던 듯싶다.


정규 멤버가 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잠재 멤버십 보유자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는 바람 덕에 나 역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그리고 보니 낯선 그룹에 동참하거나 새로운 이들과 함께 하게 될 때면 늘 이런 기분 좋은 설렘과 두근거림이 동반됐다.




2016년 귀국 후, 어느 정도 탄력이 붙은 영어실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서 나 홀로 공부를 해왔다. 전화영어, 온라인 스터디 카페, TED 쉐도잉. 새로운 걸 시작할 때면 늘 신이 났다. 하지만 혼자 하다 보니 금방 질렸다.  의욕에 충만했다가 사기가 저하되는 롤러코스터를 몇 차례 경험하다 셀프 스터디 여정에 종지부를 찍었다.


두 눈 부릅뜨고 대면 스피킹 클럽을 찾았다. 마침 운 좋게 집 앞 카페에서 일요일 아침에 진행하는 모임이 있었다. 아직도 첫 번째 참여하던 날 토론 주제가 기억난다. 내가 얼마나 전투적인 자세로 준비했는지도 기억이 생생하다.


큰 기대를 갖고 참여했던 모임이었지만,  2년 가까이 흐르다 보니 생각보다 운영방식이 지지부진했다. 돌이켜보니 당시 기존 멤버들에게 나는 꽤나 충격적이었을 게다. 그 모임은 원래 소소한 사교클럽 같은 분위기였는데, 나로 인해 한동안 스터디 모드로 전환했던 거다.




변화가 필요했다. 참여하던 오프라인 스터디 멤버 중 가장 적극적인 멤버 몇 분께 따로 연락드려, 의지가 있고 여력이 되는 분들과 따로 모임을 결성했다. 우리는 공식 스터디 전에 두 시간 일찍 만나 좀 더 강도 높은 <파워스터디>를 이어갔다. 여러 사정으로 잠깐 휴지기를 갖던 파워스터디는 코로나 19라는 복병 앞에서 반년 남짓만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시작은 곧잘 하지만, 쉽사리 지치는 나 자신에게 휴식을 선사한 셈이다.


좀 쉬다 보니 회의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대충 살면 몸은 편한데, 맘이 너무 불편하다. 온라인 스터디를 만들었다. 온라인으로 회원을 모집하는 한편, 파워스터디 멤버분들께도 제안을 드렸다. 다들 고사하셨다. 코로나 19 후에도 파워스터디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걸 미리 알게 된 셈이다.


멤버가 이탈하고, 교체되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온라인 스터디를 2년 가까이 지속하고 있다. 낯익음, 안온함과 맞바꾼 생소함, 낯섦은 얼마간의 불편을 초래하지만 동시에 활력과 생동감을 선사한다. 부디, 새로운 분들과 각별한 인연으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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