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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테 클래식 Aug 26. 2021

일리아스: 운명의 수레바퀴와 불멸의 명예

운명을 바꾸려면

지난 주 북클럽에서 일리아스의 둘째 날 전투를 마무리했다. 둘째 날 전투의 첫 장면은 신들의 회의로 시작한다. 제우스는 신들을 모아 놓고 이 일이 빨리 실현될 수 있게 트로이아와 그리스 진영 어디에도 편들지 말라고 준엄하게 명령한다. 그리고 해가 중천에 올랐을 때 양군의 운명을 저울에 달아본다. 트로이 진영의 추는 제우스와 가까운 하늘로, 그리스 진영의 추는 하데스와 가까운 땅으로 쳐진다. 그렇다 신의 뜻은 그리스의 패배와 고난의 길로 기울어졌다.


 호메로스는 그리스 동맹의 트로이아 10년 정복전쟁 중 하이라이트가 될 몇일 간의 전투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스토리를 기술하는 방법을 보면 그리스의 입장에서 일방적인 승리를 기술 것이 아니라, 마치 팽팽한 저울의 추처럼 양 진영을 번갈아 힘을 실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스인인 호메로스는 당연히 그리스 동맹의 편일 것 같은데, 그는 마치 자신이 신이라도 된 듯 서로의 승패에 대해 공정한 관찰자의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우리는 이를 통해 고대 그리스인들의 신관과 운명론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애초에 전쟁의 승패는 인간에게 속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운명론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운명을 믿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쪽을 선택했던 것 같다. 극단적인 비극 앞에서도 그들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극복하려 하기보다는 정해진 신의 뜻(신탁)은 불변하는 변수로 보고 그것을 회피할 수 있는 소극적 방법을 찾았던 것이다. 인간이 필멸한다면 전쟁에 나가 불멸하는 명예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것과 같이 말이다.


그러나 호메로스의 공정한 입장처럼 운명의 수레바퀴는 공평하다. 수레바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돌아간다는 것만 정해져 있다. 그것이 하나의 원 안에서 절정에 이르면 반드시 하강한다. 그리고 수레바퀴가 바닥에 이를 때면 어김없이 다시 상승하는 변곡점을 지나게 된다. 우리 인생도 이와 같지 않던가? 우리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우리는 얼마나 자만해지는가? 그 성공이 지속될 것 같은 자아도취에 빠져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소중한 관계를 등한시하며 운명의 하강을 가속시킨다. 그리고 우리는 잘 나갈 때닐 수록 하강 국면이 올 것임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오만해지면 운명의 여신은 더 이상 우리를 긍휼히 여기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인생의 비극과 고난을 경험할 때 우리는 죄 절하고 주눅 들기 마련이지만, 그러나 신은 그 과정을 통해 우리를 겸손하게 하시기도 한다. 더 내려갈 바닥이 없을 때 우리는 매우 겸손하게 상승할 전기를 기다릴 수 있다. 이것이 반평생 내가 경험한 인생이다.


이쯤에서 일본의 야구 신성 오타니 쇼헤이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그는 MLB 역사상 베이브 루스 이후의 유일무이한 이도류(二刀流)로, 평상시에는 지명타자로 풀타임 출장하면서 6~9일가량의 간격을 두고 선발투수로도 등판하는 투타겸업이 가능한 선수이다. 지명타자 제도를 운용하는 아메리칸 리그 경기에서 현재 투수 출장일에도 타석에 서는 사실상 유일한 프로야구 선수이다. 투수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는 뛰어난 구속과 스터프를 지닌 파이어볼러 유형의 선발투수이고, 타자로는 5 툴 모두 상위권 수준에 가깝기 때문에 투타겸업의 재능으로만 치자면 일본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야구 역사에서도 매우 보기 드문 천재라고 평가받는다.

오타니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세웠다는 계획표는 매우 유명하다. 그중 아단 중앙에 있는 운만 살표 보면 이렇다. 인사하기, 쓰레기 줍기, 심판분을 대하는 태도, 응원받는 사람이 되기, 물건을 소중히 쓰기, 야구부실 청소, 책 읽기.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올해 VIP 및 사이영상 후보로 대두되면서 그의 쓰레기 줍기가 화제가 되었다. 그는 아직도 경기가 끝나면 경기장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쓰레기를 줍는 그의 행동을 보고 그가 정말 쓰레기나 줍는 것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미신을 믿기라도 하는 것인지 의아해하는 기자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단순한 판단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오타니 쇼헤이의 목표 중 운은 그런 종류의 미신일 수 없다. 그가 목표로 하는 운은 야구 선수로서의 재능에 더해 매사에 겸손한 태도로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대중들에게 사랑받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다. 그리고 여기에 독서가 있다는 사실은 정말 압권이다.


메이저 리그 이적 이후 부상과 컨디션 난조 등 나름 힘든 시기를 보낸다는 기사를 보면서 나는 저 선수가 이런 전성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왜냐면 쓰레기를 줍겠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본업에 대해서는 얼마나 더 철저한 관리와 노력을 기울이겠는가?


우리가 어떠한 삶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엄청난 도약이 아니다. 삶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은 주변에 있는 일에 주의를 점차 집중하고 나만의 고유한 사고와 행동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 있다. 한 번의 큰 행운과 도약이 아닌 점진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시간이 누적되면서 수준이 높아지면 겉보기엔 자동적으로 초월적 위치에 올라간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키는 것이다. 고수는 하루아침에 출현하는 새로운 인류가 아니다. 인고의 연습과 반복 끝에 성장한 사람이다. 그래서 한 시간 한 시간을 매진해야 한다.


내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좋은 책을 찾아 매일 꾸준히 읽는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변화할까? 나는 최근 독서에 진심인 몇몇 지인들과 교류하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들이 보여준 놀라운 성장을 보며 너무 놀랍고 감사하다. 그리고 그들의 도전과 응전이 그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또 다른 가능성과 기회를 열어갈 것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주어진 운명을 바꾸는 것은 그저 주어진 행운이 아니라 한 자 한 자 읽어나간 글자들이고, 그것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인 내가 그 운명의 주인공이다.


운명을 바꿀 것인가? 그러면 쓰레기를 줍든, 운동을 하든, 독서를 하든 무엇이든하라! 특히 고전 독서를 한다면 인생을 관조하는 능력과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과 그 상황을 잘 다루는 지혜를 얻을 것이다. 이것이 필멸하는 내 운명에서 내가 꼭 이루고야말 불멸하는 그리고 정당한 명예의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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