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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테 클래식 Feb 25. 2024

거창고 졸업생의 자부심

거창고 50회 졸업식 대표생 답사_사랑하는 지헌이에게

지헌아! 나 기억해?


1학년 1반 강재성 선생님 담임이셨을 때, 6월에 잠시 다녀갔던 교생 선생님이야. 너희 44회 선배이기도 하지. 언젠가 기숙사에서 부사감으로 지낸 적도 있으니 기억할 거라 생각해. 우연히 네가 쓴 졸업식 답사를 읽다가 한참을 울었다. 아침 조회 때 출석 부를 때 기억이 나더라. 이름이 다운이 지희... 그리고 우리 든든한 반장 지헌이.. 내 기억으로 지헌이가 1반 반장이었던 것 같은데 맞나?


잠깐이었지만 너희들을 생각하면 맘이 따뜻해진다. 특히 순둥순둥한 1반 남학생들 덕에 교생 그리고 기숙사 부사감 시절은 너무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해. 그리고 너의 절업식 답사는 너무 감동적이더라. 좋은 추억을 환기시켜 줘서 너무 고맙다.


너도 이제 40대가 되었겠구나? 문득 궁금해졌어. 지헌이는 세상 어디에서 한줄기 빛과  줌의 소금이 되려 몸부림치고 있을지?  글이 네게 닿는다면 내가  따뜻한    사주고 싶다.


혹시  글을 본다면  아래 메일로 연락 부탁해. 그리고  허락도 없이 네가 낭독한 졸업 축사를 인용한다. 너와  기특한 마음을 기억하기 위해. 존경과 사랑을 담아~ 교생선생님이

justin7816@gmail.com



https://youtu.be/DUgD0GILqCY?si=10Jcj1YXkfbwKx4S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 거창고 졸업생들의 자부심




<2003년 거창고등학교 50회 졸업식 대표생 답사 전문>


마음의 고향을 떠나는 오늘,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은 오늘, 우리의 만남을 계획하시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함께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3년 동안 먹고 자고 숨 쉬었던, 때론 집보다도 편안했던 공간인데, 오늘은 왜 이리 이 자리가 어색한지 모르겠습니다. 만났으면 헤어지는 게 세상의 당연한 이치이지만, 늘 함께 있었고 늘 함께 할 것 같았던 삶들과의 헤어짐이기에 아쉬움은 크기만 합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3년은 우리들에겐 축복의 시간이었습니다. 어색했던 처음 만남,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긴장했던 섬배들과의 대면식, 함께 거고 파이팅을 외치며, 함께 부등켜 기뻐하며 아쉬워했던 연합체육대회, 모두 지고도 재미있기만 했던 첫봄 예술제, 함께 부등켜 안으며 즐거워 했던 대동놀이, 우리도 몰랐던 우리의 능력을 발견한, 서로 다른이들이 하나의 작품을 이루어낸 가을 예술제, 흘러가는 시간 하나하나가 너무도 아까웠던 지난 봄예술제, 마지막 봄소풍,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은 열광의 댄스파티.... 이 모든 시간들은 우리들에게 서로를 믿는다는게 무엇인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었습니다. 외롭고 힘들었던 시간 또한, 좋았던 시간들 만큼이나 많았지만, 그 외롭고 힘들어서 흘린 눈물 또한 거난을 통해 위를 더 크게 쓰시려는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주신 또 하나의 축복이란 것을 믿습니다.


이 순간 귀가 닳도록 들었던 ‘거고정신’이란 단어가 떠오릅니다. 아직도 그것이 무엇인지는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이곳에서 3년이란 시간을 보내며 순간순간 가슴으로 느꼈습니다. 크고 작은 학교행사를 통해서, 친구들을 통해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그것을 느끼며 그것이 우리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고,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울었나보다 라고 했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리가 이 자리에 있기에는 많은 분들의 울음이 있었습니다. 오직 우리들이 자라나는 모습으로만으로도 기뻐하신 선생님들의 은혜로 저희가 이 자리에 있습니다.


늘 선생님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며 이해받기만을 원했던 저희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도시보다 열악한 시골의 학교에서, 자신보다는 학교와 학생을 먼저 생각하시고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날마다 우셨던 선생님을 기억하며 살겠습니다. 길게만 느껴졌던 수업시간, 함께 웃고, 즐거워하면서 그 속에서도 시대와 역사 속에 필요한 일꾼이 되라고 가르치셨던 선생님의 말씀을 반드시 기억하고 살아 가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불평을 모두 들어가시면서도 싫은 기색 한번 하지않고, 묵묵히 자기 일을 하셨던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서무실 직원분들께도 죄송했고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저희들을 낯선 땅에 보내시고, 돌아서서 눈물 흐리셨던 부모님을 기억합니다. 밥은 잘 챙겨먹었는지, 잠자리는 편안한지, 늘 괜한 걱정만 하셨던 당신들의 마음을 이제는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늘 말뿐인 미안함이고, 늘 말뿐인 고마움이지만, 이젠 당신을 더 이상 걱정시키지 않겠다는 한 번도 지키지 못한 약속을 다시하고 싶습니다.


미안하고 감사한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사랑하는 후배들아, 우리가 보았던 선배들은 정말 멋있어 보였는데, 너희에겐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 모르겠구나. 우리가 숨죽여 시험치르던 교실, 공을 좇아 달리던 운동장, 노인정과 중앙 현관, 이제 우리가 떠난 자리엔 너희들이 채우고, 같은 생각을 하며, 같은 꿈을 꾸며 살아가겠지? 어설프게나마 너희들에게 본이 되려 노력했고, 너희들을 이해하려 했던 선배들을 기억해다오. 진실한 마음 한점 주지 못하고 떠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후배들을 맞기위해 설레임으로 기다렸던, 너희들만은 인정해주길 바랬던 우리의 마음은 기억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들아, 지금 우리 마음은 모두 같을거야. 하지만 우리 서로를 축하해주며, 기쁨으로 서로를 보냈으면 한다. 평소에 했던 것처럼 그렇게 헤어져서 다음 만났을 때도 농담하고, 장난치며 전혀 어색하지 않게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살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함께 살아갈 시간들이 더 많기에, 그동안 바빠서, 혹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 이제는 더욱 좋은 만남을 이루어 나가길 약속하자. 마지막 성경시간 기억나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사랑이 무엇인지, 사람을 사랑한다는게 어떤 것인지를. 이젠 같은 하늘을 보며, 같은 태양을 보며, 함께 그 사랑을 이루어 나갔으면 좋겠다.


<거창고 뒷뜰, 노인정>


우리의 소망이 담긴 글 하나를 읽으며 답사를 정리하려 합니다.


거고인 건축가가 세운 다리는 무너지지 않고

거고인 농부가 키운 작물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으며

거고인 의사는 삶의 목숨을 그 무었보다 소중히 여긴다.

거고인 판사가 내린 판결은 믿을 수 있고

거고인 직공이 만든 옷은 단추가 잘 떨어지지 않으며

거고인 선생님에게는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다.

거고인 관리는 뇌물을 받지 않고

거고인 기자는 거짓을 전하지 않으며

거고인 역사가는 그 무엇보다 진실을 목말라 한다.

그래서 세상은 거고를 빛이요 소금이라고 한다.


사람은 사랑을 할 때 세 단계를 거쳐 사랑을 이루어 나간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열정을 가지고 사랑을 하다가, 그 열정이 식어버리면 그동안 들어버린 정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열정과 정 마저 식어버릴 때는 악속과 책임으로 끝까지 사랑을 한다고 합니다.


거고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는 뜨거운 열정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우리의 마음의 고향이 될 정도로 정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시간, 우리의 삶 끝까지 가져갈 약속을 함니다. 험한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겠습니다. 비록 흩어져 서로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가겠지만 같은 하늘을 보며, 같은 꿈을 꾸며 이땅에 떨어져 죽은 한 알의 밀알이 되겠습니다.


이제는 매섭게 춥던 거창의 새벽 추위를 느낄 수도, 유난히도 별이 많았던 거창의 밤하늘을 볼 수도 없겠지만, 이 모든것들을 영원이라는 시간속에 묻어주고 우리는 새로운 곳을 찾아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납니다. 우리의 만남을 계획하셨고, 우리의 또 다른 만남을 계회하실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2003년 2월 12일

졸업생 대표 최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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