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헬스장 Keep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 일기
몸이 말을 걸다: Keep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1. 본게임
<정수연 코치님의 프로그램 설명>
오늘은 본격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날이다. Keep에서는 기존 웨이트 트레이닝과는 다른 개념의 운동을 경험할 수 있다. 단순한 근력 위주의 운동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습관화하고 실천할 수 있는 맨몸 운동 위주의 프로그램이다. 나도 한 해의 시작에 피트니스 클럽을 찾아 월 혹은 연간 회원권을 등록하고 작심 3일로 실패한 경험이 종종 있다. 그러나 Keep의 운동은 그런 시간과 공간적 제약을 넘어서서 일상 속에서의 운동을 지향하는 것 같다. 오늘 경험할 운동이 정말 기대된다.
2. 스트레칭(가동범위 운동)
처음은 5분 정도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책상 자세로 몸을 만든 다음 손목을 천천히 회전하면서 가동범위를 넓히는 운동을 했다. 내 몸이 얼마나 굳어 있는지 온몸으로 마주하는 순간이다. 가벼운 시작이지만 절대로 가볍지 않았다. 손목, 등, 하체의 근육을 긴장 이완하면서 메인 운동을 준비했다.
누가 이 운동을 스트레칭이라는 가벼운 단어로 한정지었는지 모르겠지만, 가동범위 운동이 더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나의 가동 범위는 너무 제한적이다. 나는 운동을 시작하자마자 그 한계를 극복하려면 오랜 시간과 큰 노력이 필요할 것임을 직감했다. 세상에 쉬운 시작은 없다. 모든 시작은 나태함, 힘듦, 포기하고 싶은 수십만 가지 이유들과의 처절한 싸움이다. 울퉁불퉁하고 건강한 몸은 그 지난하고 처절한 싸움을 이겨낸 전사들의 명예의 상이다.
3. 메인 운동
메인 운동에 들어가기 전에 심박수 기기를 부착했다. 운동도 과학이다. 측정 가능함은 과학적 연구 방법론의 가장 기본이다. 심박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운동하는 것은 매우 신선한 접근법이다. 코치님은 심박수를 보면서 수시로 운동 강도를 조정해 주신다. 몸은 힘들었지만 내 심박수는 옆에 있는 회원과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이다. 비교적 저깅도로 운동한다는 증거이다. 부끄럽다.
<심박수 측정기>
이제 본격적인 운동의 시작이다. 본 운동은 푸시업 12세트, 워킹 런지 1세트, TRX Row 12(풀업과 유사), SL DL Swing를 순환하면서 15분간 지속하는 운동으로 구성되었다. 어떤 일이든 태도가 모든 결과를 결정한다. 유능함은 그다음 문제이다. 기본자세를 갖추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좋은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나쁜 태도와 자세는 일을 그르치는 첩경이 기 일수다. 운동도 그렇다. 정확한 자세를 숙달하지 않으면 근육과 골격에 무리를 주게 되고 중장기적으로 부상의 위협에 노출되어 지속 가능한 운동을 방해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자세가 그저 머리와 의지로 갖춰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바른 자세의 유지는 끊임없는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그냥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 운동을 하면서 코치님께 계속 지적받은 것이 자세이다.
(좌: 케틀젤 스윙, 우: TRX Row)
자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체력이다. 나는 오늘 15분 운동을 하는 동안 몇 차례 체력적 한계에 부딪혔다. 나는 이제 40대 중반의 올챙이 배를 가진 중년이다. 운동 전 복용한 고혈압, 당뇨약 때문인지 수시로 어지러웠다. 운동 중반에 급하게 주머니에 있던 호올스 하나를 챙겨 먹으며 떨어진 당을 보충했다. 체력을 키우는 일 역시 꾸준한 반복 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푸시업 12회 3세트를 완료하지 못했다. 런지 자세도 엉망이었고, 상체를 당기는 TRX Row도 3세트를 완료하지 못했다. 총체적 난국이다. 그동안 내 체력은 바닥을 뚫고 지하 세계로 몰락한 것 같았다.
장교 양성 교육을 받을 때가 생각났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5km 구보를 했다. 훈육장교들은 임관 한 달 전 80km 왕복 유격 행군에 앞서 앉았다 일어서기를 매일 2천 개 하면서 체력을 준비시켜 주셨다. 철학자 칸트는 이런 말을 했다.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고,
직관없는 개념은 공허하다"
나는 오늘 또 하나의 진리를 깨닫는다.
프로그램 없는 운동은 맹목적이고,
체력 없는 운동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나도 한때 유격 교관을 한 적이 있다. 유격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PT체조이다. 유격장의 PT체조는 힘들기로 악명 높지만, 기초 체력 없이 산악이나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특수 부대의 훈련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악과 깡으로 자신의 체력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20대 시절의 체력은 남아있지 않지만, 나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냥 이 악물고 버티고 꾸준히 끝까지 6~12개월만 지속하면 강철부대가 될 수 있다. 그것 밖에는 이 총체적 난국을 돌파할 방법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
3. 안되면 되게 하라
나는 40대 초반에 당뇨와 고혈압 판정을 받고 의기소침하며 살아왔다. 솔직히 인생의 가장 절정기에 이런 병을 진단받았다는 사실만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고혈압, 당뇨와 같은 눈에 보이는 질병이 아니라, 매일의 삶을 나태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의 안일한 사고와 태도가 문제임을 직시하지 못했다.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은 내게 주어진 삶에 대한 수치이고 불명예이다. 나도 한때는 특수전교육사령관의 상(링크: 겁쟁이의 강철부대 입성기)을 받을 정도로 악바리였던 적이 있다. 그게 왜 과거의 명예여야 하는가? 나는 아직 충분히 젊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꽃중년 아닌가? 이번 운동으로 내 삶의 기초를 다시 제대로 다지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내 몸은 지금 살아있는 게 맞는가? 혹 나는 이렇게 천천히 뻣뻣해져 가며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는가? 이렇게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제에 이어 다시 다짐한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 한 시간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 몸을 단련하고, 책일 읽고, 글을 쓰면서 나의 전인격적인 성장을 이뤄 나갈 것이다. 오늘도 소중한 나의 일상을 일깨워준 Keep과 정수연 코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PS: 집에 오는 길에 계단을 제대로 내려가지 못할 정도로 온몸의 근육이 영향을 받았다. 나는 이런 성경의 문구가 생각났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롬 7:24)
나는 이 문구를 살짝 이렇게 고쳐보았다.
오호라 나는 뻣뻣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
코치님께 엎드려 절하고 싶다. 나를 건져주실거니까!^^
KEEP이란?
KEEP은 그룹운동센터입니다.
망원의 정말 많은 헬스장, PT 스튜디오 등 여러 운동 시설들 사이에 위치한 그룹운동을 진행하는 공간입니다.
근육 자극에 집중하는 클래스
전신을 크게 활용하는 클래스
저항성 운동과 심폐 기능훈련을 함께 하는 클래스
운동 스킬을 배우는 시간이 마련된 클래스
등 다양한 콘셉트로 매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웨이트 클래스를 진행합니다..
https://blog.naver.com/tndus9784/222671178001(
( 정수연 코치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