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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수레 Aug 26. 2022

인생사 새옹지마

브런치 작가 응모의 글

“내. 내. 이럴 줄 알았다. 그럼 그렇지. 내 인생에서 뭐 하나 쉽게 된 게 있었냐?” 여기저기

Lucky Draw에서도, 내 번호만 건너뛰고 앞뒤로 불리는 것도 기분 탓만은 아닌 것 같다. 횡재수

는 없는 팔자라고 로또 같은 것은 일생 한 번 사 본 적이 없다.  


대학도 재수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재수 후기였다. (참고로 난 X세대라고도 불리는 세대이다. 그 당시는 수능이 아니고 학력고사라고 불렀다. 전기와 후기,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첫 해,  떨어지고 재수해서 후기에 대학에 들어갔다. 삼수해보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우리 집 애묘 꼬미 (글 내용과는 아무 관련 없음^^)


대학교 3학년 때부터는 방송국 입사에 꿈을 갖고 입사시험 준비를 했다. 대학교 4학년 때 치른 여러 방송사, 신문사 시험에 아슬아슬하지 않게 떨어졌다. 


준비기간이 짧았나? 1년만 더하면 혹시 되지 않을까? 시험만 합격하면 TV에서나 보는 연예인들과 스스럼없이 부대끼는 직업을 갖게 되는 데 그깟 1년쯤 더 투자 못하겠냐?  그런데 재수할 때도 대략 이런 느낌이었는데….


부모님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말씀드리고, 호기롭게 취업재수에 돌입했다. 대입 재수해서 원하던 대학에 턱 하니 되지 못했던 것처럼 1년 공부 더한다고 턱 하니 방송국에 입사가 되는 것은 아니구나 또 한 번 확인했다. 


미련 없이 포기하고 대기업 공채 모집에 지원해서 입사했다. 괜한 헛수고하지 말걸. 대학 동기들처럼 4학년 2학기 때 취업 결정하고 맘 편하게 들어갔으면 얼마나 좋았어?라는 생각을 일도 안 했다면 거짓말이지만, 후회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해봤는데 안 되는구나. 해볼 만큼 해보고 실패하면 후회가 되지 않는데, 해보지 않고 다른 길을 바로 선택했다면 후회가 많이 남는 스타일인가 보다. 이 대목에서 떠 오르는 속담이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봐야 아냐?라고 누가 귓전에 대고 비웃는 것 같다.


인생의 중요시험이나 관문을 통과하는 것에 “첫 판은 안된다”는 나에게 징크스 또는 공식인가 보다. 하다못해 운전면허 실기 시험마저 점수는 초과했으나 과속에 걸려서 떨어졌다. 이것마저 재수다.  지금 살고 있는 와이프도 물론 첫사랑에 성공해서 결혼한 것은 아닐 거라고, 짐작하시면 대충 맞겠다. (가족은 건들지 않는 게 좋을 라나^^)


징크스를 잠시 잊고 있었나 보다. 

원고를 써서 출판사에서 투고만 하면 그 많은 출판사 중에 몇 군데는 연락이 오겠지.  

그다음은 일사천리 일이 진행돼서 출간 작가가 되는 그림을 그렸다. 아침저녁 그리고 주말을 이용해서 틈틈이 차곡차곡 쌓은 글들을 원고라는 이름으로 여러 출판사에 보냈다. 처음 다섯 출판사, 그다음 서른 개 정도 출판사, 그다음 또, 마흔 가까운 출판사.. 그중에는 메일 주소가 정확치 않아서 발송 실패한 메일도 꽤 있었지만... 결국은 출간하자는 답신 메일은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함흥차사였다. 함흥차사처럼 유폐된 것은 아니고 메일 휴지통에 버려졌으니 스팸메일과 같은 취급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어쩌지. 망한 것인가? “에잇, 오기로 라도 될 때까지 뿌려 보리라” 하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삼수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과 비슷했다? 나라는 인간은 의지가 약해서인지, 포기가 빨라서인지 두 번 해서 안되면 그 길이 아닌가 보다 하고 다른 길을 찾는 유형의 사람인 게 분명하다.


그나저나 1년 가까이 정성 들여 써 놓은 내 글들은 어쩐 다냐~

문득, 이순신 장군의 대사가 생각났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

충무공에게는 칠천 량 전투에서 대패하고 남아있는 12척의 배가, 나에게는 수 십여 출판사 기획담당자에게 까이고 외면당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소인에게는 아직 60개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1년 가까이 머리를 쥐어짜 낸 내 정신의 자식들은 빛도 보지 못하고 버릴 것 인가? 다른 방법은 없을까?


 대학을 졸업하고 수십 년 직장 생활하다 보니 대학교 간판이 그렇게 무겁지 많은 않다는 것을 느꼈다. SKY가 아닌 기타 대학을 나왔지만, 내 모교에 불만은 없다. 특히 내가 다녔던 외국계 회사에서는 SKY를 나왔던, 지방대를 나왔던 뭐 신경 쓰지 않는다. 말 잘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 승진한다.


방송사 시험에 떨어지고 L그룹공채로 입사해서 백화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 또한, 지나고 보니 만족한다. 업종 특성상 경력을 살려 지금까지 무탈하게 일하고 있으니 잘 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방송사에 입사했더라면 행복하고 승승장구했을까. 별로 그랬을 것 같지 않다.  

인생사 새옹지마는 요럴 때 쓸 수 있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1 지망 선택보다, 2 지망 선택이 길게 보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서론이 길어졌다. 난 내 원고를 더 이상 출판사에 뿌리는 일은 안 하겠다고 다짐했다.

차선의 선택으로 ‘브런치’ 작가에 지원해야지 마음먹었다.


브런치 작가에 지원하게 된 배경이 너무 길었나. 


이게 문제다.. 글은 간단명료하게 써야 한다고 그러거늘… 이래서 기획자들에게 까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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