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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테 클래식 Oct 07. 2021

진정한 사랑,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정원의 독백 중-



내 인생 영화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8월의 크리스마스! 98년 개봉한 작품이다. 어릴 적 이 작품을 보고 또 보고 수십 번을 봤다.


사랑한다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사랑은 타인을 향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를 향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를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이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은 너무나 이율배반적이다.


더군다나 연민이나 애정으로 타인을 자기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은 모두 헛수고다. 타자는 내가 조정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므로 그 노력은 결국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랑한다 말하면서 타인에게 요구하는 많은 것들은 결국 나의 바람을 타인에게 관철시키겠다는 욕망의 분출이고, 그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것을 욕망하는 것이다.


 융의 심리학을 빌어 얘기하면, 우리가 진정 사랑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페르소나 뒤에 숨은 에고(ego)에서 그림자의 상처를 안은 셀프(self)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에고는 지고지순한 순간을 꿈꾸겠지만, 셀프는 찢기고 터진 상처의 그림자를 뒤로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바람직한 페르소나로 메이크업한 얼굴 이면에, 그림자로 얼룩진 셀프를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세계의 실상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서로의 상처를 잘 관조할 수 있는 만큼의 거리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 아닐까? 타인과 공존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은 타인을 나로 바꾸어 놓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남아 있는 상처를 들여다보고, 싸매고, 일으켜 세우는 일 아닐까? 그리고 궁극적으로 잘 사랑하기 위해서는 경계를 넘나들면서도, 나와 너를 혼돈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니 그 아픔까지 사랑하지 않는다면 감히 사랑이라 말하지 말자. 그리고 진정한 사랑은 소유하는 게 아니라 '간직한 채 떠나보낼 수 있음을 감사하는 것' 이란 걸 알려준 다림(심은하 분)이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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