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 헬스장 Keep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 일기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 망원동 헬스장 Keep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 일기
https://youtu.be/WcTV_lZZPqI?si=hVhyXldvT0eZmvih
<tvN 미생>
나는 한때 무역업에 종사했다. 그래서 드라마 미생을 좋아한다. 우연히 미생의 내용 중 체력에 관한 부분이 있어. 마음에 두고 자주 꺼내 본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대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네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그거밖에 안 돼.
<드라마 <미생>의 대사 중>
1. 내 몸은 안다
요즘 이런저런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쓸 때 가장 모자란 것은 글감도 필력도 아니다. 바로 체력이다. 글을 잘 쓰다가도 체력이 바닥이 나면 정신력이 흐트러진다. 그러면 쉬기도 하고 먹을 것을 챙겨보지만 내 몸은 안다. 체력이 바닥났다는 사실을. 그래서 요즘 아침저녁으로 틈만 나면 걷는다. 나는 안다. 내가 끈기가 부족한 이유, 멋지게 시작했다가 후반에 사그라드는 이유, 정신적으로 흔들렸을 때 회복이 더딘 이유는 모두 마음과 몸의 지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2. 괴테할머니
최근에 배우고 닮고 싶은 스승님이 생겼다. 괴테 할머니로 알려진 서울대 전영애 명예 교수님이다. 그녀는 경기도 여주에 큼지막한 땅을 사서 전재산을 털어 여백서원이라는 공간을 마련하셨다. 그녀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많은 시람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작은 공이 아니다. 그녀는 한평생을 독일 문학의 연구와 번역을 위해 전념하셨다. 괴테, 카프카, 헤르만 헤세 등 독일어 문화권의 위대한 작가들에 대한 그녀의 번역과 해설들을 접하며 나는 머리 숙여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독일 학자들도 놀란만큼 괴테와 여러 문학자들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신 분이다.
나는 선생님을 보며 원효대사가 생각났다. 의상대사와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올랐지만 원효대사는 해골물을 마신 다음날 새벽 불현듯 당나라 유학을 포기한다. 목이 마르면 해골바가지의 물도 달달한 것이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는데 깨달음이 어디 당나라에만 있다던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수년이 지나 당나라 유학을 마친 의상대사가 그간의 배움을 전할 겸 원효대사를 찾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유학을 다녀온 자신보다 원효가 훨씬 높은 학문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얘기를 들어보니 전라도 구례의 화엄사는 이미 백제 시대부터 화엄의 뜻을 받들어 창건되었고, 원효대사는 화엄사에 머물며 화엄의 깊은 뜻을 깨닫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했다.
오늘날 당나라 유학 한번 다녀오지 않았던 원효대사의 사상의 높이는 동아시아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원효의 사상은 무엇보다 중생들의 삶 속에서 그들의 삶을 어루만지는 실천학으로써의 가치를 높이 평가받는다. 학문은 그저 글 꽤나 읽고 잰 채하는 자들이 흉내 낼 수 없는 깊이와 높이가 있는 법이다.
큰 깨달음을 얻은 분들이 살아온 길은 다르지만 비슷한 삶의 결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전영애 교수님은 캄캄한 어둠 속 반딧불 한 마리를 보시며 자신을 반딧불이에 비유하신다.교수님 말씀을 들어보면 반딧불로 글을 읽고, 눈에 반사된 달빛으로 글을 읽었다는 고사가 떠오른다. 그리고 이 은은한 빛은 비루한 내 삶에 큰 빛을 비추어주셨다. 지난 시간 스승도 없이 혼자서 외롭고 힘들게 무식하게 읽고 또 읽었다. 단테, 괴테, 니체, 카프카, 까뮈.. 몇 년 전에는 정말 까막눈으로 시작했지만, 엉덩이 무겁게 반복해 읽다 보니 이제 조금은 알듯도 하다.
그런데 스승님께서 반딧불로 온화하게 비쳐주시니 나는 너무 행복할 따름이다. 외롭게 읽고 쓰던 나에게 좋은 스승님께서 직접 찾아와 주신 것 같다. 스승님의 빛과 그늘 아래서 너무 행복한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었다. 본인은 자신의 글을 반딧불 같은 글이라 하시지만, 나는 요즘 교수님 추천하시는 내용 따라 읽으면서 가슴이 너무 뜨거워진다. 반딧불이가 맞다. 태양처럼 뜨거운 가슴의 반딧불. 나는 그분의 마음이 태양보다 더 뜨거운 분이란 걸 첫눈에 딱 알아봤다. 행여 그 빛에 타 죽는 것은 너무나 과분하고, 얼어 죽지나 않을까 조바심 내면서 급히 따라가 본다.
3. 나와 너의 지복을 위해
나는 본래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스승님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오래 살겠야겠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떨림이죠. 뭔가를 보고 마음 벅차오르고 떨림이 없으면 이런 것 없으면 나이를 불문하고 다 산 겁니다. 나이 불문하고"
내 삶에 떨림이라는 것이 언제 있었던가 생각해 봤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몇 번 있었다. 중3 여름 방학 때 신에게 귀의하겠다고 결심했던 일, 고교 2학년 때 지리산 뱀사골에서 신령한 기운에 휩싸여 밤하늘의 총총한 별을 바라봤을 때, 에티오피아 이르가짜뻬의 작은 마을에서 만났던 많은 아이들의 눈빛과 마주했을 때, 보호종료 아동들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그들의 손을 잡아줘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최근 아쳅토의 심야살롱에 참여하고, 팟캐스트를 하면서 <읽는 사람들>과 <쓰는 사람들>을 위한 연대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 꿈이 생겼을 때였다. 그리고 올해 그간 읽었던 그리스 고전들을 다시 꺼내 읽고 신화의 나라, 그리스로 갈 <그리스 원정대의 꿈>이 생겼다.
나는 이 떨림에 반응하기 위해 오늘 새벽을 깨우는 전사가 되었다. 오랜만에 콩나물시루 같은 지옥철에 몸을 싣는다. 나와 너의 지복을 위해 나는 읽고 써야 한다.
이기고 싶다면
내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체력의 보호 없이는
절대 좋은 글을 쓸 수 없음을 안다.
앞으로 내가 쓸 글들은 피와 살로 써야 하기에
나는 오늘 망원동으로 향한다.
KEEP이란?
KEEP은 그룹운동센터입니다.
망원의 정말 많은 헬스장, PT 스튜디오 등 여러 운동 시설들 사이에 위치한 그룹운동을 진행하는 공간입니다.
근육 자극에 집중하는 클래스
전신을 크게 활용하는 클래스
저항성 운동과 심폐 기능훈련을 함께 하는 클래스
운동 스킬을 배우는 시간이 마련된 클래스
등 다양한 콘셉트로 매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웨이트 클래스를 진행합니다..
https://blog.naver.com/tndus9784/222671178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