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왜 살아야 하는가_운동편

망원동 헬스장 Keep 정 코치님께

by 아레테 클래식


망원동 헬스장 Keep 정 코치님께


1. 녹슨 쇠가 바스러지듯


두 주간 아침 일찍 일어나 망원동을 오가며 많은 생각들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제 몸에 대한 생각들이 많았어요. 무엇보다 삶의 의미에 대한 고민들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어려서부터 저는 인생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며 사색하는 걸 즐겼던 것 같아요. 인생의 의미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 정답 없는 질문에 그래도 성실히 답해보려고 노력해왔었죠. 20대에는 인생은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며 한 없는 수렁 속으로 빠진 적도 있었죠. 그러나 ‘의미’와 ‘무의미’라는 말 자체가 여러 가지 뜻을 가지고 있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생각에 따라 삶의 의미는 언제나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었어요.


하지만 저의 건강과 몸은에 몸에 대한 생각은 늘 부정적으로 마무리 되곤 했어요. 이런 현상이 심해진 것은 40대 초반에 고혈압과 당료를 판정 받으면서였던 것 같아요. 내 몸은 하루가 다르게 쇠잔해져 가고 있었고, 많은 스트레스와 복잡한 대인 관계 속에 혹사당하고 있었던 거죠. 이런 현상들 속에서 저는 인생을 의미 없는 것으로 생각하며 그저 죽음을 기대하는 사람처럼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생겼나봐요.


왜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 받은 것 같은 기분 있잖아요. 내 신체의 손상을 지각할 때 마다, 나약해져 가는 육신을 목격할 때 마다 저는 더 의기소침해 져 갔던 것 같아요.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을 고백 받은 것처럼. 이런 마음은 ‘녹슨 쇠가 바스러지듯’ 저의 몸과 마음을 녹슬게 했던 거 같아요. 그리고 갑자기 수면으로 떠오른 지병은 제 삶의 의지를 완전히 꺾어 버렸는지도 모르겠어요. 마음이 녹슬면 아무런 의지도 갖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나아가 ‘나’라는 존재를 불신하고 나의 활동, 나의 감정, 인생 모두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죠. 적어도 몸과 건강에 대해서 저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어요.


생활의 번잡함 속에서 저는 건강과 몸의 문제를 수면 아래로 내려 놓고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어요. 활력 없이 삶의 하루하루에 떠밀려 저녁이 되면 거의 죽음 사람처럼 어깨를 떨구고 집에 돌아왔죠. 그리고 기절하듯 잠에 빠지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어요. 인간에게 가장 확실한 사실은 언제가 죽는다는 것이고 나는 매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일상을 견디며 하루하루 버티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불현듯 서늘한 느낌이 들었어요. 프랑스의 문학가 카뮈는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라고 얘기 했다죠? 인생에 의미가 없고 내 몸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면 지금 당장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내가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살고 싶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지만, 적어도 내가 죽고 싶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죠. 제가 좋아하는 독일어문학자 전영애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죠.


“떨림이죠. 뭔가를 보고 마음 벅차 오르고 떨림이 없으면 이런 것 없으면 나이를 불문하고 다 산 겁니다. 나이를 불문하고”


믿을 실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지난 두 주간 운동을 하며 벅차 오르는 떨림을 경험했어요. 아침마다 새로운 나를 만날 생각에 설레었었죠. 운동을 하면할수록 제게 죽음의 그림자로 다가왔던 고혈압과 당뇨도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운동을 한 날은 식사도 균형 잡혔고, 삶의 활력도 생겼습니다.


2. 행복에 대한 잘못된 기준


저는 젊은 시절 행복해지고 싶었어요. 직장 생활을 패션회사에서 시작했는데 저와 너무 맞지 않았어요.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는 것도 고역이였지만, 당시 업무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했었죠. 그 속에서 저는 몸도 마음도 소진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고혈압으로 쓰러지기 까지 했었죠. 회사에서 받았던 업무 마감에 대한 강도, 복잡한 대인관계, 수 많은 문제들을 경험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당시 회사가 직영하던 클리닉이 있었는데 원장님의 도움으로 6개월 유급 휴직을 할 수 있었어요. 6개월 휴직을 하면서 행복과 관련된 책을 20권도 넘게 읽었습니다. 진짜 행복해지고 싶었죠.


그때 읽었던 책들의 내용 중 제가 많이 공감 되었던 부분은 사람들이 충동과 의무감 때문에 불행하다는 것이었어요. 충동과 의무감은 매우 생생하고 강렬한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가치와 무관하다는 것이었죠. 이것에 경도된 삶은 종국에는 허무해 질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당시 성공의 나무를 맹목적으로 오르는 애벌레와 같은 삶을 살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우리는 성공과 성취에 대한 이상을 강요하는 시대를 살고 있어요. TV, 인터넷, 각종 매체에서는 보여주는 온갖 상품들을 소유하고, 고급 세단을 타고, 좋은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골프를 치고, 재테크를 잘하는 것이 삶의 중요한 목표인 것처럼 여겨지는 세상에 살고 있죠. 그리고 우리가 욕망하는 소비와 소유를 위해서 우리는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갑니다. 사회의 어느 곳에서도 양보란 찾아 볼 수 없어요. 태어나서 죽을 때가지 경쟁만 하다 자신을 소진하며 결국을 죽음을 맞이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입시경쟁으로 시작해서 좋은 직장을 구하는 경쟁으로 나아갑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회사에 가서는 승진과 성공을 위한 끝없는 생존 경쟁에 참전해야 하죠. 다른 분야도 다르지 않아요. 일등이 아니면 기억되지 않는 세상, 오직 일등만 모든 것을 향유할 수 있는 승자 독식의 세상이 우리가 속해 있는 현대사회의 일면입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저는 회사에서 쓰러진 이후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잠시 저와 제가 직면한 세계의 모습을 관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어요. 저는 곧 이런 경쟁이 사회가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경쟁이 치열해지면 충동과 의무를 구분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 경쟁의 구조는 매우 강력해서 단순히 사람들의 삶을 결정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강력한 시스템으로 작동하죠. 삶의 경로를 결정하고, 선택지를 좁히고, 삶을 평가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끝도 없는 불안감을 조장합니다.


악마는 돈이 많으면, 외모가 뛰어나면, 사회적 지위가 높고, 강력한 권력을 가진다면 우리는 행복해질 것라고 말하겠죠? 이런 것들을 갖지 못한다면 초라하고 볼품없는 사람으로 타락할 것이라 협박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라요. 그러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이런 이런 것들을 추구하는 사람을 속물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속물은 세상의 많은 것들을 진정으로 향유할 능력이 없는 사람입니다. 속물이 유일하게 향유할 수 있는 것은 소유하고 싶은 허영심뿐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그들은 이상적인 것 이외에는 아무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속물은 자신의 허영심을 만족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무료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언제나 발버둥 치고, 의지를 간질이는 사소한 놀이에 몰두한다고 조소했어요.


우리 삶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우리를 지배하는 충동과 의무감이 어떤 가치와 의미에 기초를 두고 있는지를 깨닫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삶의 방향과 중심을 잡으면 충동과 의무감을 털어내는 초입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각자 경쟁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 자신의 의미를 경험하는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서로와 연결되면 함께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증가시키며 삶을 바꾸어 나갈 수 있는 것이죠.


3. 운동하면서 다시 생각하는 삶의 의미


저는 최근 운동을 하면서 삶의 의미를 다시 곱씹어 보고 있어요. 나는 몸이 아프면서도 운동을 외면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테니스를 시작한지가 10년도 넘었지만 실력이 늘 제자리인지,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지 못하는지 등 왜 운동을 꾸준히 또 탁월하게 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고 있어요. 하물며 저는 외향적이라 늘 다양한 운동과 활동들을 좋아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운동을 멈춘 이유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먼저, 그동안 저는 좌절했던 것 같아요. 쇠약해져 가는 몸을 그저 세월의 탓으로 돌리고 자포자기하며 약에 의존하는 삶을 선택했던 것이죠. 내 커리어를 성장시키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에는 그렇게 열심인 저는 내 건강을 돌보고 몸을 성장시키는 일에 대한 열정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난 몇 주 코치님과 운동을 하면서 머리가 아닌 몸의 움직임으로 저의 모든 세포들이 깨어난 것 같았어요. 몸의 움직임이 저의 잠자던 근육과 기관들을 일으켜 세웠던 것이죠.


우리는 누구나 건강해지고 싶어합니다. 비록 그것을 감추고 있을지라도 혹은 건강하고 싶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인간은 늘 건강해지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처럼 우리가 얼마나 더 건강해질 수 있을지, 건강해지기 위해서 정확히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아요. 저는 한발 물러나서 생각해 봅니다. 내가 지금보다 더 건강해지는 것이 실현 가능한 일이고 내 능력으로 할 수 있으며 그렇게 노력하는 것이야 말로 나와 내 가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인식해 봅니다.


건강은 일시적인 시도를 넘어서서 삶의 중심부를 차지할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건강해지려고 노력하는 진지하고 정당한 가치는 이미 내 몸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강을 잃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있죠. 피곤하고 지친 몸 때문에 공허해지고 삶을 무가치하게 여기는 나와 같은 사람들도 너무나 많을 거예요. 그런 이들에게 충만한 몸을 만들고 고통과 불안을 경감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4. 건강한 삶을 만드는 지속 가능한 방법들


저는 오늘 이렇게 질문해 봅니다. 그 질문은 바로 ‘지속적으로 더 건강해 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가능한가, 그렇다면 정확히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입니다. 코치님은 피곤하시겠지만 앞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꾸준히 운동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인생에서 더 건강해지기로 결심을 하고 그것이 어느 정도의 노력과 꾸준함을 동반해야 하는 일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코치님을 통해 더 건강이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아가 볼 거예요. 지난 2주간 운동하면서 코치님께 건강한 삶을 사는 방법과 내게 가장 잘 맞는 전략을 선택하는 방법을 확인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나아가서 운동의 다양한 전략이 정확한 이유, 즉 왜 그것이 효과가 있는가를 이해하고 싶어요. 이 이유를 아는 것은 그러한 전략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아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 같아요. 끝으로 더 건강해지는 것의 의미와 결과가 나와 나의 가족 그리고 우리 주변의 관계들에 미치는 수많은 혜택과 결과들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건강에 대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정작 건강해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바로 강력하고 좋은 정보들을 일상적인 생활에서 적용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그러므로 이론이 마치 삶이라고 착각하지 않도록 늘 경계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코치님이 자주 말씀하시는 것처럼 결국은 꾸준함인 거잖아요? 어제 대드 리프트를 할 때 하셨던 말씀이 아직 귀에 멤돌아요. 그리고 이 말씀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립을 꽉 잡아야 하지만, 너무 과도하게 말아 잡으면 자세가 흐트러집니다. 자세가 흐트러지면 운동의 효과가 저하되지만 부상의 위험이 있습니다”


지난 두 주간 피드백 해 주신 내용을 몇 번 읽어 봤습니다. 역시 좋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과 꾸준히 운동하는 것, 정말 기본적인 이야기이지만 언제나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말들인 것 같아요.


<출처: 1924us님 인스타그램>


이렇게 글로 쓰고 나니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지난 두 주간 도와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함께 운동할 시간이 기다려 집니다. 많이 시도하고 실패하는 동안 정말 건강해 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깁니다. 제 생명의 은인이 되어 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오늘 글은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2024년 3월 9일 JY




지난 2주간의 운동 피드백(Keep)


[킵(KEEP)] 2월 27일 리커버리 피드백

2024. 2. 27. (화) 13:08


몸이 전체적으로 굳어있는 편이셔서 다른 운동도 좋지만 리커버리 자주 나오셔야 할 것 같아요..!! 열심히 하시고자하는 의지가 보이니 꾸준히만 하시면 금방 좋아지실 수 있을 거에요



[킵(KEEP)] 2월 28일 수요일 Weight 클래스 피드백

2024. 2. 28. (수) 09:11


<오늘의 푸시업 기록 : 26회> 재영님 푸시업 시에 손 간격을 조금 좁히고 엉덩이를 살짝 들어 몸 전체가 올라갔다가 내려올 수 있게 한 번 해보도록 해요! 케틀벨 스윙은 끝까지 일어나기!! 기억해주세요 ㅎㅎ 힘든 상황에도 오늘 운동 끝까지 지속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킵(KEEP)] 3월 4일 카디오 피드백

2024. 3. 4. (월) 11:36


브런치에 좋은 글 작성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먼저 전하고 싶습니다. 익숙치 않은 동작들이지만 전달 드렸던 피드백 이후 그걸 수행하는 몸의 센스가 좋은 편입니다. 오늘은 8키로와 10파운드로 수행하였지만 다음에는 조금 더 도전적이어도 좋을거 같아요!


[킵(KEEP)] 3월 6일 수요일 Weight 클래스 피드백

2024. 3. 6. (수) 13:51


재영님 스플릿 스쿼트, 런지 시에 조금 더 깊게 앉으시면서 고관절을 충분히 쓸 수 있게 한 번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 지금 4회 정도의 운동을 하면서도 체력이 조금 발전된 느낌을 받습니다. 이번 달 꾸준히 출석하시면서 자세도 조금씩 수정해나가시고 체력 수준도 더 올라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정말 고생하셨어요!


[킵(KEEP)] 3월 7일 목요일 Weight 클래스 피드백

2024. 3. 7. (목) 21:53


재영님 오늘 운동 정말 멋있었습니다. 힘든 강도까지도 같이 파이팅하면서 이겨내는 모습에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데드리프트 시에 조금 더 다리를 좁히시고 중심을 앞으로 보내보시면 좋겠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미뇽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