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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힐데 Dec 17. 2021

사고와 맞바꾼 세 가지 습관

세상에 공짜는 없다. 열흘간 머리도 못 감고 노숙자 같은 모습으로 거의 집 안에 유폐되어 지냈지만(드디어 오늘 머리 감았다. 문명인으로 거듭난 이 상쾌한 느낌이란!) 이 시간이 헛되지는 않아 좋은 습관 세 개를 얻었다.


첫 번째 습관은 차 마시기다. 커피 홀릭인 나는 커피 외 다른 음료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내 돈 주고 사 마시는 일이 거의 없다는 거다. 그런데 올해 들어 차 선물을 몇 번 받게 됐다. 커피보다는 차가 상처 회복에는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커피 생각이 날 때 차를 마셔봤다. 차 마시기 전 향기에 먼저 매료되고, 마시면서 차마다 갖고 있는 고유 맛에 매혹됐다.  

두 번째 습관은 성경 필사다. 응급실에서 하느님께 화살기도를 드렸기에,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의 영향일 수도 있고. 아직 회복 중이기에 혹시라도 뇌에 이상이 생기면 안 된다는 걱정도 한몫했다.


나를 <돌아온 탕아>로 만들고자 전도에 힘쓰는 주변 분들의 덕도 무시할 수 없다. 그들은 안부를 물으며 나의 성경 읽기 현황도 조심스럽게 체크했다. 창세기부터 시작하면 중도 포기할 듯싶어 가장 좋아하는 <로마서>를 펴서 매일 연습장 한 장을 앞뒤로 채워 필사 중이다.

세 번째 습관은 음식 만들기다. 남편이 퇴직한 후 식사 챙기는 걸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아침식사를 내가 챙기면 남편이 밤새 술을 마시고 늦잠을 자면서 아이들을 전혀 챙기지 않기 때문이다. 저녁은 내가 퇴근해서 챙기기에는 시간이 맞지 않을 때가 많았다. 주말에는 챙겼지만, 요리하는 게 더 이상 즐겁지는 않았다.


물론 내게도 행복하게 요리하던 시절이 있었다. 캐나다에서 지낼 때 아이들에게 친구들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나도 외국인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음식을 잔뜩 해서 집으로 초대하곤 했다. 처음에는 소소하게 몇 명만 초대해 10인분 정도만 요리했는데 요리실력이 늘면서 초대 인원이 점점 늘었다.


세 아이들의 친구들 네댓 명을 각각 초대하고 친구들의 엄마까지 함께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럴 때는 서른 명 정도가 집에 꽉 찼다. 대규모 초대를 할 때는 전날 하루를 꼬박 음식 준비에 할애하고, 일행이 모두 돌아간 후 설거지 등 뒤처리만도 2~3시간은 족히 걸렸다. 그래도 이걸 고된 <노동>이 아닌 즐거운 <이벤트>로 기억하는 건 나도, 아이들도 그 시간에 행복했기 때문이다.


내가 집에 머무는 열흘간 막내도 계속 온라인 수업이라 함께 있었다. 아들도 기말고사 기간에 백신 접종까지 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평일에 아이들과 여유 있게 식사한 기억이 별로 없었는데, 제법 긴 기간 함께 식사를 하다 보니 진심 담아 세 끼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까지 어느 순간 즐거워졌다.




습관까지는 아니지만 그동안 바쁘다고 소식을 거의 전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구체적으로 만날 계획도 세웠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Memento Mori>가 삶의 좌우명이었건만, 내 삶을 내밀하게 꾸리는 게 무엇보다도 우선순위였던 나는 주변 이들이 보기엔 꽤나 무심한 캐릭터였을 게다.


성과를 이루는 것도 의미 있지만, 20~30년 이상 이어져 온 소중한 인연과 맞바꿀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오랜만에 안부만 묻기 민망해 치킨 쿠폰 같은 소소한 선물을 보내다 보니 돈을 좀 더 벌고 싶어졌다. 유느님이 칭송받는 건 그분의 훌륭한 인품 외에도 주변 이들에게 아낌없이 베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도 더 많이 모아, 지금보다 더 많이 나누고 싶다.


다음 주부터는 겨울방학을 맞이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딸과 방을 공유해야 한다. 한학기 동안 딸에게 새롭게 생긴 책과 옷을 들여놓기 위해 부지런히 집을 정리하다보니 더 큰 집이 갖고 싶어졌다. 다섯명이 각자 방이 있는 공간. 내가 사는 동네 시세를 알아보니 방 다섯개짜리는 지금 사는 집보다 세배 가까이 비싸다.


돈을 모으려면 자고로 간절하게 열망부터 해야 하니 내가 가장 애정 하는 책 중 하나인 <시크릿>을 다시 열독하고 오랫동안 중단했던 드림 노트를 작성했다. 시크릿 수표를 다운받아 10억 남짓에 해당하는 금액도 적었다.

그런데 이렇게 온라인 수표 한 장 만들었다고 돈이 생길 리 만무하다.

어떻게 하면 돈을 모을 수 있을까?

아무래도 글을 써야겠지?

지금 부랴부랴 브런치에 글을 남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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