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부대가 정말로 강한 이유
강철부대 포스터-출처 MBN
"절대적 의미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
완전한 실패를
영웅적인 승리로 바꾼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며
그리고 그것을 완수할 책임이 있다."
-빅터 플랭클린-
요즘 TV에서 강철부대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강철부대는 각군을 대표하는 최정예 특수부대 예비역들이 4인 1조의 팀을 이뤄 부대의 명예를 걸고 미션을 해결하는 프로그램이다. 707, UDT, SSU, 특전사, 해병대 수색대, SDT,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무시무시한 특수부대들 출신들이 여러 미션을 두고 체력, 전술, 전략을 겨룬다. 이 프로그램은 생각보다 는 특수작전이나 대테러 작전 등 전문적이고 전술적인 내용이 많이 다뤄지지 않지만, 특수 부대 출신들의 패기와 자신감, 역경을 이겨내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일반인에게 인기를 얻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오늘 나는 이를 핑계로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알만한 그 군대 이야기, 나의 군대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특수 부대를 말하기 앞서 특수 작전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를 알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특수 작전은 적진 혹은 적의 세력 하에 있는 지역에서 실행하는 군사적 행동을 말한다. 이는 정규전에 비해 소수 정예의 부대로 운영되고 수색, 정찰, 대침투 작전, 대테러 작전, 후방 교란, 심리전, 요인 암살 등의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런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를 특수부대라고 하고, 이들은 정규 부대 중에서도 아주 우수한 자원을 선발 후 별도의 특수 훈련을 이수받고, 독립된 편제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육군 장교 중 특수전 교육을 따로 이수하는 경우는 특전사, 특공대, 수색대이다. 해병대 수색대, UDT도 특수전 교육 사령부에서 위탁교육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육군 편제상 특수 작전 부대는 특전, 특공, 수색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그중 수색 장교로 3년간 군복무를 했다. 나의 특수부대 입성 과정에는 말하기 어려운 부끄러운 에피소드가 있다. 나는 초급장교 입문 교육 중 특전 장교로 분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특전사 선발 담당관에게 불려 갔다. 처음에는 정말 어안이 벙벙했었다. 마치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특전 장교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태권도, 유도 등 격투기를 전공한 사람들이나 체육 전공자들이 대부분이다. 그것도 그냥 전공자들이 아니라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국가 대표 등 정말 어마 무시한 명성이 있는 자원들이 그 대상이 된다. 그러나 나는 다르지 않은가? 나는 강인한 체력도 높은 수준의 무예를 배운 적도 없는 일반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다. 내가 왜? 무슨 오해와 잘못이 있기에 내가 특전사란 말인가? 그때 나는 담당관에게 나는 얼마나 나약하고 무능한 인간인지를 어필하는데 오랜 시간을 소모했다. 그리고 나는 근본적으로 고소공포증이 심해 고공강하는 어림도 없고, 체력도 약해서 천리 행군 같은 훈련은 엄두도 나지 않는다며 절대로 특전사는 갈 마음이 없음을 낱낱이 피력했다. 그날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특전사로 분류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임관 이후 보병학교에서 일반 보병이 아닌 수색 장교로 분류되었다. 특전사는 아니지만 수색대는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특전이든 수색이든 나는 아직도 왜 내가 그렇게 분류되었는지 알수 없다. 그 때 함께 했던 수색 동기 중 한명은 장거리 육상 선수 출신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격 유망주 출신이다. 그래도 수색대인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당시 보병학교의 교육 중 특수부대 장교들은 별도로 2주간 특수전 학교에서 위탁 교육이 있었다. 늦여름 우리는 이름만 들어도 무시 무시한 그 특수전 학교에 입교하게 되었다. 매일매일 엄청난 체력과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혹독한 훈련이 시작되었다. 아침저녁으로 10km 구보를 비롯한 강도 높은 체력 단련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특수전 교육 중 침투, 은거 생존, 주요 시설 타격, 도피탈출 중 극한의 고통을 참고 견뎌야 했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그 과정들을 어떻게 이수했나 싶을 정도로 체력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극복하기 쉽지 않은 고강도 훈련의 연속되었다. 그리고 그 특수전 학교에서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크고, 위대한 반전을 경험하게 하게 된다. 특수전 02-1기 장교 우수! 해당 기수 교육생 중 단 2명이게 주어지는 특수전 우수자에 대한 표창을 받게 된 것이다. 모두가 의외라고 생각했다.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무엇보다 그 엄청난 스펙의 특전사 동기들을 뒤로하고 내가 그 상을 수상한 일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부끄럽게도 처음에는 그토록 회피하고 싶었지만 그 도전에 당당히 응해 이뤄낸 그 성과가 어떤 무엇보다 자랑스럽고 뜻깊은 경험임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특수 부대의 정신을 대표하는 문장 중 ‘안되면 되게 하라’ 말이 있다. 특수 부대원들은 육체의 단련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인드 컨트롤이다. 불가능은 없다는 말이 의미하는 불굴의 정신을 갖지 않는다면 고립무원의 적지에서 임무를 완수하고 생존해 돌아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워게임을 해보면 전쟁 발발 직후 적지에 투입한 수색대 인원의 80~90%는 사망 혹은 전투 불가로 판명된다. 적에게 포획될 가능성도 있고, 아군의 포탄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끝까지 생존해서 무사 귀환해야 한다. 두 말 것도 없이 그것이 특수부대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나는 특수전 학교의 과정을 이수한 이후 남보다 체력이 뒤진다는 얘기를 듣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무엇보다 내 머릿속에서 나약함과 불가능이란 단어를 지워버렸다. 내 사전에는 정말 불가능이란 없어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특전사 선발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당당히 그 부름에 응할 것이다. 수색 장교로 군생활을 해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런 의식을 가지고 사는 것이 내 삶을 더 고양시키고 유익하게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에게 특수부대 장교의 타이틀은 바로 그런 의미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는 특수전 교육에서 우수 표창을 받았다는 말을 거의 해 본 적이 없다. 나의 명예심은 그 표창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특수부대 장교 그것도 우수 장교 출신이란 의식을 한 번도 잊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인생을 살 때 대충 설렁설렁하게 사는 삶을 살지 않았다. 나에게 삶이란 정예화되는 것이고, 그를 위해 나를 잘 훈련하는 것이었다. 날마다 탁월해지는 것은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타인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나의 존재 이유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것이 특수전 교육이 나에게 가져다준 성취이고 선물이었다.
대테러 부대인 707은 ‘행동으로 논리를 대변하고, 결과로써 과정을 입증한다’라는 구호를 가지고 있다. 나는 이 구호가 불교의 지계라는 개념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지계는 계율을 어기지 않고 잘 지킨다는 뜻이다. 또 어려움을 극복하고 잘 수행 정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힘들기는 너나 나나 마찬가지이다. 달콤한 것들을 좋아하면 건강을 망치 듯, 쉽게 얻으려는 습성은 정신을 나약하게 한다. 거친 음식들이 오히려 몸을 살리는 좋은 음식인 것처럼, 거칠고 모진 인생의 시련이 나를 더 단련하고 강하게 만드는 것임을 인생의 순간마다 경험했다. 특수 부대원들이 매우 용맹한 것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분발하는 마음으로 혹독하게 자신을 훈련시켰기 때문이다. 이유를 분문하고 반드시 해내고 말겠다는 그들의 다짐은 정말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나는 다시 더 이상 쉽고 무미건조한 삶을 추구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싶다. 매일의 삶을 치열하게 준비하고 전투적으로 살아 나갈 것이다. 그 긴장 속에서 제대로 반응하는 용수철 같은 삶을 살 것이다. 그것이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근원이다. 나를 긍정하고 또 수많은 난관 속에서도 그것을 반복하여 나를 단련하는 것만이 나약한 나를 초월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잘 알고 있다. 힘든 환경에 결코 굴하지 않고, 변화하는 상황에 휩쓸리지 않으며, 스스로 동기 부여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해결하는 자! 그가 바로 강철 특수 부대원이다. 그가 바로 미지의 적으로부터 나와 나와 관계된 모든 이를 지켜낼 진정한 초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